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가격파괴 시대

2008. 11. 3. 22:46분야별 성공 스토리

자동차가격도 항공요금도 확 내렸다

[매일경제] 2008년 11월 03일(월) 오후 06:05
◆ 新가격파괴 시대 ◆


3일 오전 서울 이대앞. 젊은 여성들의 인기 쇼핑 장소인 이대 앞길을 따라 들어선 헤어숍 입구에 '초대박 가격 파괴' '조조 파마 50% 할인'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고급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는 옷가게와 신발가게가 '가격을 쫙 내렸습니다' '60~70% 세일' 등을 내걸고 있다.

불황으로 꽁꽁 닫혀 버린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외식업 등 서비스업은 물론이고 소비재 업체도 본격적인 가격 파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가격정찰제(그린프라이스)를 시행해 온 남성복 업계는 불황에 따른 판매 부진을 견디지 못해 가격 파괴에 나선 대표적인 사례. 매일경제신문이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을 살펴본 결과 유명 브랜드들이 세일 기간도 아닌데 가격표보다 10~45% 할인가격으로 판매했다.

가격정찰제가 정착되는가 싶더니 올 하반기 이후 깊어진 불황에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하자 임의로 깎아주기 시작한 것.

2일 오후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갤럭시 매장은 49만원짜리 추동복 신상품을 28% 할인된 35만원에 판매했다. 로가디스는 54만6000원짜리를 20% 할인해 주겠다고 했고, 마에스트로는 59만원짜리와 54만원짜리 제품에 대해 각각 10% 빼주겠다며 구입을 권했다. 맨스타도 57만4000원짜리를 35만원으로 깎아주겠다며 고객을 유인했다.

가격 할인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백화점에서도 비슷했다. 이날 신세계 강남점의 로가디스는 54만6000원짜리를 "10% 할인해 주겠다"고 했고, 캠브리지멤버스는 39만원짜리 상품에 대해 "사흘간만 29만원으로 깎아준다"며 구입을 권하기도 했다.

가격 파괴는 일선 식당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부라보콘 1개 가격인 1500원짜리 국수가 등장했는가 하면,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한끼 먹을거리인 돈가스와 쇠고기 구이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

국수전문점 '우메마루'는 아이스크림 1개 가격인 1500원짜리 국수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와우돈가스1900'은 1900원짜리 돈가스로 유명한 곳이다. 구이주점 '도누가'에서는 6900원만 내면 삼겹살과 목살을 비롯해 소불고기, 돼지갈비, 닭갈비 등 육류와 오징어, 주꾸미 등 해산물 총 11종 안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 파괴는 보통 할인 폭이 80~90%를 상회한다.

G마켓은 생활용품 도서 음반 등의 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천원숍을 운영 중이다. G마켓은 1000~5000원 상품 약 90만개 제품을 판매하고, 옥션에서는 패션 제품부터 디지털기기까지 최고 90%까지 할인하는 '초특가 코너'를 마련해 최근 한 달 사이 구매자 수가 15%가량 늘었다.

불황에 장사가 없다고 원화값 하락으로 차값을 올려야 하는 수입차도 역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3일 세브링 컨버터블의 2009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차 성능과 연비를 향상시켰지만 차값은 도리어 110만원 내렸다. 렉서스도 LS460 AWD(4륜 구동)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옵션을 올리고 4륜 구동 기능까지 넣었지만 가격은 1억2000만원으로 기존 LS460 일반모델보다 1000만원을 낮췄다.

국산차의 경우 대형차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위주로 가격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제네시스에 대해 200만원, 이달 단종시키는 에쿠스 잔여분에 대해서는 5% 할인과 2008년 8월 이전 재고 500만원, 9월 재고 300만원, 10월 재고 100만원을 추가 할인한다.

할인에 인색했던 르노삼성은 이달 SM7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일단 70만원을 할인해주고 12개월 이하로 할부 구매할 경우 무이자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원화값 급락으로 외국 여행객이 줄면서 항공업계도 비수기와 불황 타개를 위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평균 50만원대인 서울~오사카 왕복 항공권을 32만원에 내놨다. 정상 요금이 50만원대인 서울~광저우 왕복 항공권도 12월 초까지 31만원에 판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고객에게 30% 추가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고 12월 12일에는 항공료를 절반으로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여행사 모두투어는 12월과 1월 상품 조기 예약자에게 동반자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 여행의 경우 동반자는 최대 20만원까지 할인돼 50만원 상품은 30만원만 내면 동남아 여행이 가능하다.

내수산업인 통신서비스에서도 저가 상품 공세가 거세다. SK브로드밴드는 이달부터 인터넷전화에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IPTV)를 묶은 결합 상품을 월 3만3000원(3년 약정 기준)에 내놓았다. 초고속인터넷 하나에만 월 3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는 가정이 많은데 여기에 IPTV와 전화를 묶은 가격 파괴 상품인 셈이다.

[김주영 기자 / 이승훈 기자 / 이명진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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