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2일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에게 담보나 보증 없이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 5개에서 14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급할 신규 대출 규모는 최대 1조3600억원이다. 1인당 대출 한도는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000만원까지다. 새로 대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대부업체 대출을 은행 대출로 전환할 수도 있다. 지금은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대출 확대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자(813만 명)가 1년 새 51만여 명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저축은행이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은 점점 좁아져 왔다.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하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금감원에 상담을 해온 건수는 월 330건을 넘어섰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부국장은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비싼 이자를 주고 대부업체를 이용하거나 사채 피해를 보는 서민이 늘고 있다”며 “이번 대출 확대로 24만여 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서민 대출을 확대하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도 대출 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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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품인가=국민은행은 이달 중 ‘무보증 행복 드림론’을 통해 2000억원을 빌려줄 계획이다. 금리는 연 15%, 1인당 한도는 1500만원이다. 신한은행도 2000억원 규모의 신한희망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금리는 결정되지 않았다. 대구·광주·경남·제주은행도 이달 중 서민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이미 서민 대출을 하고 있는 부산은행은 대출 규모를 1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린다. 지방은행 대출 금리는 최저 10%, 최대 19.9%로 다양하다.
금리가 더 낮은 상품도 있다. 대신 저소득층만 이용할 수 있거나, 근로복지공단이나 지역보증재단의 지급보증을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게 하나은행 하나희망재단의 저소득층 창업자금 대출이다. 2000만원까지 연 3%에 빌려준다. 농협이 취급하는 생계형 무등록자 사업대출은 연 6.7%, 기업은행의 섬김대출은 연 6~7.5%가 적용된다. 농협 상품은 판매 중이고, 기업은행 상품은 7월께 나온다. 금감원은 은행이 서민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연체가 생기더라도 직원의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면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떻게 이용하나=우리·하나·전북·부산·농협 등 5곳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아직 요건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달 말께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개별 은행에 문의해도 되지만, 한국이지론(www.egloan.co.kr)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지금은 우리·신한·국민은행 상품만 안내하고 있지만, 조만간 13개 은행의 안내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연소득과 직업을 입력하면 신용도를 알려주고, 대출 상품도 추천해 준다. 금감원의 서민 전용 금융포털사이트(s119.fss.or.kr)에서도 상품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