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8. 23:11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17일 낮 12시 중구 동성로의 한 중국 음식점. 한산한 주변 식당들과는 달리 이곳은 손님들이 외치는 주문 소리로 떠들썩했다. 10개의 테이블에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청소년들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았다.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도 5, 6명이나 됐다. 인기의 비결은 싼 가격이었다. 자장면 1천500원, 짬뽕 2천300원 등으로 다른 중국집보다 2천원가량 쌌다. 조순길(50) 사장은 "1년 전 개업 때부터 현재 가격으로 팔고 있다"며 "최근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손님들이 더 많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마케팅이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1천원대 자장면, 1천900원짜리 돈가스 등 저가 음식뿐 아니라 200원 미용실, 900원 드라이클리닝 등 가격거품을 빼고 박리다매를 내세운 가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맞벌이 직장인인 김형민(32·수성구 범어동)씨는 아침마다 아내와 다툴 일이 사라졌다. 출근 시간 때면 와이셔츠 세탁과 다림질 문제로 티격태격했지만, 900원짜리 세탁 편의점을 이용하면서 이 스트레스에서 해방됐다. 김씨는 "동네 세탁소에 맡기기에는 한 벌에 2천∼3천원씩 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며 저가 세탁소 출현을 반겼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가격을 낮춘 한 세탁 편의점에서는 와이셔츠 한 벌의 세탁과 다림질이 900원이면 가능하다. 정장 상의도 2천400원으로 싼 편이다. 세탁 편의점의 한 점장은 "일주일치 와이셔츠를 다 맡겨도 세탁비가 4천500원으로 일반 세탁소에 비해 아주 싸다"며 "경기 불황 탓인지 신규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앞머리를 단돈 200원에 잘라 주는 미용실도 중구 동성로에 등장했다. 대학생 이모(21·여)씨는 "3주 정도에 한번씩 3천원을 주고 앞머리를 자르곤 했는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늘 했다. 이제 그 돈을 아껴 하루 점심값으로 쓰고 있다"며 좋아했다.
편의점의 삼각김밥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천원짜리 김밥보다 가격이 300원이 싼 삼각깁밥으로 아침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GS 편의점 한 관계자는 "출근시간이면 삼각김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몇백원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의 알뜰 소비가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저가 상품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옥션'에서는 최근 팬티 5장에 100원, 라면 한 박스에 8천900원 등 초저가 상품을 출시해 히트를 쳤다. 'G마켓'도 생활용품, 도서, 음반 등 90만개 제품을 1천∼5천원의 폭탄 세일로 내놓아 대박을 터트렸다. 'GS이숍' 관계자는 "'단돈 1천원 폭탄숍'을 열어 최대 95%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자들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G마켓 측은 "품질만 유지할 수 있다면 저가 마케팅이 불황 속 최고 아이템"이라며 "앞으로도 저가 마케팅에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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