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대규모 개발사업 인가를 받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해 '위장 지분 쪼개기'를 한 것이다. 문제가 된 곳은 경기 용인시 구갈동 213-5 일대 35만㎡.
개발사업 인ㆍ허가 전인 지난 2007년 5월. 이 지역은 푸르메주택개발, 녹십자, 조인씨엠, 삼양농수산, 태평양 등 대기업들이 전체 면적의 약 83.5%를 소유하고 있었고 그외 개인지주 53명이 15.3%를 소유하고 있었다.
대성산업이 전체 지분의 30%를 소유하고 있는 푸르메주택개발은 이 가운데 태평양 용지를 지난 2003년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푸르메 측은 이 지역 개인지주들에게 명도 동의를 받아 지난 2007년 5월 용인시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시는 "도시계획 지침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사업추진이 어려워지자 법인조합 측은 용인시 구갈동 213-5 토지를 80명을 동원해 '위장 지분 쪼개기'를 했다. 지분 쪼개기에는 푸르메 측 직원을 비롯해 개발사업 시공권을 따내려는 대성산업 임직원, 심지어 임직원들의 처, 부모 등 가족까지 총동원됐다.
푸르메 고위 관계자는 "예정지 내 개인지주들이 먼저 지분 쪼개기를 시도했고 자신들이 소유한 임야 가격을 태평양 용지 가격과 똑같이 쳐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며 "사업이 지연될 때 한 달에 이자만 20억원에 달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땅이 '밥상 크기'로 쪼개지기 시작한 것은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푸르메주택개발 측의 개발사업 인가 신청이 반려되면서부터다.
사업 1차 반려 이후 개인지주들과 추진위 간 환지 가격에 대한 갈등이 발생하며 개인지주들이 사업에 반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체 토지소유자 수의 2분의 1 이상으로부터 동의'라는 인가 조건을 채울 수 없게 되자 푸르메 측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대규모 지분 쪼개기'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푸르메 측은 개인지주들 지분 쪼개기에 대항한 '방어적 지분 쪼개기'라고 주장했다. 실제 소유 토지에 인접한 개인지주들 소유의 산 124-1과 220-3 토지가 수십분의 일로 분할됐다.
개인지주 소유의 산 124-1과 220-3 땅은 2002년 이전만 해도 소유자가 2명에 불과했으나 푸르메 측이 태평양 용지 매입을 완료한 2003년 말에 26명으로 늘어났고 2006년 12월에 이르러서는 51명으로 늘었다.
좁은 땅에서 '대혈투'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지분 쪼개기'를 금지하는 법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천 용현 학익지구의 경우 이 같은 법령 미비로 지분 쪼개기가 극에 달해 실제 사업이 중단된 사례도 발생했다. 그러나 작년 9월부터 정부가 토지 공유자 1명에게만 의결권과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것을 뼈대로 한 '도시개발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시행함에 따라 더 이상 '지분 쪼개기'는 불가능해졌다.
푸르메 측과 개인지주들의 지분 쪼개기 전쟁으로 남은 것은 무수한 법적 분쟁이다. 개인지주조합은 푸르메 측을 '명의신탁에 의한 지분 쪼개기'로 대검찰청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며 수원지법에는 행정소송을 별도로 냈다. 개인지주들 역시 '명의신탁' 혐의로 용인서에서 수사받고 있다.
개인지주조합 측 이길주 씨는 "개인지주들은 결코 '알박기'를 하거나 재개발 사업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아니다"며 우리는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토지를 전체 토지주의 5분의 1도 안되는 법인지주들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받은 사업인가로 인해 헐값에 수용당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기흥구청 역시 푸르메 측의 지분 쪼개기를 명의신탁으로 의심해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용인서는지난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고 현재는 개인지주조합 측의 명의신탁 혐의만 수사하고 있다.
[이지용 기자 / 임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