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봐야 돈벌지..

2008. 12. 21. 12:46생활의 지혜

부자들 “멀리 봐야 돈벌지..” 분주한 발걸음

파이낸셜뉴스 12/16 06:20
#1. 서울 대치동에 거주하는 박기남씨(50·남)는 지난해 퇴직금과 적금을 깬 자금 3억원을 거치식 펀드에 투자했다. 증시 폭락에 지난 10월 기준, 펀드 원금은 1억7000만원으로 낮아졌다. 박씨는 이 펀드를 이번에 대학에 입학하는 딸 앞으로 증여를 결정했다. 원금이 3억원일 경우 증여세는 3960만원, 하지만 1억7000만원이 원금일 경우 증여세는 1620만원으로 낮아졌다. 박씨는 무려 2340만원, 약 60%의 증여세를 절감했다.

#2. 서울 반포동에 사는 김희순씨(58·여)는 최근 분양을 시작한 서울 반포동 자이 아파트 117㎡를 눈여겨보고 있다. 서초구 3.3㎡당 평균 매매가가 올해 초 32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 떨어지고 내년 상반기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돼 내년 결혼을 앞둔 아들 몫으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 줄 계획이다. 김씨는 내년 5월을 목표로 현금을 확보하고 단기에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불리고 있다.



부자들이 신이 났다.

금융시장 불안에 투자원금 손실로 고민하던 것도 잠시 자산 가치가 줄어든 틈을 타 자녀들에 증여를 통해 ‘부의 기회’를 물려주고 있다. 금융자산 평가액이 줄어들면 그만큼 증여세가 낮아져 자동 절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원금이 깨진 상태이지만 자녀들이 자랄 때 까지 최소한 10년 간의 투자수익을 생각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상속·증여세율 인하가 보류되면서 가격이 바닥일 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증여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는 모습이다.

■펀드와 주식 물려주자

반토막난 펀드와 청산가치 이하로 하락한 주식은 가장 좋은 증여 대상이 된다.

펀드 증여는 증여하고자 하는 날짜에 부모 명의로 돼 있는 펀드계좌를 자녀명의 계좌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증여가액은 증여세 납부를 위한 재산의 가치로 증여일 현재 평가액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금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증여세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원금하락보다 더 가파른 절세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증여 후에 주가가 올라 금융자산 평가액이 늘어나더라도 당연히 추가 증여세는 없다.

주식도 마찬가지. 최근 주가 폭락에 청산가치(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밑도는 주식이 수두룩해 자녀 앞으로 싼값의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상장 주식을 증여할 경우 증여하고자 하는 날짜에 자녀명의 계좌로 주식을 대체하게 된다. 증여일 전후 2개월의 종가 평균액이 주식의 평가액이 된다.

정민호씨(45·남)는 지난 10월 아들에게 당시 8000원이던 A기업 주식 3500주를 증여했다. 하지만 2개월 후 평가해 보니 A기업 주가가 주당 1만2000원으로 오르면서 전체 평가액이 350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증여세 면세 기준인 3000만원을 초과한 것. 이럴 경우 500만원을 3개월 이내 아들 계좌에서 정씨 계좌로 반환하면 당초부터 500주 증여는 없던 것으로 인정되면서 500만원에 대한 증여세는 납부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증여에 주의할 점도 있다고 당부했다.

국민은행 이정걸 재테크팀장은 “최근 펀드 증여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지만 펀드 증여가 전산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기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면서 “실제적인 증여가 가능한지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 금융기관에 먼저 분명한 확인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채권투자로 원금을 불려라

내년 상반기쯤을 부동산 투자 최적기로 생각하고 ‘원금 불리기’에 열심인 부자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투자상품은 ‘채권’이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하고 콜금리가 3%까지 낮아지면서 안정적이고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는 채권투자가 각광받고 있는 것.

은행과 증권사들은 지난 9월 이후 높은 금리를 주는 채권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고객들에 휴대폰 문자나 e메일을 통해 상품 정보를 제공해 왔다. 여유자금을 많이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이 타깃이 됐다.

최근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채권 금리도 많이 낮아졌지만 지난달 까지 판매된 고수익 채권상품은 신용등급이 A급 이상인 우량 은행채가 대부분이며 세후 금리가 7.6∼7.8%에 이르는 상품도 많이 출시됐다.

우리투자증권(주가,차트)에 따르면 15일 기준 판매되고 있는 인기 고위험 상품을 살펴보면 현대카드132 채권은 74일을 투자해 세후 4.30%의 수익률을 낼 수 있고 삼성카드(주가,차트)1783 채권은 세후 6.61%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우리투자증권(주가,차트) 김종석 용산지점 차장은 “현금 보유가 많은 고액 자산가들은 이미 지난 10월부터 채권에 투자해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큰 수익을 올려 왔다”면서 “최근에는 채권 수익률의 만기별 차이를 이용해 일정 만기 채권을 매수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매도해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 이득을 얻는 채권 수익률 곡선타기 전략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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