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오(50) 메가스터디 초중등사업부 사장은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약사-중소 제조업체 사장-메가스터디 초중등사업부 사장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해 7월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사업 철학을 담은 ‘육일약국 갑시다’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서점가에서 20만부 이상 꾸준히 팔리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인세 전액을 불우청소년장학금으로 기부키로 출판사와 계약, 베스트셀러로 부상한다해도 김 사장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은 한푼도 없다. 그는 8년 전 손위 처남인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의 권유로 교육사업에 발을 디뎌 국내 최대 온라인 초중등 교육 사이트(엠베스트)를 키워냈다. 그는 “교육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 손 대표는 내 사업인생의 은인”이라고 고마워했다. 김 사장의 교육관과 사업 철학은 방학을 앞둔 학부모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줄 것 같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대학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교육에 희망이 있다고 보십니까?20년 전에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경쟁력이 30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영원히 못 따라갈 나라처럼 보였죠.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 교육상황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고 있어요. 예컨대 간판의 중요성이 점차 작아지고 실력을 중시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교수나 학생들이 선진국 대학 물을 먹고 오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20년만 지나면 대학의 문화도 바뀔 겁니다. 교수도, 학생도 실력이 없으면 퇴출되는 선진국형으로 변화하는 거지요. 저는 천성이 긍정적이라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밝게 봅니다.
보통 엄마들은 ‘대학 잘 들어가면 인생이 보장된다’며 아이들의 인성에는 의도적으로 눈을 감습니다. 이게 올바른 방법인지 조언 좀 해주십시오.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제 자신이 서울대 약대를 나왔지만 약사의 길을 가지 않고 사업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성공은 학업과 인성이 균형잡힌 가운데 이뤄집니다. 올바른 인성을 지닐 수 있도록 자녀들을 지도하면 대학 입시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학력이 아무리 높아도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란 사고방식을 지닌 자녀라면 사회에 도움이 안되지요. 사교육 업체인 메가스터디 초중등사업부(엠베스트)가 모토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로 잡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사교육 업체가 인성 교육을 한다는 게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그렇지 않습니다. ‘큰 사람으로 키운다’는 모토의 실천 강령으로 큰 마음, 큰 효, 큰 지식, 큰 꿈 등 네 가지를 설정했지요.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이벤트 행사를 연중 실시합니다. 예를 들어 5월 가정의 달에는 효 이벤트를 벌입니다. 효도의 글을 공모하거나 효행 실천 이벤트를 통해 시상식을 갖는 거지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장애우 복지시설에서 봉사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엠베스트 사이트에 올려 회원 학생들과 공유합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포인트 부여 등 혜택을 주지요. 이렇게 쌓인 포인트들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교복을 사주는 ‘사랑의 입학식’과 같은 행사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곧 방학이 다가옵니다. 방학 때 자녀들을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방학 때는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너무 공부에 드라이브 하면 아이들이 지친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는 영어나 수학 등 기본 실력이 필요한 일부 과목을 선택, 집중적으로 보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죠. 아이들이 학기 중에는 다 열심히 하지만 방학 때는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노는 아이와 공부하는 아이로 나뉘어 개학 후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죠.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입니다. 교육 수요자들의 욕구 수준은 엄청 높은데 공교육에서는 이를 충족시켜줄 수가 없죠. 지극히 기본적인 니즈만 해소해 주는 게 공교육입니다. 평균 수준에 맞추는 평준화 교육이죠. 그러다보니 학력 수준이 높은 아이들은 ‘기본+알파’를 원하게 되고 낮은 아이들은 포기하는 겁니다. 경쟁이 치열한 사교육 시장에서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에게 맞춤 교육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입니다.
엠베스트가 사교육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떤 겁니까?기존의 비싼 사교육비를 3분의1 정도로 줄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한 달에 12만~13만원으로 종합반 모든 과목을 들을 수 있지요. 일반적으로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지만 엠베스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국 최고의 강사가 강의에 나섭니다. 사교육의 대중화를 이뤘다고 할까요. 사교육 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허무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교육시장에서 엄연히 나타나고 있는 계층간, 지역간 불균형을 깨뜨린 데서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약대를 졸업하고 경남 마산 변두리에서 조그만 약국을 시작한 게 사회생활의 출발점인데요. 당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렸습니까?법규상 최저 규모인 4.5평짜리 약국을 개업했지만 마음속으로 “나는 약국을 경영한다”고 되뇌었습니다. 한 번도 ‘약국한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약국한다’고 하면 주인에 그치지만 ‘약국을 경영한다’면 경영자가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마음으로 사업을 했습니다. 미래에는 큰 사업체의 최고 경영자(CEO)가 되리라는 믿음 말입니다.
택시 기사들에게 아무도 모르는 ‘육일약국’을 가자고 해서 약국 인지도를 높인다는 구전 마케팅 전략은 매우 무모한 방법이란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게 성공했습니까?용기가 필요했지요. 하지만 무모한 방법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고객이나 친지, 주민들의 도움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요. 실제 6개월 안에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아무 효과가 없는데도 3~4년씩 붙들고 있다면 미련한 짓이겠지요. 그러나 한두 달 해보고 포기하는 건 너무 가벼운 행동입니다. 적어도 반년을 꾸준히 해보니 효과가 감지됐고, 드디어 3년 뒤에는 마산 창원 일대 택시기사들 사이에 “육일약국 모르면 간첩”이란 얘기가 튀어나온 겁니다.
변두리에서 마산역 앞으로 약국을 이전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는데, 돌연 중소 제조업체 사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굳이 위험성 높은 사업가로 전환할 이유가 있었나요?다른 약사들은 고객을 환자로 봤고, 약사를 안전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약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 경영자라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약사도 언젠가는 안정된 직업에 들지 못한다고 봤지요. 그때 자기 위치에 안주했던 분들은 의약분업으로 근근이 버티는 처지가 됐고요. 저는 교육사업으로 주 종목을 바꾸었지만 여전히 경영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업종이 약국-제조업-교육서비스업 등으로 바뀌었지만 한결같이 성공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비결이 있습니까?글쎄요. 아직 성공이라고 평가하긴 이르지만 굳이 성공 비결을 들자면 인내심, 이타심, 긍정적인 자세 등을 꼽을 수 있겠지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기독교적인 분위기가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아요.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남에게 도움을 주도록 교육받았습니다. 엠베스트 초창기에 전국의 명강사들을 모셔올 때도 속으로 “내 사업에 활용하겠다”는 생각보다 “저 분 인생이 이전보다 더 잘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생각만으로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지요. 헌데 이런 생각이 느낌으로 그 분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쉽지는 않았지만 내로라하는 유명 선생님들이 기꺼이 엠베스트에 합류해 주었지요. 덕분에 사이트가 이만큼 커진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