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세금 바꾸자

2009. 2. 26. 00:10이슈 뉴스스크랩

'시대착오적' 車세금 바꾸자

세금 종류만 12개‥가구당 1대, 연간 187만원 부담

취득단계 6조3천억, 보유단계 2조9천억, 운행단계 21조5천억 과세

자동차 '개소세'폐지하고 복잡한 세금구조도 고쳐야

세제 간소화 차원의 대승적 개편 '시급'

경기도 안양 지역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해 1월 SM5(1998cc) 자동차를 2235만원에 구입했다. 취득세와 등록세, 공채 등 추가 비용으로 200만원 정도 들였다.

지난해 6월과 12월에는 총 52만원의 자동차세, 교육세도 부담했고, 서울의 직장으로 출퇴근하면서 매월 20만원씩 총 240만원을 휘발유값으로 썼다. 휘발유값의 60% 가까이가 세금이니 거의 144만원 정도의 세금을 부담한 셈. 

즉 A씨가 1년동안 자동차를 구입하고, 보유·운행하면서 낸 세금만 700만원에 육박한다. 

 최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1600만대를 넘어섰으며, 1가구당 1대씩 보유하고 있다. 이쯤이면 자동차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지만, 자동차에 붙어있는 세금은 여전히 무겁다.

우리나라 자동차에는 취득에서 보유·운행단계까지 12개(공채 포함)의 세금이 붙는다. 자동차 관련 세수는 2007년 기준으로 30조원을 돌파, 전체 세수입의 15.5%를 차지했다.

자동차에 대한 세금을 무겁게 하는 이유는 에너지 절약과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측면이 있고, 정부로서도 중요한 재원마련 수단이기 때문.

지난해 정부가 고유가 충격흡수를 위해 3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내리고, 최근에는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자동차 구입단계의 개별소비세를 30% 감면해주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多)세금 구조'에는 변동이 없다.

그러나 자동차는 더 이상 '고가의 물품'이 아닌 '생활 필수품'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개별소비세(舊특별소비세) 품목에서 제외하고, 재산세보다 무거운 보유단계의 자동차세 부담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정세목에 덤으로 얹은 교육세, 지방교육세, 주행세 등 부가세(Sur-tax)를 비롯해 유사한 형태의 취득세와 등록세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자동차 세금구조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자동차 세금만 총 12개= 우리나라 자동차에 대한 세금구조를 들여다보면 취득-보유-이용단계에 총 12개의 세금이 부과된다.

우선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개별소비세(공장도가격의 5%)와 교육세(개별소비세액의 30%), 부가가치세(출고가격의 10%)가 포함된다. 차량등록을 하려면 취득세(출고가격의 2%), 등록세(출고가격의 5%), 공채(배기량에 따라 4~20%)가 붙는다.

매년 6월과 12월에는 자동차세를 내는데, 비영업용 승용차는 배기량에 따라 ▲800cc 이하 cc당 80원 ▲1000cc 이하 cc당 100원 ▲1600cc 이하 cc당 140원 ▲2000cc 이하 cc당 200원 ▲2000cc 초과 cc당 22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또 자동차세액의 30%는 교육세(Sur-tax)로 추가 부담한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연료에 대해서도 세금이 붙는데, 휘발유와 경유에 각각 리터당 514원, 364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되고, 여기에 36%의 주행세와 15%의 교육세가 추가로 붙는다. LPG에 대해서도 kg당 275원의 개별소비세와 15%의 교육세가 부과된다.

이들 유류세에는 10%의 부가가치세가 붙어 주유소의 소비자가격을 형성한다.

□ 1가구당 자동차 1대꼴, 세수 30조원 돌파=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이미 '1가구 1자동차' 시대에 돌입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국내 자동차 총 등록대수는 1679만4287대로 자동차 1대당 인구수는 2.9명(승용차 3.9명), 자동차 1대당 가구수는 1.0가구(승용차 1.3가구)였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1248만3809대(74.3%) ▲화물차 316만845대(18.8%) ▲승합차 109만6726대(6.5%) ▲특수차 5만2907대(0.3%), 연료별로 보면 ▲휘발유 825만6776대(49.2%) ▲경유 613만6927대(36.5%) ▲LPG 232만1273대(13.8%)로 집계됐다.

지난 2007년 자동차로 인해 거둬들인 세수는 30조7000억원으로 국가 총 세수의 15.5%를 차지했다. 이는 2006년의 26조8000억원에 비해 약 4조원 가량 증가한 수치.

단계별로 보면 개별소비세·교육세·부가가치세·취득세·등록세 등 '취득단계'에서 6조3000억원으로 전체 세수의 20.3%를 차지했고, 자동차세·교육세 등 '보유단계' 세금은 2조9000억원으로 9.6%, 유류 개별소비세·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 등 '운행단계세금'은 21조5000억원으로 70.1%를 차지했다.

자동차 1대당 연간 부담한 세금은 187만1000원으로, 2006년 168만5000원에 비해 1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외국의 자동차 세금은?=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자동차 관련 세목이 4~7종류에 불과, 12개의 세목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에 비해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은 취득단계에서 운행단계까지 판매세, 등록세, 연료세·소비세로 4개의 세금이 붙고, 일본은 소비세·취득세, 중량세·자동차세, 휘발유세·지방도로세·소비세 등 7개의 세금이 부과된다.

독일과 영국 역시 취득에서 운행단계까지 부가세, 자동차세, 소비세(연료세)·부가세 등으로 4개의 세금이 부과되는 등 단순화 돼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자동차에 붙는 세금이 많은 만큼, 세부담 역시 일본의 약 1.5배~2배 수준이며, 미국에 비해서는 5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2000만원(배기량 2000cc 이하)짜리 자동차를 구입한 후 취득하는 단계까지 공채를 제외한 세금으로만 약 461만원을 내야 한다. 개별소비세 70만원(30% 인하된 세율 적용), 교육세 21만원(개소세의 30%), 부가가치세 209만원, 취득세 46만원, 등록세 115만원 등으로 2000만원의 차를 사면서 실제로 든 비용은 2461만원이나 된다.

반면 일본은 취득단계에서 필요한 세금은 소비세(판매가격의 5.0%)와 취득세(자가용 기준 취득가격의 5.0%)로 각각 100만원, 105만원이 들어가 총 205만원이 세금이 들어가 같은 가격의 자동차를 2205만원이면 살 수 있다.

□ 덩어리로 붙은 세금 간소화해야=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련 세금구조는 여러 세목들이 얽혀있고, 개수가 많아 소비자와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개편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현재 주유소의 휘발유 소비자가격에는 공장도가격에 대한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그에 대한 교육세, 주행세가 포함되고, 여기에 부가가치세가 추가된다. 교육세는 개별소비세, 자동차세, 유류 개별소비세 등 3개 세목에 걸쳐 '기생(寄生)'하는 세금이다.

지난 1976년 사치품 소비억제를 위해 제정된 특별소비세(지난해 개별소비세로 명칭 변경) 항목에는 자동차 외에 보석·귀금속 등 고급물품과 골프장·유흥주점 등의 입장료가 포함돼 있다. 특소세 도입 당시에는 '특별한 물품'이었던 설탕이나 냉장고, TV, 세탁기 등은 '보편화된 물품'으로 인식되면서 지난 1999년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자동차는 현재 '가구당 1대'로 보편화됐음에도 불구, 사치성 물품과 함께 아직도 개소세 대상에 묶여있다.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취득세와 등록세도 과세취지가 비슷하지만 별도로 부과돼 세부담이 더 늘어난다.

한 조세전문가는 "현행 자동차 세금구조는 교육세나 주행세 등 부가세(Sur-tax) 형태가 많아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이로 인해 납세자들이 혼란을 겪고, 외국과의 통상마찰까지 빚어지는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세제 간소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도 "유사한 세금인 취득세와 등록세는 하나로 합치고, 개소세도 한시적 감면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또한 자동차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재정수입체제는 자동차산업이 위축될 경우 국가재정에 차질을 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