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렬,카이스트 고학력 투잡.

2009. 4. 27. 11:09이슈 뉴스스크랩

 

한푼이 아쉬워…고학력 사장님도 '투잡'

 

[노컷뉴스] 2009년 04월 27일(월) 오전 06:31 
[CBS사회부 윤지나·박중석 기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게임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윤병렬(44) 씨.

일년 매출 13억에 8명의 직원을 둔 어엿한 '사장님'이지만 지난 달부터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지난 해 말부터 회사 사정이 조금씩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함께 고생한 직원들 월급을 제 때 주지 못할 처지까지 됐기 때문이다.

윤 씨는 "지금까지 같이 고생한 직원들을 내보낼 수가 없어서 대표로서 내가 고생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리운전을 결심했다. 이걸 해서 얼마나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직원 한 사람 월급이라도 건졌으면 좋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고학력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의 '투잡'이 늘고 있다. 임금이 삭감되는 것은 물론 고용상태까지 불안정해지면서 윤 씨처럼 '대리운전하는 사장님'이라든지 '일용 노무일을 하는 과장님'이 속출하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건강한 몸과 운전실력' 말고는 특별한 자격조건이 없다는 점에서, 두 번째 직업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직종은 대리운전 기사다.

실제로 대리운전 회사들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지난 해 10월 이후 채용 문의전화가 30% 정도 늘었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퇴근 뒤 정장차림으로 일하러 오는 직장인들이 눈에 자주 띈다고 한다.

1685 대리운전 최윤호 차장은 "예전에는 기사분들이 대부분 간편한 차림으로 오셨는데 최근에는 퇴근 시간 넘어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일 하시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낮에는 뭐하시냐고 직접 물어볼 수 없긴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보면 교육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게된다"고 말했다.

인적 관계망이 튼튼한 직장인의 경우, 네트워크 마케팅에 뛰어들기도 한다.

한 생명회사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박모(33) 씨는 원래 직업에서 얻은 인적 자산을 이용해 투잡 직을 구했다. 박 씨는 "대리운전은 밤에 계속 돌아다니느라 몸이 축나고 결국 본업에도 지장을 줄 것 같아 네트워크 마케팅을 시작했다"며 "불경기에 할 만한 일이 마땅치 않아 여기에도 사람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퇴근이 곧 또 다른 출근이 돼버린 이 시대 고단한 직장인들에게, 투잡은 이제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돼버린 모습이다.

jina13@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