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도는 세계경제
2008. 11. 14. 21:37ㆍ베스트셀러 책 신간
돌고 도는 경제대국 … 다음은 중국이다 [중앙일보]
부의 이동
그렉 클라이즈데일 지음, 김유신 옮김
첫째. 13세기 후반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는 어디였을까. 당시 유럽 최대 도시는 이탈리아의 베니스로 인구가 16만 명이었다. 그런데 이 도시의 인구는 60만 명이었다. 정답은 중국 항저우다.
둘째. 오늘날 세계 최고 부자는 미국의 빌 게이츠로 재산이 570억 달러다. 그렇다면 16세기 제일 부자는 누구였을까. 이 사람의 재산가치를 현재 화폐가치로 따지면 1억700만 달러다. 답은 인도의 거상 비르지 보라다.
이 책에 따르면 정답은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 세계 최고 부국은 미국이지만 13세기에는 중국, 16세기에는 인도였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다고 잘 사는 도시는 아니라는 반박이 나올 법하다. 물론 그렇다. 그래서 지은이는 당시 중국을 방문했던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항저우를 ‘킨사이’로 소개했다고 설명한다. 킨사이는 ‘천상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 도시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찬란한 도시이기 때문에 그렇게 명명했다”는 마르코 폴로의 말을 덧붙이면서.
이 책의 주제는 “세상의 중심은 돌고 돈다”다. 지은이는 13세기 이후 800년간 세계의 중심, 즉 선도 대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폈다. 처음에는 중국이 선도 대국이었지만 이후 인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 일본으로 옮겼다가 지금은 다시 중국과 인도로 이동 중이라고 결론내렸다. “선도대국의 흥망 과정이 800년 동안 지구를 동서로 한 바퀴 돌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빠져 섭섭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금세기가 아시아의 시대라니 잘만 하면 우리도 중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지은이도 네덜란드나 영국이 중심이 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당시 아무도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가.
이 책의 강점은 “왜 이렇게 돌고 도느냐”를 풀어낸 데 있다. 지은이는 강대국의 오만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처음에는 열심히 강대국에서 배운다. 스페인은 이슬람의 해도와 항해술을 모방했고, 네덜란드는 이탈리아의 복식 부기법을 배웠다. 영국은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를 본떠 똑같은 회사를 만들었다.
모방 다음에는 혁신이다. 배운 걸 토대로 해서 신기술과 신산업을 일으킨다. 인도는 면직물, 네덜란드는 조선업과 주식회사 제도, 영국은 증기기관과 산업혁명, 미국은 철도와 유통혁명을 통해 중심국이 됐다. 그러나 누구도 영광을 오래 지속할 순 없었다. “과거의 성공과 가치관, 과거의 사업 방식,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기”때문이다. “수익성이 높고 위험부담이 적은 기회가 널려 있는데 새 사업에 위험하게 돈을 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도중에 개혁을 시도하지만 저항이 극심해 결국은 뻔히 알면서도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국가의 ‘모방-혁신-쇠퇴’는 운명적이란 지적이다.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건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분업과 절대적 비교우위 무역론을 주창한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보다 훨씬 앞서 똑같은 얘기를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이슬람 학자인 이븐 할둔이 14세기에 분업과 전문화를, 18세기 초 중국의 남정원이란 관리가 절대우위설을 주장했단다. 역시 경제학은 태생적으로 ‘강대국의 전유물’이다. 신사의 나라로 자처하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해적질과 밀무역으로 초기 자본을 축적했다는 대목도 기억해둘 만 하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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