글로벌공조 탄생 의미

2008. 10. 17. 09:4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최근 10개월간에 걸쳐 주가는 폭락하고 시장심리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경제와 증시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연초 이래 세계 주요 증시는 대략 30%에서 60% 이상씩 하락했다. 또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지수가 도입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60을 넘어서며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급속히 확산되는 것을 나타냈다. 해외 언론은 “세계 증시가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리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글로벌한 디레버리징의 영향으로 달러 보유량이 낮아지면서 환율까지 폭등했다. 시장에는 외환위기설이 나돌면서 10년 전의 공포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요즘 장세는 마치 1929년에 발생한 세계 대공황을 연상케 한다. 1920년대도 미국의 경기 상승을 지탱한 과잉자본이 결국 주식과 토지투기로 이어졌고, 20년대 말 정점에 이르자 대폭락을 거듭하면서 치명적인 대공황이 시작되었다.

대공황시절, 미국 S&P500지수는 80% 이상 급락하면서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미국은 기업도산이 속출하고 노동자의 25%가 실직했다. 미국 불황의 영향으로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산업지역에서 광범위하고 지속된 경기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금융위기는 여러모로 과거의 대공황 때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1930년대처럼 10년간이나 지속될까.

다행스럽게도 30년대 대공황과는 다른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사상 유례없는 글로벌공조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의 달러 무제한 공급, 총 2조달러에 달하는 유럽각국의 공적자금 투입 결정, 미 재무부의 은행 지분 매입 착수 등 이례적인 국제공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화로 인해 빠르게 확산되다가 세계화를 통해 빠르게 진정되고 있는 형국이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블랙토버(Blacktoberㆍ검은 10월)의 끝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역사적으로 투자의 거장들은 모두가 낙담할 때 사서 큰 보상을 얻었다. 월가의 성자로 불리는 존 템플턴은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1달러 이하로 거래되는 모든 종목을 100달러어치씩 사들였다. 전쟁이야말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4년 뒤 그가 산 주식 가치는 4배로 불어났고 그는 이 자금으로 세계적인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

또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어땠는가. 1982년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시장이 곤두박질치자 크라이슬러 주식을 사모았다. 당시 크라이슬러는 파산설이 도는 위험천만한 회사였다. 하지만 피터 린치는 미국인들이 자동차를 살 수 밖에 없다는 자신의 생각을 확고하게 가져갔다. 결국 1981년 1억 달러였던 펀드 자산은 1983년 말 16억 달러로 불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에셋플러스 자산운용의 강방천 회장은 외환위기로 인해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지속적인 가치투자를 실천하여 종자돈 1억으로 1년 10개월 만에 156억을 만들었다. 대중과 함께 가지 않는 역발상 투자가 빛을 발했던 것이다.

일찍이 존 템플턴은 “패닉에 빠지지 말라”고 주문했다. 바로 며칠 전 모두가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를 때 현명한 투자자는 조용히 총알을 장전하고 있었을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고 하지 않던가.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슈퍼 리치들의 희비가 교차할 것이다. 그렇다고 샐러리맨이 팔 걷어붙이고 빚을 내어 투자할 수는 없다. 한탕주의에 빠졌다가는 평생을 고생할 수 있다.

주머니를 뒤져보아 약간의 현금이 나온다면 HTS를 실행한 후 종목별로 PER이나 ROE, 영업이익률부터 따져보자.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면 증권사에 찾아가 1등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나 가치투자 성향의 펀드를 물어보라. 경쟁기업들이 도산할 때 1등 기업은 유리한 조건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고, 내재가치와 안전마진을 중요시하는 가치투자 성향의 펀드도 물반 고기반인 현 상황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되고 세계 경제가 다시 성장가도를 달리려면 적어도 2~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3년을 내다보고 가치투자할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방아쇠를 당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