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불확실 경영처지
2008. 11. 10. 00:0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시나리오 없는 `쪽대본 경영`…투자는커녕 고용·M&A 모두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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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등 국내 3대 제조업 그룹과 거래를 트고 있는 수백개의 협력업체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원청 기업들의 내년도 투자계획 작성이 지연되면서 덩달아 자신들의 경영계획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안산공단의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얘기가 다르고 소문만 무성해 도무지 갈피를 못잡겠다"며 "20년이 넘도록 사업을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푸념했다.
이 같은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이유는 투자결정의 기준이 되는 미래 현금흐름 창출과 자금조달 창구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기업 입장에서 섣불리 숫자를 밝힐 수도 없다.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그 '숫자'를 근거로 자체 사업계획을 짤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사업계획 작성시한까지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할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라며 "협력체들과는 상호 밀착형 협의채널을 가동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기업,'투자를 어찌하나' 고민
최근 시장에 나도는 소문 중의 하나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IT(정보기술)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이 내년에 상당한 정도로 투자를 줄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 '전자 3인방'의 올해 투자규모는 모두 18조원 정도로 국내 제조업 전체 설비투자(80조원) 전망치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수백개 협력업체들에도 구조조정 감산 감원 등과 같은 한파가 몰아닥칠 전망이다. 하지만 3개사는 "당분간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내년 상반기에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할 뿐,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업부와 재경부문 모두 손 놓나
통상 투자계획은 사업부의 입안을 거쳐 재경부문에서 최종 결정된다.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일선 사업부는 투자 확대를 원하고,현금흐름을 관리하는 재경부문은 투자를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올해는 양쪽 모두 일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재경쪽은 위험부담이 큰 설비투자 대신 M&A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국회가 투자규제 완화를 위한 각종 법령을 제때 통과시켜 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현대건설등의 대형 매물들이 대기하고 있고 향후 한계기업들의 도산 등으로 추가 매물이 많이 쏟아져 나올 상황임을 감안하면 한시라도 빨리 출자총액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게 일치된 의견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황인학 경제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전이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견.중소기업 생존에 '올인'
CJ제일제당은 최근 내년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 불필요한 비용은 모두 줄이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동서식품의 경우 통상 9월이면 이듬해 사업계획서 초안이 작성됐지만 올해는 이달 들어서야 기초적인 자료 수집에 나선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소비 심리 냉각 등 변수가 많아 사업계획서가 예년에 비해 2개월가량 늦게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유업도 하반기 들어 소비심리가 워낙 위축돼 내년 사업계획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 회사측은 내년 마케팅 비용을 올해보다 20%가량 줄이고 신제품 출시도 올해보다 3개 정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진다이아몬드는 공기 중에 날아가는 다이아몬드 분진을 포집해 연 3억원 정도의 원가절감을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어떤 형태의 원가절감 노력이든 결과에 따른 책임을 묻지않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경인주물단지에 입주해 있는 주물업체 K사는 낮에는 아무리 캄캄해도 전등을 켜지 않는다. 면장갑은 모두 수거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세탁해서 다시 쓰고 있다. 큰 자석을 이용해 쇳가루까지 박박 긁어모아 재활용하기도 한다.
김동민/김수언/이관우/김진수 기자 gmkd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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