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생존모드’

2009. 6. 23. 08:3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현금 쌓아라”..기업은 ‘생존모드’
2009-06-22 22:29:06

 한국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는 낭보가 날아들고 있지만 국내 기업과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주말 크레디트스위스(CS)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1.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앞서 모건스탠리와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상향 조정한 전망치를 합산하면 올해 국내총샌상(GDP) 예상증가율은 -2.5%다.

하지만 국내 시장 현실은 불안하기만 하다. 국내 기업들은 틈만 나면 자금을 빨아들이며 현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유동성의 힘이 꺾인 증시는 탄력을 잃었다.

■상장사들 현금 확보에 총력전

상장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분기 시총 상위 제조업체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대부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금융정보제공 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시가총액 상위 30개 제조업체의 현금성 자산을 분석한 결과 18개 기업이 지난해말 대비 현금성 자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3월 기준 3조989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며 지난해 말보다 현금 비중을 61.75% 높였다. SK 역시 3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 2439억원을 확보하며 지난해말(628억원) 대비 3배 가까이 현금비중을 늘렸다.

SK텔레콤(55.25%)과 KT&G(147.38%), KT(25.38%), LG화학(85.71%), 하이닉스(68.76%), 두산중공업(81.54%) 등도 현금 확충에 발벗고 나섰다.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둘째주(8∼12일) 3575억원대까지 급감했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주 1조원대로 다시 늘어났다. 6월 셋째주 회사채 발행규모는 1조390억원. 전주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번주 회사채 발행규모는 1조6044억원으로 예정돼 있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 전망이 이어지면서 금리 하락기에 회사채 발행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지난주 이후 23개 상장사가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현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도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해외 시장에 비해 한국 시장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한국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내에선 정부가 대기업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고 경기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최대한 자금 확보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거래량 급감

국내 증시도 거래량 감소가 지속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거래대금은 지난 주말보다 줄어들며 4조1000억원대로 급감했다. 지난 15일 4조원대로 떨어진 이후 6일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5월초 9조8000억원대까지 치솟으며 지수를 1400선 위로 끌어올렸던 유동성의 힘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 탄력을 잃은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상승했지만 1400선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유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장점이 줄어들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면서 “또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부각되며 거래량 감소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당분간 시장 반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2·4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지만 뒤집어 보면 실적 전망치 상향은 그 만큼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가능성을 낮추고 있어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를 걸기 어렵다”면서 “반기말의 윈도드레싱(수익률 관리) 효과가 발견되긴 하지만 시장을 이끌어 왔던 유동성의 힘이 크게 감소해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