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보다 비싼 플라스틱

2009. 2. 23. 22:5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2009-02-22 16:39:05


지난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날아간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겼다. 영하 120도에서 영상 250도까지를 넘나드는 극한의 환경에서 암스트롱과 달 착륙선을 지켜준 것은 무엇일까. 그 정답은 지난해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며 입었던 ‘소콜’ 우주복 소재로 사용한 ‘폴리이미드(Polyimide)’이다.

그간 ‘플라스틱의 왕’으로 불리는 폴리이미드는 미국 등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폴리이미드 개발에 뛰어든 우리나라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단 이미혜 단장을 만나 폴리이미드의 세계를 알아봤다.

■금보다 비싼 꿈의 소재

폴리이미드는 탄소와 질소로 구성된 오각형의 고리 모양(이미드) 구조가 반복된 고분자다. 휘는 성질이 있으면서도 영하 260도부터 영상 550도까지의 극한 환경에서도 성질이 잘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폴리이미드는 금속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폴리이미드에 흑연을 약간 첨가하면 알루미늄과 비슷한 팽창계수를 지닌 물질로 변한다.

폴리이미드는 광범위한 온도 영역에서도 전기적 절연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 어떤 악조건에서도 절연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폴리이미드는 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돼도 형태 및 기계적 물성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실제 가솔린이나 윤활유에 오랫동안 넣어 놔도 녹아내리거나 약해지지 않는다. 이 밖에도 폴리이미드는 ㎠당 1만 7000㎏의 하중을 견딜 만큼 강도도 세다.

이 단장은 “최근 금값이 많이 올라 가격이 역전됐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폴리이미드는 금보다 비쌌다”면서 “이는 가벼우면서도 여러 성질이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에서 개발하고 있다

폴리이미드는 우주항공 및 군사적 목적으로 지난 1965년 탄생됐다. 당시엔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일부에서만 사용했고 사용 분야도 우주복, 비행기 날개 등 특수한 분야로 한정됐다. 실제 1970년 미국은 ‘F16 전투기’ 날개를 폴리이미드로 만들어 전투기 무게를 무려 26% 줄였다.

폴리이미드의 사용 범위는 198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확대됐다. 미국 인텔사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 전기절연성이 좋은 폴리이미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가벼운데다 불에 잘 타지 않는 폴리이미드는 선박뿐만 아니라 잠수함의 내장재로도 쓰였다. 또 열에 잘 견디는 성질 때문에 자동차 엔진 주변 부품의 소재로 쓰이는 등 기계 분야에서도 각광받았다.

최근엔 폴리이미드의 영역이 정보기술(IT)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폴리이미드는 휴대폰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회로에 사용된다.

이 단장은 “휴대폰이 작아지며 내부를 구성하는 회로도 촘촘해졌다. 절연성이 좋은 폴리이미드를 필름으로 만들어 그 위에 구리로 회로를 만들면 전기도 잘 막아주고 신호간섭도 적다”고 설명했다. 또 접는 휴대폰에 사용하는 회로도 폴리이미드 필름 위에 만든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안에도 폴리이미드는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액정아래에서 액정이 한쪽 방향으로 균일하게 배열되도록 도와주는 액정배향막이나 컬러필터 등에 모두 폴리이미드가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 단장은 “지금 전 세계 연구자들은 폴리이미드를 ‘오래됐으나 새로운 물질’이라고 부른다”면서 “앞으로 개발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새로운 폴리이미드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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