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첫날 직접 급식

2009. 4. 10. 09:2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교장이 움켜쥔 학교, 지역사회에 문 열겠다”
[김상곤 경기교육감 당선] 김상곤 당선자 인터뷰
‘MB교육 1년’ 공교육 파괴·무한경쟁 부추겨
특목고 본래취지 되찾을때까진 설립 유보
일제고사 교사·학부모가 판단할 여지 줘야
한겨레 홍용덕 기자 이정아 기자
»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오른쪽 두번째)가 9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매산로 수원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다가 한 여학생과 사진을 찍기 위해 나란히 서서 웃고 있다. 수원/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기도교육감은 8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8만명에 이르는 교직원 인사권을 지닌 자리다. 김상곤(59·한신대 교수) 첫 주민 직선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에 ‘이명박식 특권교육 철폐’를 외쳤다. 일제고사 중지 등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 상반되는 상당수 공약도 내걸었다. 그의 당선이 경기 교육은 물론 교육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당선자는 당선 뒤 첫날, 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고서 곧바로 수원시 권선구 탑동초등학교로 향했다. 이곳에서 초등 2년생들을 위해 직접 급식을 하고 있는 김 당선자를 만나, 향후 그가 내디딜 ‘경기 교육의 새로운 실험’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의 주요 공약

-당선 뒤 첫날, 학교를 찾아 급식을 하는 까닭은?

“임기 중에 꼭 초등학생들 모두에게 무상급식 제도를 적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가정 해체에 놓인 아이들이 급식비를 못 내고 부모들은 아예 연락이 끊긴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교육청과 자치단체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고….우선 배를 곯거나 급식비를 못 내는 어린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처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엠비(MB)교육’ 심판을 내걸고 당선됐는데, 이명박 정부 교육 1년을 평가한다면?

“엠비 교육정책은 첫째가 줄세우기식 경쟁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지난해 ‘4·15 학교 자율화 조치’에서 볼 수 있듯,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들 입장에서의 자율화가 아니라 교육청과 학교 당국 입장에서의 자율화이다. 가령 0교시와 심야학습 문제에 대해 규제를 풀면서 자율화라고 했는데 어떻게 됐나? 더 강화됐다. 정부기관 연구보고서에 ‘학생은 14살 때의 주거지가 그의 학력을 좌우한다’고 했다. 지역별 격차, 학력 격차를 의미하는 것인데, 그것은 학생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의 재산, 직업 정도가 아이들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학력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게 공교육을 파괴하고 무한 경쟁을 부추긴 결과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하나로 2010년 문을 여는 자율형 사립고 선정이 올 상반기 중에 이뤄진다. 김 당선자는 이를 ‘소수만을 위한 특권교육’이라고 비판했다. 자율형 사립고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차별 없는 교육과 기회 균등한 교육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마이스터고나 기숙형 공립고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고의 요건을 완화해 100개까지 늘린다는 것이 자율형 사립고 정책인데, 이것은 오히려 지역별·계층별 교육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고, 기회 균등성을 해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목고의 폐해도 있지만 이를 유치하려는 주민들과 자치단체들도 많다.

“특목고가 과잉된 이유 중 하나가 지역별 유치 경쟁에서 왔다. 특목고가 본래 취지가 아닌 명문고로 변칙 운영되는 상황에서, 설립 목적대로 운영될 수 있는 조건을 검토하고 조정이 이뤄질 때까지는 특목고 설립 요구나 주민들 요구를 유보시킬 수밖에 없다. 대신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겠다. 공교육을 어떻게 중심에 두고 강화해나갈 것인가? 그리고 공교육 강화가 학교 내실화로 이어지고 그래서 학력도 올라가고, 민주시민을 키워내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재임 중에 평준화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안산·광명·의정부의 그동안 과정을 살펴보니 평준화 여건이 조성돼 있다. 우선은 학교나 주변 환경이 평준화 여건을 갖췄느냐가 중요하다. 다음이 교육자치상 주민들 요구가 어떤 정도냐가 중요한데, 취임하면 이들 세 지역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팀을 구성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조치하려 한다.”

-이른바 ‘진보적 교육감’으로서 주창한 평준화 확대나 공교육 강화 공약에 대해 보수 쪽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보혁구도로 몰아온 언론들이 있었는데 잘못된 인식이다.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대부분 한다. 그동안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을 도입해 교육의 시장화를 추진해온 나라들도 지금 상황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이 수명을 다했다고 보고 회복할 방안을 찾고 있으며 공교육을 강화하는 흐름도 있다. 이렇게 가자는 것을 보혁구도로 편가르는 것은 부당하다.”

-공교육 바로 세우기는 어떻게 이뤄지나?

“학교를 살리려면 교실부터 살려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경기도는 학급당 학생 수가 45명이 넘는 곳도 허다하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교육을 살리고 학생을 잘 가르친다고 한들 공염불이다. 도시 슬럼화 등으로 소외된 지역에 우선 작은 학교 모델을 만들겠다. 학급당 25명의 작은 학교들로, 학교에 재정과 운영은 물론 교과과정의 자율성도 보장하겠다. 교장이 교사를 초빙할 자율권을 주고, 교장 역시 열정과 비전을 가진 분이 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겠다. 창의력과 인성을 길러내는 교육만이 지역간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최근 일제고사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오는 10월 국가 차원에서 치를 시험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판단과 평가로는 그 방법 자체가 결코 적절하지 않으며, 과잉 평가 방식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 학부모, 교사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교육자치의 본래적 의미다.”

-교육은 소통과 나눔이라고 했는데?

“교육은 서로가 함께하는 ‘협치’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를 운영하는데 교장이 전권을 행사한다. 지역사회에 문을 열겠다. 지역사회가 책임지고 운영에 참여하고 학교교육의 책임을 지역에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학생회와 교사회, 학부모회를 학교 기구로 인정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 참여를 허용하겠다. 교장의 자문기구로 전락한 학교운영위원회가 제 기능을 되찾도록 하겠다.”

<한겨레>와 인터뷰를 끝낸 뒤 김 당선자는 용인의 한 임대아파트 근처 방과후 공부방으로 향했다. 선거 전 그곳을 찾았다는 그는 “당선되면 먼저 오겠노라고 약속했는데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고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