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불황에도 끄떡없는 이유

2009. 3. 30. 22:03분야별 성공 스토리

르노삼성, 불황에도 끄떡없는 이유

 

[매일경제] 2009년 03월 30일(월) 


지난 2월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암흑의 시기였다. 전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2월보다 15.2% 줄었고 판매 대수 역시 내수와 수출이 각각 4.7%, 20.5% 감소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예외였다. 지난달 내수와 수출 판매량은 각각 9.4%, 18.7% 늘었다.

30일 발표한 르노삼성의 지난해 판매량도 19만7024대로 전년 대비 14.4% 증가해 출범 이후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원재료 가격 인상, 수요 감소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은 르노삼성에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르노삼성은 혼류생산을 통한 효율적인 생산 체제와 원만한 노사관계로 위기를 극복해 냈다.

최근 찾은 부산 신호공단 소재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혼류생산의 장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근로자 평균 연령이 30세인 이 젊은 공장에서는 여러 개 차종이 마치 하나의 차종인 듯 한 개 라인에서 동시에 생산됐다. 라인을 지나가는 차량 순서는 불규칙적이었다. SM5 3대가 지나간 뒤 SM3 1대가 지나가고 그 뒤에 다시 SM7이 지나가는 등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혼란을 느낄 법도 했다.

그러나 정갈한 흰색 티셔츠를 입고 능숙하게 작업에 임하는 근로자 사이에서 헷갈려 하는 표정은 보기 어려웠다. 조립라인 바로 옆에 별도로 설치된 부품라인 때문이다. 조립될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필요한 부품상자 램프에 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혼란을 느끼지 않고 작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

신희철 사원대표위원회 위원장은 "혼류생산에도 근로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품질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혼류생산의 힘은 차종별 생산량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1~12월 SM5 생산량은 5506대로 SM3 생산량 8176대보다 적었다. 그러나 올해 1~2월에는 상황이 역전돼 SM3는 7128대가 생산된 반면 SM5는 9862대가 생산됐다. 라인마다 다른 차종을 생산하는 다른 완성차업체였다면 한쪽 라인은 조업을 단축하고 다른 한쪽은 갑자기 잔업이나 특근을 하는 형태로 공장이 가동돼 근로자 간 갈등이 유발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물량 조절이 일상화된 부산공장에서는 차종별 생산 물량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르노삼성은 이런 유연한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월 단위 생산 계획을 짜고 있다. 또 매주 목요일마다 주 단위 세부 생산 물량을 확정하기 때문에 재고 물량이 적다.

이기인 생산1담당 상무는 "생산 물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재고는 항상 10일 정도 물량만 보유하고 있다"면서 "특히 수요 변동폭이 큰 SUV 차종 QM5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유연한 혼류생산 체제의 핵심적 기반은 튼튼한 노사관계다. 올해 금속노조의 5대 공동 요구안 중 3항은 교대제 개선과 월급제 쟁취지만 르노삼성은 단 한 번의 노사갈등도 없이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환 배치도 비교적 자유롭다.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힘든 작업은 애로사항을 수시로 청취해 개선하기 때문이다. 근로자 1인당 평균 작업개선 건의 건수는 22건으로 도요타의 15건보다 많다.

[부산 = 박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