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역발상

2008. 10. 29. 16:09부동산 정보 자료실

아파트는 투자목적…토지·상가는 실수요 用으로

저당권 등 기준권리 4개는 꼭 숙지, 등기부등본외 권리는 현장서 확인
급매가격 기준 조사 발품도 필수, 꼼꼼한 자금계획 세우면 실패없어

최근 미국발(發)금융 허리케인이 몰고온 경기 불황으로 인해 법원마다 값싼 경매 물건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거듭된 유찰로 감정가의 50%까지 떨어진 물건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경매법정에 무작정 몰려가기도 찜찜하다. 워낙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데다 권리관계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44)은 "권리 분석이 어렵다고 경매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최근엔 경기침체로 일단 매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옥석을 가려 투자에 나서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고 지점장은 경매에서도 이른바 역발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파트와 빌라는 실수요,토지나 상가·건물 등은 투자 목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일반 상식을 깨라는 것.아파트와 빌라는 환금성이 좋아 실수요보다는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 상품으로 더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돈이 묶이기 쉬운 토지나 상가·건물 등은 추후 상속·증여용이나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수익형 상품 등으로 봐서 실수요 목적으로 접근하라는 얘기이다.

고 지점장은 경매 초보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권리 관계 분석에 대해서도 "경매로 인해 소멸되는 기준권리 4개만 알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등기부등본상 이 기준권리보다 기일이 앞서는 권리는 인수하고,나머지는 소멸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4가지 기준권리란 근저당권·저당권,담보가등기,가압류·압류,경매개시결정등기를 가리킨다. 다만 예외적으로 부동산에 걸려 있는 소송 등 법적 분쟁에 대해 알려주는 예고등기는 기일에 상관없이 효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고 지점장은 또 "유치권,법정지상권,관습법상 지상권,분묘기지권,특수지역권 등 5가지 권리는 등기부등본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경매로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들 권리는 현장에서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모든 경매물건에 대해 법원이 1차적으로 현황조사를 실시하긴 하지만 당사자가 직접 확인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

현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입찰에서 써낼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고 지점장은 "경매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면 대상물건의 소재지를 찾아 복수의 공인중개사로부터 가격을 확인해 봐야 한다"며 "이때 반드시 평균 가격이 아닌 급매물 가격을 기준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매물 가격보다 10% 정도 싼 금액을 써서 낙찰받을 수 있다면 성공한 경매 투자로 볼 수 있다는 게 고 지점장의 설명이다.

자금계획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 고 지점장은 "최종 낙찰을 받은 뒤 대금 납부기한까지는 약 1달~1달 반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며 "낙찰 금액의 90%를 이때 구해야 하는데 경매 전부터 미리 자금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10%는 입찰할 때 보증금으로 낸다.

실제 낙찰을 받고도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재매각에 들어가는데 이때는 감정가가 낮춰지지 않는다. 아무도 입찰에 나서지 않아 유찰되는 일반적인 경우는 판사의 재량에 따라 20% 정도 깎인 가격부터 입찰을 재개한다.

고 지점장은 경매에 아직 기회가 많다고 역설한다.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한 고객이 2년 전 102㎡(31평)형 빌라가 감정가 1억5000만원에 경매로 나왔다며 고 지점장을 찾았다.

집주인이 7000만원의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채권자인 농협에서 경매에 부친 물건이었다. 이 빌라에는 전세 9000만원에 살고 있는 임차인이 있었는데 서류상으로는 대항력을 갖춰 낙찰을 받더라도 전세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경매전문가인 고 지점장은 임차인이 집주인의 사촌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 지점장은 고객에게 농협으로부터 무상임차확인서가 있는지 알아볼 것을 조언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주인은 대출을 받기 위해 농협에 무상임차확인서를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되면 낙찰 이후 전세금 900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사라진다.

결국 이 고객은 남들보다 2000여만원이 높은 8500만원을 썼고 무난히 낙찰받을 수 있었다. 이 빌라의 시세는 현재 2억5000만~3억원을 호가한다.

고 지점장은 "경매만 알아서는 성공적인 경매 투자를 할 수 없다"며 "부동산,은행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실 고 지점장은 부동산 경매 분야의 숨은 고수다. 1990년 신한은행에 첫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은행원으로서 일해 왔지만 IMF 외환위기를 전후로 1994~1999년까지 여신관리부에서 약 2000여건의 경매 물건을 처리했다. 2001년부터 부동산재테크팀장을 맡아 주요 VIP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부동산 컨설팅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