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4. 20:48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지난 16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각막을 기증한 직후 이 병원에서 각막 이식수술을 받은 A(여·73)씨〈본지 2월 18일자 A1면 참조〉가 23일 수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퇴원 수속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병원을 나섰다. 17일 오전 "각막이 준비됐다"는 전화를 받고 서울성모병원에 달려올 때만 해도 A씨는 1~2m 앞을 간신히 구별했다. 복도를 걸을 때면 아들(42)의 손을 꼭 붙들었다. 잠시만 아들이 곁을 비워도 "아들아, 거기 있나?" 하고 찾았다.
그런 A씨가 이날은 남편(75)에게 가볍게 기댄 채 아들을 앞세우지 않고 앞장서 병원 복도를 걸어나갔다. 아들(42)이 "제가 앞서 갈까요?" 하자 A씨는 "됐다! 인자 다― 보인다" 했다. 아들을 바라보며 "좀 뿌옇기는 해도 네 얼굴이 잘 보인다"고 좋아하기도 했다. A씨의 남편과 아들은 "이런 큰 은혜를 입을 줄 몰랐다"며 "우리 부자(父子)도 장기 기증을 서약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19살 때 고향에서 나뭇가지에 찔려 오른쪽 눈을 잃었다. 이후 왼쪽 눈 시력마저 떨어져 50년 가까이 집에서 지냈다. A씨는 1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각막 이식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서울성모병원 김만수 교수는 "A씨의 원래 각막에 기증자의 각막을 이어 붙인 곳이 아물려면 1년쯤 걸린다"며 "그 뒤에는 안경을 쓰면 교정시력이 0.2~0.3까지 회복돼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A씨와 같은 날 서울성모병원에서 각막 이식수술을 받은 B(70·경북)씨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20일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B씨는 병원에 "추기경님의 각막을 이식받았느냐"고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병원측은 "규정상 각막 기증자의 신원은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주위의 도움 없이 혼자서 아들 차에 올라탄 A씨는 "이제야 손주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며 "내가 정말 김 추기경님의 각막을 받은 것이라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영광"이라고 했다. A씨 가족은 A씨가 시력을 온전히 회복하는 대로 가족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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