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와 차이점
2008. 10. 21. 10:47ㆍ이슈 뉴스스크랩
IMF 외환위기 때와 뭐가 다른가 | ||||||||||||||||||
자금줄·판로 모두 막혀 | ||||||||||||||||||
◆ 중소기업발 위기 오나 ◆ 중소기업이 어렵다? 오래된 뉴스다. 하지만 이번엔 그 목소리가 경제위기설과 함께 거세졌다. 한국 경제 역사상 최대 위기라고 한다면 97년 IMF 외환위기 때다. 현재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제2의 외환위기 사태를 걱정케 한다. 당시 상황과 지금을 비교해본다. 발생 원인 97년 위기는 대기업에서 시작 윤제철 삼정KPMG 부회장이 쓴 ‘외환위기는 끝났는가’란 책은 97년 위기를 대기업발 사태라고 분석한다. 성장 위주 산업정책 아래에서 금융권은 전략산업 부문의 대기업을 집중지원하고 대기업은 그 대가로 대량 고용 책임을 맡아왔는데 그 공조관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외환위기가 왔다는 설명이다. 징후는 대기업에서 먼저 나왔다.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재무구조부터 부실해졌는데 정부와 금융권이 대출손실을 표면화시키지 않고 자금지원을 계속하다가 큰 사태가 왔다는 얘기다. 당시 한보그룹, 기아그룹 등 7대 재벌기업 금융권 부채는 약 23조8000억원에 달했다. 부실채권이 증가하자 대출여력이 줄어든 금융사들은 여러 기업들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해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90년대 위기와 상황이 다르다. 중소기업 문제가 경제위기의 도화선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기업은 그동안 오일쇼크, 카드대란 등을 견디며 체질이 크게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90년대나 지금이나 중소기업은 대외 위험관리 체계에 변한 게 없는 상황에서 최근 세계 경제 위기가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 원화가치 하락 공통 현상 실제 우리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내부 문제보다는 대내외적인 경제상황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환율 문제가 대표적이다. 최근 키코 사태 원인도 환율 흐름을 읽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한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발견되는 게 환율 상승이다. 즉, 그 나라 화폐가치부터 떨어진다. 지금이나 외환위기 때나 마찬가지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 3월 초 원·달러 환율은 930원대에 불과했다. MB경제팀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 3월 18일 올 들어 처음 100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현재 1200원대까지 올랐다. 우린 외환위기 때 이미 더욱 무서운 환율 상승을 경험했다. 외환위기 직전까지도 ‘환율이 과연 1000원을 넘어가겠나’란 시선이 팽배했다. 그러나 97년 11월 초 99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엔 1900원까지 급등했다. 정부에선 당시 공포를 떠올리며 환율 급등세에 브레이크를 걸 태세다. 강만수 장관은 최근 “외환현물 시장에 외환보유액을 적극적으로 풀어 달러부족 사태를 막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편이다. 2008년 8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432억달러지만 단기외채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를 합한 유동외채는 2223억달러다. 외환보유액으로 유동외채를 갚고 나면 약 200억달러가 남는다. 97년 외환위기 때는 유동외채가 외환보유액의 10배에 달해 지금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투입으로 일시적인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외국인들이 빠른 속도로 투자금을 회수해가고 있고 자본수지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57억7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 달러 부족이 만성화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재무건전성 빚은 줄었지만 연체율 급등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97년 305.48%던 중소기업 부채비율은 2006년 145.35%로 떨어졌다. 지난해도 135.3%로 꾸준히 낮아졌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올 7월 5조5000억원에서 8월 1조8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중소기업 상황이 점진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상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중소기업연구원 측은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크게 강화하고 금리를 대폭 올린 영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업들은 높아가는 대출금리에 신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연체율은 2006년 말 1.07%, 2007년 말 1%에서 올해 6월 말 1.14%, 7월 말 1.43%로 급등했다. 이런 이유로 임기영 IBK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열린 한국선진화포럼에서 “연체율 증가속도 면에서 IMF 외환위기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수출상황 경상수지 적자 기록 경신 중소기업에 있어 경상수지 악화는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전체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31% 정도였지만 2003년 이후 40%를 넘어섰다. 지난 8월 경상수지 적자는 집계 이래 사상 최대였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2월(-8억1000만달러)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다 6월 18억2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고 7월에 25억3000만달러 적자를 낸 뒤 그 폭이 더욱 커졌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는 125억9000만달러다. 경상수지 적자 자체는 우리 경제 전반의 역사로 볼 때 특이한 뉴스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들 어려움은 거의 외환위기 때 수준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요소들 가운데 상품 수출입 상황을 나타내는 상품수지의 8월 적자 규모는 96년 8월(29억달러 적자) 이후 최대 수준이다. 국내 소비 개인부채 지금이 더 심각 한국은행은 최근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의 여파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개인 총부채 규모가 명목 GDP(국내총생산)의 83%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GDP 대비 개인부채 비율은 지난 91년 41.7%를 기록한 이후 빠르게 증가해 올 1분기 현재 82.8%까지 치솟았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에도 이 비율은 50.3%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이 문제는 소비상황에 드러나진 않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소매판매액 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은 20조78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3%나 늘어났다. 이는 2006년 1월(12.7%)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 소비가 2년 6개월 만에 큰 폭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에 비해 개인부채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잠재적인 소비여력도 점차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정조 사장은 “중소기업들이 수출은 물론 내수에서도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외환위기와 큰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이점이라면 예전엔 유동성 악화로 인한 흑자도산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감이 없어 적자도산 위험까지 커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책 움직임 대응속도 빨라져 IMF 외환위기 직전과 현재 정부대응은 많이 달라졌을까.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윤제철 부회장은 “97년 금융위기는 우리 역사상 처음 당한 충격이기에 아무런 사전대책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체계적인 대응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정조 사장은 “예나 지금이나 중소기업이 국가 정책에서 대기업보단 배려가 덜한 건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금융권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최대한 꺼리고 있지만 정부가 전혀 손을 대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 위기와 글로벌 금융 불안이 함께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민관이 손을 잡는 총체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 땐 아시아 금융시장만 문제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 금융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대기업보다 대외 악재에 민감한 중소기업들이 잘못되면 이전보다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고 걱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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