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금융업에 ‘쏠림’

2009. 6. 18. 09:3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기업, 금융업에 ‘쏠림’

2009-06-17 오후 12:56:39 게재

5년전 애물단지’서 5조원 순이익
“제조업-은행 결합, 위험관리 취약”


지난해 대기업이 제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금융업에서 짭짤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중심으로 업무영역 확대에 나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금산분리 완화 등 대기업의 은행진출 차단막이 없어지면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험관리에 취약한 대기업 경영스타일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의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48개 대기업집단 중 25개가 81개의 비은행 금융사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자회사들이 2008년에 만들어낸 당기순이익은 4조6880억원이었다. 반면 매출액은 85조1540억원으로 제조업 매출액 1009조8180억원의 8.4%에 그쳤다. 금융업에서 적은 매출액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셈이다.

순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매출액순이익률은 금융업이 5.50%인데 반해 제조업은 3.06%였다. 금융업 수익성이 제조업의 1.8배에 달했다.

금융업은 애물단지였던 5년전에 비해 크게 성장하면서 대기업의 주력산업으로 발돋움했다. 2004년 26개 대기업집단은 68개의 금융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이 금융자회사들은 62조192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3980억원 적자였다. 제조업은 626조6900억원의 매출에서 51조6990억원의 이익을 기록, 8.24%의 높은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제조업의 수익성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수익성지표가 처음으로 금융업보다 낮게 나왔다. 제조업은 외형을 키우면서도 이익 증가속도가 느려 매출액순이익률이 8%대에서 3%대로 주저앉았다.

반면 금융업은 승승장구했다. 2004년 적자를 냈던 금융업이 이듬해에 1조1900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2006년엔 3조원대의 이익을 거뒀고 2007년과 2008년엔 4조원대로 올라섰다. 매출액순이익률도 5%대까지 치솟았다.

대기업들은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금융지주사법 개정안과 지주사 규제 완화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은행소유 제한 원칙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조만간 대기업과 은행의 결합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이 은행을 지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제조업이 힘들어지게 되면 은행자금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금산분리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금융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