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보여줄 위기극복

2009. 1. 28. 00:42지구촌 소식

도요타가 저리 되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인터넷 포털에서 '도요타'라는 검색어를 넣고 도서 검색을 해 봤더니 말이죠.

'도요타 방식' '도요타 판매전략' '도요타 제품개발의 비밀' '도요타처럼 OO하라'

 

요즘에 와서는 이 책들 잘 팔릴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배울 것도 많고 따라할 것도 많은, 똑같이만 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제조업계의 절대 고수.

적자, 감산, 감원... 도요타가 이런 단어와 함께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게 될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을 예견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과연 있기는 할까요.

 

세상 모든 일이 결과론을 이야기하기는 참 쉬운 일이지만...

요즘 스타일 많이 구기고 있는 도요타, 그 결과를 갖고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보죠.

도요타의 부진이 예견됐다고 하면 좀 오버고... 그들이라고 완전무결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얘기입니다.

 

기아자동차 해외 부문에 근무하는 한 임원을 만난 일이 있는데요.

도요타가 생산대수로 GM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하던 때였죠.

그 해는 아니었지만 2008년에 실제로 그렇게 됐고요.

단순히 세계 1위라는 차원이 아니라 도요타는 점차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나아가 전 산업계에서 신화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죠.

 

"도요타는 정말 대단합니다."

대단할 것 없는 한마디를 던졌는데 그 분 대답이 다소 의외였습니다.

"도요타가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요즘 도요타 내부의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점차 관료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의사 결정이 늦어진다고 하는 얘기도 있고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성기와 쇠락기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얘기도 주고받았고요.

 

또 한 가지 기억이 나는 것은 2007년 7월에 일본 니가타현에서 지진이 났을 때 일인데요.

그때 도요타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이 조업을 못하게 되면서 도요타도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이 있었습니다.

부품 공장이 멈추면 자동차 공장도 멈춘다는 것이 지금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죠.

그러나 이건 원래부터 당연한 건 아니었고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든 게 바로 도요타입니다.

 

JIT(Just In Time)라고 불리는 도요타 특유의 생산방식 있잖아요.

부품을 협력업체에서 받아와서 완성차 라인 옆에 쌓아놓고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딱딱 받아서, 끼워 맞춰서 만들어 내보내는 시스템이요.

 

만약 부품을 대량으로 받아서 창고에 넣어두고 완성차를 만드는 시스템이었다면 지진 때문에 부품업체가 공장을 못 돌려도 도요타 공장은 얼마 동안은 계속 돌아갔겠죠.

그렇다면 JIT가 틀린 것이냐.

그렇게 단순하게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도요타를 세계 1등에 올라설 수 있게 한 그 생산 방식, 도요타만의 비법이 오히려 허점으로 드러났던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자동차산업에서 규모의 경제, 일정 정도 이상의 규모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한대로 커지는 게 좋은 건 아니지 않느냐...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세기의 합병'이 결국 실패로 끝난 데서도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이고요.

GM이나 포드도 덩치가 작아서 골골거리고 있는 건 아니죠.

 

도요타도 마찬가지인데요.

도요타는 2010년 연간 생산량 1040만대를 목표로 전세계에서 생산설비를 계속해서 늘려왔습니다.

그런데 공장 짓고 라인 깔아놓았는데 지금처럼 차 안 팔리면 멀쩡한 공장 세워 놓아야 되고 뽑아 놓은 종업원 잘라야 되고 안 자르면 인건비만 나가고... 손해가 더 커질 뿐입니다.

 

글로벌오토뉴스의 채영석 국장이라고 국내 최고의 자동차 기자로 손꼽히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이 인용한 통계를 잠깐 옮겨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요타는 2008년에 전세계에서 897만대를 팔았는데 이게 7년 전과 비교하면 1.5배 늘어난 거래요.

근데 같은 기간에 설비투자액은 1.7배, 종업원 수는 1.5배, 감가상각비는 1.5배 늘어났다고 합니다.

규모가 수익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도요타 또한 그랬다는 거죠.

창업주의 손자로서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 토요다 아키오 부사장이, 사진에 있는 사람이요, 기존의 글로벌 전략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배경이 있기 때문일 테고요.

전세계에서 만든다는 전략이 지금은 전세계에서 인력을 감원해야 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잖아요.

현대자동차가 해외 공장 건설을 잠시 유보하겠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요타의 지난 70년 역사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도요타가 있는 건 그때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기 때문이고요.

다시 또 새로운 위기가 왔고 도요타는 또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할 겁니다.

도요타가 맞은 새로운 위기와 그 배경,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보여 줄 위기 극복 과정...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 다른 관점에서 도요타를 바라봐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