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일 세일 행사

올 3일에 하루 꼴로 세일 행사
불황탈출 자구책… '가짜창립일'까지 만들어
판촉물품 등 협력업체에 부당강요 말썽도

 

• ◇12월 백화점 정기세일 마지막날인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본점 매장이 겨울용품을 고르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이제원 기자

  불황에 시달리는 백화점들이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올해 사흘에 하루꼴로 세일행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의 세일행사는 불황을 탈출하기 위한 자구책이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다 보니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7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빅3’는 1·4·7·10·12월에 정기세일을 했고 3·5·6·9·11월에는 브랜드세일을 했다. ‘빅3’의 월별 세일 기간은 1·3·6·9·10·11월 10일, 5월 12일, 12월 15일, 4·7월 17일 등 각각 123일이나 된다. 사흘에 하루 이상 세일을 한 셈이 된다.
  
  지난해 판매·가격 정상화를 위해 무분별한 세일을 자제하겠다는 취지에서 통상 17일간 실시하던 정기세일 기간을 10일로 단축했으나, 올 들어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7월에 17일, 12월엔 15일로 늘렸다. 불황이 세일 자제 약속을 1년도 안 돼 번복하게 만든 것이다.
  
  지난달에는 ‘가짜 생일’까지 만들어 세일 공세를 했다. 빅3가 ‘창립기념행사’라는 문패를 걸고 정기세일을 무색할 정도로 고강도 세일행사를 펼쳤다. 하지만 백화점들의 창립기념일은 따로 있다. 롯데는 11월15일, 신세계는 10월24일, 현대는 6월15일이다. 이렇듯 태어난 날이 다른데도 약속이라도 하듯 비슷한 시기에 세일행사를 한 것이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세일·할인 행사를 하면서 판촉 물품 등을 협력업체에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1233개 납품업체에 대한 서면 실태조사에서 납품업체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으로부터 판촉 관련해 부당한 강요를 많이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월부터 두 달 동안 실시된 공정위 조사를 보면 판촉행사 시 서면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가 24.6%, 염가 납품 및 사은품 제공을 강요한 경우가 15.2%였다. 또 판촉사원 파견 업체 484개 중 21%는 유통업체의 강요에 따른 것이었다. 심지어 대형 유통업체가 직접 관리하는 직원의 인건비를 납품업체에 전가한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단체들은 “유통업체들이 무리한 세일행사를 진행하다보니 가격 질서가 파괴되고 있다”면서 “특히 협력업체에 대한 부당행위가 도를 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