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9. 10:04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스펙이 만능? 기업을 너무 모른다 | |
지난주 기말고사를 마친 대학 3년생 K(26)씨는 곧바로 토익학원에 등록했다. 영어 토익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다. K씨의 토익성적은 890점. 그는 토익점수가 최소 900점은 넘어야 서류전형이라도 통과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올 겨울방학 토익에 ‘올인’ 점수를 930점 정도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K씨는 “토익점수만 900점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왠지 입사가 쉬워질 것 같아 토익에 전념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19일 헤럴드경제의 ‘스펙으로 본 취업’ 설문조사 결과는 구직자들이 막연한 스펙(학력, 학점, 어학성적, 자격증 등 외적 조건)을 쌓기보다는 직종에 맞는 ‘맞춤형’ 스펙을 갖추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울 때 지원자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설문에 응답한 대기업 및 금융기관 인사 담당자들은 최근 지원자들의 스펙이 예년에 비해 월등하지만 업무와 관련 없는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펙 인플레 주범 ‘영어’=설문대상 50곳 중 46곳(92%)이 5년 전과 비교해 지원자의 스펙이 ‘많이 올랐다’ 또는 ‘조금 올랐다’고 대답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펙에 매몰된 한국 사회의 단면으로, 취업난 속에 스펙 인플레이션만 가중됐다는 것이다. 고학력자는 많은데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기업들의 하소연과도 맥을 같이한다.
특히 ‘어느 분야가 가장 많이 올랐나’ 질문(3가지까지 복수 응답)에 34곳과 25곳이 각각 어학성적과 해외연수를 꼽았다. 어학 실력 향상을 위해 해외연수를 떠난다고 상정하면 대부분이 취업 스펙 중 어학 관련 분야가 가장 많이 올랐다고 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구직자들이 단기간에 향상 가능한 계량화된 수치나 경력에 매달려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대학, 기업, 취업 전문가들은 어학성적 하한선으로 토익점수 기준 700~799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굳이 어학점수만 높을 필요는 없다는 것. ‘가장 동떨어진 스펙’ 1위에 어학성적(13곳)이 뽑힌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스펙 인플레로 인한 구직자의 자격증 취득 광풍은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이 증가한 자격증은 MOUS(MS오피스 능력검정자격증)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과 한자능력검정시험 등급이 가장 많이 꼽혔다. 그러나 취업 전문가들의 얘기는 다르다.
취업 전문 포털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은 어학성적과 학력, 자격증 등 일반적인 스펙에 대한 평가를 지양하고 다양한 실무능력을 점검하고자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권에서는 증권투자상담사, 선물거래상담사, FP 등 최근 몇 년 새 ‘금융 스펙 세트’로 자리잡은 것과 함께 국제공인회계사(AICPA) 등의 보유자가 가장 많이 는 것으로 집계됐다.
▶스펙은 수치에 불과=취업 전문가들은 스펙은 수치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해당 업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펙은 입사를 위한 최소 필요조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커리어 관계자는 “취업이 어렵다 보니 좋은 스펙을 가져야 원하는 기업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이 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업이 실제 채용을 진행하면서 반영하는 스펙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기본적인 스펙만 충족한다면 그 다음은 지원자가 얼마나 기업이나 직종에 잘 맞는가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스펙을 올리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스펙이 무엇인가를 살피고 전략을 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역시 증권 3종 세트(증권투자상담사ㆍ선물거래상담사ㆍ금융자산관리사) 또는 금융권 5종 세트(3종 세트에다 재무위험관리사와 증권분석사) 보유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인사 담당자 얘기는 다르다. 스펙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요건으로 도전정신과 열정을 높게 사고 있는 것. 한 은행 인사 담당자는 “스펙은 최소한의 자격 기준이며 입사 후 적응 속도나 업무능력은 지원자의 의지와 성품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도 “다른 스펙보다도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본인 스스로 답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채용과정에서도 면접관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ㆍ김상수 기자(imi@heraldm.com) |
'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화점 선정성 논란 (0) | 2008.12.19 |
---|---|
올해 개그맨 유재석 (0) | 2008.12.19 |
소득세 환급,부가세 양도소득세 확대 (0) | 2008.12.19 |
올해 직장인 사자성어 (0) | 2008.12.19 |
현명한 투자가 (0) | 2008.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