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만 있는 몹쓸 공식

2008. 11. 25. 12:4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한민국에만 있는 몹쓸 공식 몇가지



배우 문근영 ⓒ최용민 기자 leebean@

다시 한 번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읽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올해 연예계는 이 시를 몇 번이고 되뇌어야 할 정도로 얄밉고, 분하고,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너무 많았다. 남 잘 되는, 남 잘 하는 일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거지 근성의 폭발에 의식 있는 대다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중 몇 가지를 뽑아봤다.

악플없는 선행은 대한민국엔 없다

지난 14일 KBS '뉴스9'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이랬다. "선행에 악플 다는 대한민국, 과연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맞았다. '기부천사' 문근영의 선행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마치 수학공식처럼, 융단폭격처럼 쏟아진 악플들은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 아니 일부 국민 의식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문근영이 대놓고 선행사실을 알렸다면 모를까, 2003년부터 8억5000만원을 '사랑의 열매'에 기부해온 주인공이 바로 배우 문근영이라는 사실은 스타뉴스가 힘들게 알아낸 '왼손이 한 비밀'이었다.

쏟아지는 악플을 보면서, 여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색깔 논쟁'을 부추기는 일부 인사들을 보면서, 스타뉴스는 왜 '기부천사=문근영' 사실을 세상에 알렸을까, 자괴심마저 들었다. 과연 악플러들은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을까. 그래도 "문근영의 선행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는 또 다른 '기부천사' 김장훈의 말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인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우루루 쏠림은 우리의 힘!


우연히 기획된 게 겹친 것일까. 세상일이라는 게 서로 생각하는 수준이 고만고만한 거니까. 하지만 좀 된다 싶으면 너나없이 몰려드는 세태는 보기에 험하다. 결국 제 살 파먹기일 텐데. 한국영화계가 힘들다 싶으니까 스크린 스타들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안방극장으로 파고들었다. 또한 1930~40년대, 70년대 이야기가 그럴듯하니까 너나없이 이 영화, 저 영화 만들었다. 이른바 영화계에 몰아닥친 '복고바람'.

올 1월31일 가장 먼저 개봉했던 1940년대 경성 사기꾼 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과 '워낙 센' 블록버스터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빼고는 '모던보이' '라듸오데이즈' 등 비슷한 시기, 비슷한 포맷의 영화들은 빛을 못봤다. 1970년대를 파고든 '님은 먼 곳에'와 '고고 70'도 마찬가지. 이들 작품은 확실한 '셀링 포인트' 없이 달리는 서부마차에 올라탔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스크린 스타들의 대거 TV 컴백도 마냥 예쁘고 반갑지만은 않다. 한때는 '스크린이야말로 배우의 최종 목적지'이자 '안방극장은 중간에 거쳐가는 단계'인 것처럼 오만방자하게 인터뷰를 했던 그들이, 어느새 안방극장에 슬그머니 발을 내미는 행태라니. 그것도 우루루.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그들이 안방극장을 풍성케 하며 시청률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느냐, 그것도 아니라는 것. 안방극장을 지킨 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던 중견 연기자들 아니었나. 과연 그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 대비 수익 미창출의 책임과 계면쩍음을 '지금' 느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토끼 모느라 힘들었으니 그만 쉬세요

최근 지상파 방송3사의 개편을 해석할 수 있는 한 가지 키워드는 바로 '토사구팽'이다. 방송사들의 경비절감이라는 미명과 명분으로 마이크를 놓은 MC가 어디 한두 명이랴. 기대치에 못 미치면 교체는 필연이지만, 한꺼번에 여러 명을 '친' 모양새는 그리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다. 그렇게나 처음에는 서로 모셔오려고 애를 쓰고, 호시절 때는 그렇게나 서로의 간판 얼굴이라며 애지중지했던 그들인데.

KBS가 유독 심했다. 이번 가을 개편을 맞아 송해 허참 등 '간판 중의 간판'을 제외하고 무려 17명을 하차시켰다. MC 본인이 먼저 하차를 요구한 경우도 있지만, 임성훈 손범수 이홍렬 왕영은 김제동 등 낯익은 얼굴들의 하차는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다. 개편이 마무리된 후 KBS는 "이들 외부MC 교체만으로 1년에 25억원의 출연료를 절감하게 됐다"며 "며 "앞으로 외부 MC기용 효과를 철저히 분석, 효과가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는 과감하게 내부 MC로 교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BS의 이같은 공언은 그동안 '외부 MC기용 효과를 철저히 분석'하지 못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요즘 같은 경제위기가 아니었다면, 과연 KBS가 이같은 '용단'을 내렸을까. KBS 뿐만 아니라, 경제가 좀만 괜찮아지면 해외 로케 나가기 바쁘고, 스타MC 모시기에 물불 안가리던 방송사들 아니었나. 하긴 경기 안 좋을 때 사람부터 정리하는 건 연예계만이 아니니까.

그러니 스타들이여, 명심할 찌어다. '호시절 잘 나간다 방심 말고, 안좋은 시절 팽 당할까 미리 염려하라'. 더 명심할 찌어다. 대한민국처럼 영화-방송-가요 등 연예계 시장규모 자체가 작은 나라에선, 개인재능에 크게 상관없이 경제 한파와 침체에 따라 언제든지 집단 팽이 있을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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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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