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세계1등

2009. 3. 2. 19:59분야별 성공 스토리

"작지만 세계1등…이유가 있었네"
쿠쿠밥솥, 동남아인 즐기는 날리는밥 지어
주성, 美ㆍ日도 못만드는 태양광장비 생산
오스템, 中ㆍ대만 진출 4년만에 점유율 1위

불황의 늪에서도 오히려 세계 일류를 꿈꾸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 제품을 생산하고 있거나 그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국내 강소(强小)기업들 행보가 심상찮다. 비록 국내 경제가 소비 위축에다 자금경색으로 헤매고 있지만 이들은 오직 1등 상품을 만든다는 자부심 하나로 긴 불황의 터널 속에서도 꿈틀거리고 있다.

생활가전업체 쿠쿠홈시스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외국 시장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회사의 외국 시장 공략법은 철저한 시장조사에서 나온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현지인 입맛을 고려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는 안남미, 이른바 `날리는 쌀`을 즐겨 먹는다. 이 사실에 주목한 쿠쿠홈시스는 밥을 지었을 때 밥알이 뭉치는 느낌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킨 밥솥을 개발해 이들 국가에 수출한다.

고급화에도 주목한다. 끊임없는 연구개발(R&D)로 다른 업체가 범접할 수 없는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밥솥 1등 시장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밥솥 최대 시장으로 평가받는 중국에서 쿠쿠밥솥의 고급화는 진가를 발휘한다. 현재 쿠쿠밥솥 주력 제품은 중국에서 1700~2500위안(25만~38만원)가량에 팔리고 있다. 중국산 밥솥 제품이 대부분 300위안(4만5000원) 정도에 판매되는 것을 고려하면 쿠쿠밥솥에는 언제나 `고급`이란 딱지가 붙어 있는 셈이다.

2001년 미국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수출에 나선 쿠쿠밥솥은 일본산 밥솥을 제치고 명실상부 일류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현재 쿠쿠밥솥 수출 국가는 미국 중국 캐나다 호주 베트남 러시아 영국 등 30개국에 달한다.

밥솥 종주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제품마저 쿠쿠밥솥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70~80년대 주부들 로망이었던 일본 조지루시의 코끼리밥솥을 비롯해 타이거, 산요 등 제품도 쿠쿠밥솥에 눌려 한국 시장에서 차지할 자리조차 없어졌다.

묵직한 장비 생산업체들 약진도 돋보인다.

최근 `그린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 장비 분야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이 눈에 띈다. 이 업체는 태양광 핵심 소재인 태양전지 생산장비를 보유한 업체로 얇은 막 형태(박막형)의 태양전지와 결정질 태양전지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로 출발한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부터 태양광 장비 분야를 강화해 세계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업종을 전환하면서도 남들이 갖고 있지 못한 기술을 보유하는 데 주력했다.

세계적으로 태양광 장비 생산업체는 국내 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스위스 Oerlikon, 일본 ULVAC 등이 있지만 박막형과 결정질 태양전지를 동시에 만들 수 있는 장비 생산업체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

엠케이전자는 반도체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골드 본딩 와이어로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골드 본딩 와이어는 반도체에 들어가는 실리콘 칩과 프레임, 그리고 인쇄회로기판(PCB)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금속 전선으로 인간으로 치면 신경망에 해당하는 핵심 소재다.

엠케이전자는 이 소재 하나로 세계 시장 12.8%(4위)와 국내 시장 40%(1위)를 점유해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내년 10월 초극세선 본딩 와이어 개발을 목표로 서울대ㆍ카이스트ㆍ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12㎛(마이크로미터)짜리 본딩 와이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최상용 엠케이전자 대표는 "12㎛ 본딩 와이어는 머리카락(85㎛) 7분의 1 크기에 불과해 차세대 핵심 반도체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시장에 밀려 항상 수입해서 쓰는 것으로만 인식돼 있는 의료기 분야에서도 국내 강소기업 수준은 하늘을 찌른다.

충북 청원군 오창산업단지에 있는 의료기 제조업체 메타바이오메드는 전 세계 1위 제품(치과용 근관충전기)과 4위 제품(생분해성 봉합원사)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세계 90여 개국 200여 기업과 거래하기 때문에 웬만한 나라에서는 이 회사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이 회사 제품의 경쟁력 역시 끊임없는 R&D 투자에서 나온다. 매년 매출액 대비 10%가 넘는 비용을 R&D에 지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출원 또는 등록한 지적재산권만 모두 51건에 이른다.

1990년 회사 설립 때부터 생산ㆍ수출을 진행하고 있는 치과용 근관충전기는 현재 세계 89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점유율 13%를 자랑하고 있다. 근관충전기는 충치 치료 후 치아 붕괴를 막기 위해 신경줄기를 긁어낸 빈 공간을 고무 재질로 채우는 데 쓰는 필수 치과 치료 장비다.

2003년 개발한 생분해성 봉합원사(일정 기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사라지는 수술용 실)도 세계 시장점유율 9%(4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이다. 이 회사 매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생분해성 봉합원사 제조 기술은 메타바이오메드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7개 회사만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오석송 대표는 "제품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산 제품의 외국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1.5~2.5%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 98%가 남아 있는 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플란트 생산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도 전 세계 5~6위를 넘나드는 한국 토종 중소기업이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진출 3~4년 만에 점유율 1위라는 쾌거까지 이뤘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외국산 제품밖에 없던 지난 2000년 국내에서 처음 임플란트 제품을 내놨고 국내 시장에서도 45%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은 남다르다. 2000년 당시 임플란트 기술을 갖추지 못한 치과의사들에게 최소 6개월 이상 교육을 시켜가며 자체 제품과 기술을 알렸다. 처음에는 외국산보다 성능이 떨어졌지만 오스템임플란트 제품으로 교육받은 의사들은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졌고 덩달아 회사 매출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지난 1월 지식경제부는 LG전자 차량제어 플랫폼 등 국내 대ㆍ중소기업이 생산하는 56개 품목을 올해 세계 일류상품으로 꼽았다. 정부 선정 기준은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안에 들거나 향후 수년 안에 5위권에 들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 지금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757개 품목, 867개 기업이 선정된 바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2004~2007년 수출증가율은 연 13.5%를 기록했지만 세계 일류상품 선정품목들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31.3%에 이른다. 전체 수출상품 대비 세계 일류상품 수출액 비중도 2004년 31%에서 2007년에는 48%까지 높아졌다.

[조한필 기자 / 홍종성 기자 / 서진우 기자 / 안정숙 기자 / 이상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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