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5000원族

2009. 6. 4. 09:36이슈 뉴스스크랩

도시락族 5000원族 대학가 불황 ‘신풍속’

2009-06-03 18:51:11


최근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대학가에서 중·고교 시절에나 있을 법한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학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생활상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주요 활동 지대였던 동아리, 학회 등은 참여 학생이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도서관에는 학생이 넘쳐나고 특히 적지 않은 학생이 자기계발과 독자적인 시간 사용을 위해 ‘나홀로’ 대학 생활을 감행하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라 변한 2009년 대학가를 들여다본다.

우선 도시락족의 경우 말 그대로 학교에 도시락을 싸서 오는 학생이다. 이들은 경기악화로 지갑이 얇아지면서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도시락을 준비해 오는 것.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생 이모양(23)은 “밥을 사먹는 게 생각보다 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자취생이어서 도시락을 준비하면 영양도 따지게 돼 좋다”며 “의외로 주위에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학생이 많아 처음엔 놀랐다”고 전했다.

대학가에 불어닥친 경기불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단연 ‘5000원족’. ‘도시락족’은 ‘5000원족’에 비하면 형편이 그나마 양호한데 남학생을 중심으로 최근 번져가고 있는 ‘5000원족’은 하루를 단 5000원으로 사는 대학생을 일컫는 말이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김모군(24)은 전형적인 5000원족이다. 빠듯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아침 겸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가 즐겨찾는 메뉴는 한 끼에 1500원인 학교 식당의 백반. 김군은 “학교 밖으로 나가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어서는 하루 지출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돈을 아끼기 위해 피우던 담배마저 끊으려 한다”고 토로했다.

소위 ‘아웃사이더’로 불리며 개인 생활에 치중하고 친구 없이 대학생활을 보내는 ‘나홀로족’은 할 일 많은 최근 대학가의 또 다른 변화다.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2학년인 이모양(21)은 “강의가 비는 시간에 혼자 점심을 먹는 일이 잦다.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식사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양은 “혼자 밥을 먹고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을 연민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과거와 달리 남들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는 세대로 변화하는 것 등이 이유일 것”이라며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의 낭만도 반납한 채 자기계발에 전념해야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로 변하고 있는 대학가의 현주소”라고 설명했다.
극심해지는 취업난으로 졸업을 계속 미루는 ‘모라토리엄족’도 있다.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학생은 사회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일찌감치 실업자가 되느니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 입학 등으로 ‘모라토리엄족’으로 편입하고 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고도산업화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공동체적 가치가 약화되고 개인주의가 강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경제위기로 인해 청년실업이 급증하면서 학생들이 느끼게 된 미래의 삶에 대한 위기감과 경쟁사회의 현실이 개인주의와 결합, 신종 족의 출현을 낳은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freechen@fnnews.com 이기훈 대학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