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비지니스모델 특화

2009. 1. 2. 09:49분야별 성공 스토리

한국 `작지만 강한` 비즈니스 모델로 특화를

 

 

[매일경제] 2008년 12월 29일

 

◆새길 찾는 글로벌 IB 재편 현장을 가다 ⑤◆

40년 역사를 가진 호주 맥쿼리그룹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작지만 강한(Small but Strong)' 업체로 꼽힌다.

100년 이상 된 미국 IB들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은행 금융 자문 투자 및 펀드 운용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9월 말 현재 자산 규모는 2250억호주달러(약 200조원)로 국민은행(274조원) 우리은행(247조원)보다 작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3.7%로 국내 선두 은행인 국민은행(15%)을 크게 앞선다.

맥쿼리의 양호한 실적은 교통 통신 도로 항만 공항 등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스트럭처 '특화전략'에 기인한다.

존 워커 한국맥쿼리 대표는 "잘 아는 곳에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한국 같은 후발주자는 대형 백화점식 IB를 지향하기보다 전문성을 갖춘 분야에 특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더불어 본격 'IB시대'를 여는 한국에도 지금의 금융위기는 위기이자 기회다.

위기 이후 증권회사들이 명실공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수 IB로 성장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또 금융당국이 수행해야 할 '도우미' 역할은 무엇일까.

매일경제신문의 '새 길 찾는 글로벌 IB 재편 현장을 가다' 기획취재팀이 미국 유럽 홍콩 일본 중국 등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결과 'IB는 변화할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키워드를 얻었다.

전문 분야 특화와 인재 영입 시급 =
앨리스터 스카프 메릴린치 아ㆍ태 금융연구소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단독으로 인터뷰하면서 "한국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동반자가 될 경쟁력 있는 IB가 필요하다"며 "모든 금융회사가 글로벌 IB를 하겠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해외 업무를 지원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떠오르는 기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특화된 자금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을 개척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과거 한국의 발전성을 쫓아오고 있는 동남아시아 등 틈새시장이 한국 IB들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며 "한국 증권사도 이제 위탁매매업(브로커) 위주의 소매금융에서 벗어나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고 새 길을 찾고 있는 글로벌 IB 전문인력을 대거 스카웃하는 것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다.

30년간 IB에 몸 담아온 한 일본계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금융이 빨리 도약하려면 글로벌 IB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적극 영입해야 한다"며 "외국인에 대해 유난히 배타적인 기업문화부터 확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겸업화는 이미 세계적 대세 =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M&A 기업금융에 치중하는 순수 IB는 이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며 "통합금융시대에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CIB(상업은행+투자은행) 모델을 찾아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1933년 글라스-스티걸법에서 정한 '은행-증권 분리' 원칙으로 탄생한 순수 IB 모델은 최근 '서브프라임 태풍'으로 75년 만에 사실상 퇴출 운명을 맞았다.

한국에선 내년 2월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은행 중심의 단순한 금융 시스템을 증권시장과 결합한 CIB나 '유니버설 뱅크'로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야당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자통법 시행을 늦추거나 골격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게 글로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장원 현대증권 도쿄지점장은 "망하는 것이 두려워 새 일을 벌이지 않겠다는 건 '빅5' IB 등 부자들이나 해야 할 고민"이라며 "무서우니 시작도 하지 말자는 것은 우리 같은 신흥주자(프런티어)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신 선진국 IB들의 실패를 거울 삼아 위험관리 등 내부통제 시스템(Compliance)은 대폭 강화해야 한다.

현상순 홍콩우리투자금융 대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리스크 관리 기법과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 핵심 영역인 M&A 중개ㆍ자문 업무를 활성화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지나치게 까다로운 M&A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UBS 홍콩법인의 M&A 전문가인 권영범 전무는 "M&A시장은 경기가 좋든지, 나쁘든지 항상 존재하는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영역"이라며 "수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로펌, 회계법인과 연계된 시스템이 완벽한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스카프 소장은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증권사 수가 너무 많아 공급 과잉 상태"라며 "시장에서 증권사 간 자율적 M&A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 설진훈 기자 (증권부-일본) / 최은수 차장 (홍콩) /이한나 기자 (미국) / 김동은 기자 (중국) / 이소아 기자 (호주) / 이재화 기자 (영국ㆍ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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