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고위공직자 영입

2009. 1. 10. 09:5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작년 말 사표를 제출한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출신 고위공직자들을 영입하려는 대형 로펌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그동안 경제 관련부처 고위공직자들이 로펌으로 직행(直行)해 사실상 '대(對) 정부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이번에도 그 행렬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세청 출신이 영입 1순위

법무법인 화우는 "연말에 사표를 낸 고위 공직자 몇 명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 중"이라고 했다. 화우는 우선 최근 사직한 공정위 출신 사무관을 '전문위원'으로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관계자는 "접촉 중인 영입 대상이 어느 부처 출신인지 밝힐 수 없다"면서도 고위 공직자 영입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엔 김용덕 전 금감위원장이 법무법인 광장에 고문으로 영입됐고, 법무법인 세종은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로펌들의 영입 1순위는 국세청 출신이다. 과세(課稅) 관련 사건을 맡으려면 전문성뿐만 아니라 국세청의 내부 조직을 잘 아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세무조사에 맞서 실무진들을 조율하고, 세무조사 무마 혹은 과세액 경감을 위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작년 말 사표를 낸 정병춘 국세청 차장, 김갑순 서울지방국세청장, 조성규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의 거취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앤장과 화우가 이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앤장'에는 15명의 고문 중 국세청 출신이 6명(40%)이나 된다. 서영택 전 국세청장과 이주석·전형수·황재성 전 서울지방청장 등 거물급이 포진해 있다. 작년 1월 국세청이 '김앤장'에 대해 처음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가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경우 홈페이지에 공개된 27명의 고문 중 고위 공직자 출신이 16명이다. 이 중 4명이 국세청, 2명이 공정위 출신이고, 나머지는 경제·노동 관련 부처 출신이다. 이 밖에 세종은 8명, 율촌은 6명, 광장은 3명의 고위 공직자 출신 고문을 두고 있다.

◆현행법상 로펌행(行) 제한할 수 없어

로펌들은 왜 이런 인사들을 선호할까.

법조계의 한 인사는 "출신 기관과의 업무를 원활하게 하고 사건도 수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어 여러모로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영입된 고위공직자들이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아직 로비스트가 합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역할을 불법에 가까운 편법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작년에 행정안전부는 법이 규정하는 분야의 퇴직 공무원이 기존 업무와 연관된 기업 또는 로펌 등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공무원들의 반발 등으로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퇴직 직전 3년간 행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 사기업체에 퇴직 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로펌은 법이 정한 사기업체 기준에 걸리지 않아 취업 제한이 없는 상황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펌들은 "다양한 전문 지식을 가진 구성원을 보유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또한 법률시장 개방을 앞둔 '생존 전략'"이라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