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인공눈 실험

2009. 2. 23. 18:5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기상청 인공강설 실험 현지르포 "메마른 대관령에 인공눈 내렸다"

23일 오전 11시 40분께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에 눈발이 날렸다. 진눈깨비 수준의 눈이지만 가뭄으로 시름하는 이 지역에는 보석 같은 눈이었다.

하지만 이 눈은 하늘에서 내린 자연 눈이 아니다. 기상청이 인공강설 실험으로 만들어낸 인공 눈이다.

이에 앞서 23일 오전 9시 50분 강원도 대관령 2㎞ 상공에 희뿌연 연기가 날리기 시작했다. 오전 8시 50분에 김포공항을 떠나 대관령 상공을 날던 6인승 경비행기 양쪽 날개에서 뿌려진 이 물질은 `액체질소`. 액체질소는 때마침 불어온 북동풍을 타고 대관령 상층부에 위치한 구름과 뒤섞여 잠시 후 낙하 지점에서 4~5㎞ 떨어진 용평스키장까지 날아가 싸라기눈으로 변했다.

같은 시각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산턱에 위치한 관측센터에서도 `인공 눈 내리기`가 한창이었다. 이명주 국립기상연구소 연구원 등 연구팀 12명은 산소통 2개에 호스를 연결해 관측센터 지붕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살포했다. 앞서 항공실험과 별도로 인위적으로 대기 기온을 낮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안개 등 미세 수분입자를 눈으로 바꾸는 지상실험이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산 중턱에 위치한 기상청 관측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안개 등을 눈으로 바꾸는 인공강설 실험을 하고 있다. <이지용 기자>
기우제를 위해서는 `손 없는 날`을 골라야 하듯 이날도 고르고 고른 끝에 택일 받은 날이다. 인공강설 실험을 위해서는 풍속, 풍향, 안개, 습도, 기온, 구름 조건, 구름 모양 등 일곱 가지 조건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 연구원은 "이달 중순 1차적으로 날을 잡았는데 바람이 예상보다 약해지는 바람에 아깝게 실험을 포기한 적도 있다"며 "어제는 밤하늘 달을 보며 제발 실험하게 해달라고 기원한 후 잠을 잤을 정도"라고 말했다.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을까. 다행히 이날은 기상조건이 완벽했다. 강릉에서 대관령 방향으로 눈 씨앗을 뿌려줄 때 바람을 타고 넘어올 수 있는 `동풍`이 불었고 풍속도 2m/s 안팎이었다. `눈 씨앗`으로 사용되는 액화질소와 요오드화은(AgI)이 구름 속 수분과 결합해 목표 지점으로 천천히 이동할 수 있는 적정한 세기다. 그래도 연구팀은 종일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항공 실험은 강릉에서 김포공항까지 5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1차 비행에서는 액체질소를 강릉과 대관령 사이를 구름 위에서 오가며 뿌리고, 2차 비행에서는 같은 지점에 요오드화은을 분사했다. 둘 다 구름 속 수분이 빗방울로 자라지 못할 때 던져주면 수분이 폭발적으로 달라붙게 해 빗방울이나 눈으로 만드는 일종의 `촉매` 구실을 한다.

요오드화은이 뿌려진 후 30분여가 지났을까.

용평리조트 스키장 관측소에 좁쌀만 한 눈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양은 미미했지만 `성공`으로 판명해도 좋을 만큼 관측소 안 레이더에선 붉은 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김금란 기상청 과장은 "비나 눈 등 대기상 변화가 레이더에 붉은 선으로 표시되는데 이게 기상변화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두달 후 각종 관측값을 모두 분석한 뒤에야 성공인지 실패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같은 시각 인근 속초 강릉 등 대부분 지역에서는 오전에 내리던 눈이 비로 변한 반면 용평리조트에만 눈발이 간간이 내렸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구팀은 좁쌀만 한 눈결정체에서 희미하게나마 가뭄 해갈의 `희망`을 엿봤다.

문제는 장비와 예산이다. 실험에 참가한 이규원 경북대 교수는 "지상 실험기기야 수천만 원 수준이지만 항공실험 장비는 최소 2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우리가 지난 4년간 인공강설 실험에 투자한 비용은 고작 1억5000만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대관령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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