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영구 사용하겠다”

2009. 6. 24. 05:0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수도권매립지 영구 사용하겠다”

조춘구 매립지공사 사장 선언 … 지역주민 설득이 관건
2009-06-23 오후 12:38:39 게재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약칭 매립지공사) 사장이 지난 17일 “현재의 수도권 쓰레기매립지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1992년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가 반입되며 많은 고통을 받아온 지역주민들은 매립면허 기간인 2016년까지만 폐기물을 매립하고 매립장 사용종료를 요구하고 있다.


 매립이 끝난 제1매립장 상부 전경. 인천시는 이곳에 조성될 골프장, 승마장 등에서 2014년 아시안 게임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사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주민요구 수용해야 지속사용 가능 = 조 사장은 17일 인천시 서구 백석동 매립지공사에서 열린 수도권매립지 운영위원회에서 “주민들로부터 매를 맞을지도 모르고 내가 목을 내걸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현재의 수도권매립지 외에 수도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체 공간 확보는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매립지를 영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폐기물 에너지사업’을 적극 추진해 매립을 최소화하고,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속적인 순환매립을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매립지로 인한 환경피해를 감내한 지역주민들과 원활한 협조관계 구축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하고, 그동안 지역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한 공원화사업 등을 적극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 사장은 “수도권매립지를 세계적인 환경관광명소로 조성함으로써 매립지가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때만이 이것이 가능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골프장도 짓고 승마장도 만들고 나무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반대로 공원화 계획 차질 = 하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이같은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그동안 매립지공사는 매립이 끝난 제1매립지 부지에 골프장과 승마장 등을 건설해 공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지난해 환경부의 동의를 얻었지만, 매립지 지분의 71%를 소유한 서울시의 입장표명 유보로 인해 곤란을 겪어 왔다.
조 사장은 “수도권매립지는 전국 쓰레기의 60%를 처리하는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라며 “수도권매립지를 환경관광명소로 가꾸는데 서울시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제1매립지 부지에 들어설 체육시설은 인천시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공식 경기장으로 지정해 건설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서울시의 비협조로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는 게 매립지공사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제1매립지 부지에 체육시설을 건설하면 향후 폐기물매립장으로 재사용 하는데 지장을 초래한다”며 반대해 왔다.

◆중앙정부 차원 정책적 접근 필요 = 하지만 매립지공사 한 관계자는 “이곳을 향후 폐기물매립장으로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이 요구하는 체육시설 등을 건설하는 공원화 사업을 추진해야만 한다”며 “서울시 나 3개 시도 차원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기적 전략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매립면허권이 사업추진의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다. 매립면허권의 71%를 서울시가 갖고 있고 나머지 29%만 환경부가 갖고 있어, 중앙정부 차원의 고려보다는 서울시의 이해관계에 따라 장기적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운영위원회에서는 서울시가 갖고 있는 매립면허권의 이양이나 매각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지분을 정부가 인수하거나, 서울시가 경기도와 인천에 지분을 균등하게 매각하고 매립지의 경영은 매립지공사에 위임하는 등이 현실적 방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매립지 최대 지분소유자로서 매립지공사 경영 참여는 당연한 것’이란 입장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