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국제로타리 회장

2009. 7. 16. 09:3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사랑 그리고 희망 - 2009 대한민국 리포트>
1년간 61개국·132개 도시 방문 “아이 한 명이라도 살리려‘미친듯’쏘다녀”
국제로타리 회장 임기 마친 이동건 부방 회장

김병직기자 bjkim@munhwa.com


사진=김동훈기자
인터뷰 = 김병직 경제산업부장

‘꿈을 현실로(Make Dreams Real).’ 한국인 최초의 국제로타리 회장으로 선출됐던 이동건(71·사진) ㈜부방 회장이 지난해 7월1일 취임 일성으로 제시했던 테마다.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뛰어다니면서 임기 1년을 마치고 귀국한 이 회장을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방 회장실에서 만났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3일에도 기자와 인터뷰를 했었던 그는 예나 지금이나 의욕이 넘쳤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단단하던 그의 허리가 ‘탈’이 났다는 점. “임기 1년 동안 워낙 강행군을 하다보니 허리가 버텨내질 못한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이 지난 1년 동안 국제로타리 회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방문한 지역은 61개국, 132개 도시. 평균 6일에 1개국, 3일에 1개 도시를 방문하는 믿겨지지 않는 초강행군이었던 것. 203개국 135만명의 회원을 둔 세계 최대의 민간 자원봉사단체 회장으로서 지난 1년 동안 그는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해 이토록 미친듯이 돌아다녔던 것일까.


# 빌 게이츠 재단기부금, 가장 인상적

국제로타리 회장 임기 1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그는 서슴없이 “빌 게이츠 재단이 로타리에 3억5500만달러를 기부한 것”을 꼽았다. 이 회장은 “빌 게이츠 재단이 면밀한 조사 끝에 로타리가 2억달러를 매칭하는 조건으로 3억5500만달러를 소아마비 퇴치 재원으로 기부했다”며 “여기에는 워런 버핏의 돈도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결국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국제로타리의 열정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아마비 퇴치 운동은 국제로타리가 지난 1985년부터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업이다. 초기에는 125개국에서 발생했으나 국제로타리의 노력 등으로 현재는 인도·나이지리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 4개국에만 남아 있다. 그는 “지난 1985년 소아마비 퇴치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미쳤다’거나 ‘괜한 일을 한다’는 등 비판이 많았었다”며 “이제 세계 소아마비의 99%를 치유하고 단 1%만 남게 된 것은 로타리의 대단한 성과이며 자랑스럽게 생각할 만하다”고 말했다.

# 영·유아 사망률 낮추기는 지상 과제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 회장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둘 사업으로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는 일을 꼽았었다. 이에 대한 성과가 궁금했다.

“지난 2006년 유니세프 통계를 보면 세계에서 5세 미만 영·유아가 하루 평균 3만명씩 죽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2만6000명으로 줄었어요. 저도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그 이전부터 로타리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불과 2년 만에 일평균 영·유아 사망자를 4000명이나 줄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우리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 로타리가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도 하루에 2만6000여명의 영·유아가 숨져가는 현실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그들은 대부분 마실 물과 영양 부족으로 죽습니다. 단돈 10센트밖에 안되는 탈수방지용 소금이 없어 설사병으로 죽고, 마시고 씻을 물이 없어서 사망해요. 우리의 작은 관심이 그들에겐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이 너무 무관심했어요.”

그가 지난 1년 동안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특히 아프리카 등의 오지를 집중적으로 찾았던 이유도 아무 것도 모른 채 숨져가는 아동들을 단 한명이라도 줄여보자는 절박한 마음에서였다.

영·유아 사망률이 특히 높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지난 4월 어린이 병원인 ‘로타리 모자 보건 콤플렉스’ 기공식을 했던 일도 그에겐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이 회장은 “이 병원은 한국로타리의 1만여 회원이 모금한 5억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한 5억원을 합쳐 총 10억원으로 지어진다”며 “우리의 이같은 노력이 세계 영·유아 사망률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는 데 보탬이 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환원 감명”

이야기의 화두가 국내에서의 사회공헌과 나눔으로 넘어오면서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이 331억원의 재산을 사회환원한다고 발표했던 일이 자연스럽게 화제에 올랐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5월22일 국제로타리로부터 ‘영예의 상(Rotary International Award of Honor)’을 수상한 바 있어 이 회장은 느낌이 남다른 듯했다.

“국제로타리 영예의 상을 수여하기 위해 지난 5월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이 대통령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경제는 살리고 말겠다는 집념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또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나눔’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았습니다. 가진 자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배려하고 나눠야 한다는 정신이 투철하더군요.”

이 회장은 “그동안 이 대통령을 훌륭한 경영인으로만 생각했는데 나눔과 희생에 대한 그의 의지를 확인하고 놀랐다”며 “이번에 331억원의 사회환원 발표를 계기로 나눔과 기부문화가 한국사회에 더욱 크게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소외계층에 대한 사랑과 나눔 절실”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던가. 이 회장이 국제로타리 회장으로 활동했던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은 공교롭게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성을 부리던 때여서 민간 봉사활동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고 그는 전했다.

“금융위기 초기에는 미국내 클럽과 지구 곳곳에서 회원이 무더기로 떨어져 나가는데 정신이 없더군요. 당초 임기 동안 회원 10% 확대를 목표로 했었는데 가까스로 회원을 3500여명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민간 봉사단체 회원수가 크게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죠.”

그는 “지금과 같이 경제위기로 경제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을 때는 특히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나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이 경제위기 속에 경비절감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축소하는 일을 안타까워하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기업들의 나눔과 사랑이 필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프랑스 여배우 미아 패로 등의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 등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연예인들이 나눔과 사랑에 앞장선다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젊은이들의 보다 적극적인 사랑 실천을 당부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사회봉사와 사랑의 실천에 대해 뜻은 있는 것 같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나서질 않아 안타깝다”며 “이젠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로 나와 로타리 등의 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마비 박멸과 유아사망률 낮추는 일은 필생의 꿈”

이번에 국제로타리 회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 오는 11월쯤 국제로타리의 재원을 관리하는 로타리재단 차기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어 2012년 차기 재단 이사장을 거쳐 2013년부터는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제로타리 이사직과는 별도로 앞으로 내가 속한 서울한강로타리클럽, 3650지구에서 있는 힘을 다해 봉사활동을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꿈’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해달라”고 질문하자 주저없이 “소아마비 박멸과 유아사망률 줄이는 일은 끝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세계의 오지를 다니면서 단돈 몇 센트, 몇 달러가 없어서 죽어가는 죄 없는 어린이들을 많이 봤다”며 “우리의 관심과 배려가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타리의 정신은 우리보다 못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한 봉사의 손길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서 같이 가는 것입니다. 저는 힘이 남아 있는 한 이 길을 갈 겁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사랑의 행렬에 동참해주시길 당부합니다.”

그는 비록 국제로타리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bjk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