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때 우산 우리은행

2008. 12. 20. 09:58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18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내 ‘중소기업 금융 애로 상담 전담 창구’에서 우리은행 직원들이 중소기업 대출상담을 하고 있다. 김선규기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가계대출 부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가계 프리워크아웃(Pre-Workout) 제도’를 시행키로 하고 시중은행들에 제도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금감원이 권고한 가계 프리워크아웃 제도는 이미 우리은행이 2005년부터 자체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금감원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정례 감사를 진행하다가 발견해 좋은 제도라고 판단, 전 은행에 권고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은 국내 유일의 토종은행인 데다 정부가 대주주라는 점에서 상업적 경영과 함께 사회공익적 측면도 각별히 중요시하는 독특한 성격의 은행이다. 우리은행에 유독 개인과 중소기업의 신용회복을 위한 지원제도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만의 지원으로 승부한다 = 우리은행의 개인 신용 회복에 대한 지원제도는 다른 은행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언급한 가계 프리워크아웃. 경기침체나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때 잠재부실여신 증가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05년 1월 도입했다. 이는 잠재부실여신 중에서 향후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여신에 대해 만기연장이나 금리감면 등 채무조정을 통해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대출 만기 도래 시 영업점에서 해당 고객에 대해 프리워크아웃 대상 해당 여부를 결정하면 본점 내 집중관리반에서 만기연장과 재약정 등을 진행하게 된다.

지난 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회봉사 채무감면제도도 우리은행만의 독특한 지원제도다. 채무 원금 500만원 이하인 생계형 소액 연체자 20여만명을 대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하면 하루 8시간까지 시간당 3만포인트(1포인트=1원)를 부여하고 헌혈 시에도 30만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채무를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다. 16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가 이 제도로 채무를 변제한 박기영(56·가명)씨는 “봉사활동도 하고 빚도 갚는 일석이조의 효과 덕택에 사회공헌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상생’한다 =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신용 지원제도는 무척 다양하다. 그중에서 최근 시행에 들어간 대표적 지원제도는 ‘상생펀드’. 11월25일 포스코와 1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상생펀드를 조성키로 하고 포스코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STX와도 협약을 체결하고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STX가 우리은행에 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예금을 가입하고 우리은행은 여기에 500억원을 지원했다. 이 자금은 STX의 추천을 받은 협력회사들에 저리로 대출된다.

유동성 부족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반을 내년 6월까지 운영, 키코(환헤지용 파생상품) 등으로 피해를 본 거래기업이나 건설업체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또 금융 애로 상담반과 무역금융 애로 상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특히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여신에 대해 연장 및 분할상환대출금 납입 유예조치를 취하고 있다.

◆‘경영설계’도 지원 = 중소기업들에 경영 컨설팅 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돈을 주는 것에서 나아가 돈을 버는 방법까지 전수하는 것이다. 역시 지난 2001년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도입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전문적인 컨설팅 방법론을 활용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 컨설팅과 중소기업 자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경영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는 지원 컨설팅 등이 운영되고 있다.

‘백년대계 컨설팅’은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위해 만든 제도다. 안정적인 소유권 이전과 조직운영 방안을 수립해주며, 기업의 이익구조와 자산구조 등을 평가하는 세무 진단 서비스가 제공된다. 인사와 조직 진단을 통한 조직운영 방안도 마련해준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 2005년 1월 ‘아름다운 가게’에 대해 물류 효율화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향상 컨설팅을 실시했고, ‘구세군’에서도 내부조직 구조 합리화 및 종합적인 자산구조 관리 컨설팅을 진행했다. ‘천주교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본부’에는 매출 증대 및 원가 절감을 통한 운영 효율성 방안을 제시해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향후 미래성장 유망업종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제도와 중소기업 재활력화 지원 컨설팅 제공을 계획하고 있다”며 “경영 악화가 예상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진단과 함께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