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패턴 달라졌다.

2009. 3. 28. 08:49부동산 정보 자료실

‘똘똘한 한채’서 ‘가벼운 여러채’로

파이낸셜뉴스 03/26 17:45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거주하는 L씨는 최근 인근 개포주공1단지와 3단지의 36㎡ 아파트를 채당 6억원씩 2채를 매입했다. ‘3·15 세제개편 방안’에 따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폐지돼 여러 채를 보유하는 데 대한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L씨는 “과거 같으면 양도세 부담 때문에 새로 주택을 매입할 생각을 못했지만 이제는 투자목적으로 주택 매입을 고려하게 됐다”면서 “33㎡는 환금성이 좋기 때문에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면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다주택자 및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폐지됨에 따라 최근 투자 목적의 부동산 매매가 늘어나고 있다. 2주택과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양도차익의 50%와 60%씩 각각 중과되던 양도세가 일반세율로 바뀌면서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 채’→‘환금성 있는 여러 채’

서울 강남 등에서는 최근 자금여력이 있는 1주택자들이 환금성이 좋은 소형 주택을 여러 채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했을 때 여기저기 사놓은 주택을 팔고 강남 등 알짜 지역에 한 곳만 남겨놓는 ‘똘똘한 한 채’ 투자전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1단지 A공인 김모 사장은 “과거 이곳 재건축단지의 56㎡ 한 채에 관심을 가졌던 고객이 며칠 전 36㎡ 두 채를 샀다”면서 “중과세가 폐지되면서 한 사람이 여러 채를 매입하려는 문의 전화가 하루 20∼30건씩 급증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사는 “양도세 중과 폐지 이후 주택보유자들이 자녀나 배우자 이름으로 주택을 추가로 매입하는 데 대한 세금 적용을 상담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면서 “상속세나 증여세 세율이 추가로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증여 상담건수는 줄어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토지 투자 관심도 부쩍늘어

대부분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폐지됨에 따라 토지시장도 투자수요가 늘고 있다. 수도권 나대지나 잡종지 1650㎡ 안팎에 대한 투자 문의가 부쩍 늘어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수도권의 소규모 나대지나 잡종지를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하지만 땅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려고 매물을 모두 거둬들여 물건 잡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주택 매입 상담을 하면서 토지도 함께 알아봐달라고 하는 등 투자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파트 부상, 오피스텔 위축될 듯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자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부동산 투자전략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경기회복이 늦어질수록 환금성이 뛰어난 역세권, 소형 주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 몸집이 무거운 중대형보다 실수요가 많은 중소형 주택을 매입해야 투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오피스텔 등 틈새상품에 대한 인기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들 비주거용 상품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대체상품으로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제 그런 기능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규제가 완화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유망 투자 상품은 아파트 등 기본상품”이라면서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 회복력이 가장 빠른 아파트 흐름에 주목하되 매입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올바른 투자”라고 조언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부동산연구실장은 “유망지역이라면 양도세가 아예 감면되는 미분양 아파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100% 청약이 완료된 유망 단지 중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생긴 미계약분을 노리는 것도 좋다”고 소개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