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 실장,국내만 보면 낭패, 수출 경쟁력 키워야

2009. 7. 30. 09:25C.E.O 경영 자료

‘국내만 보면 낭패, 수출 경쟁력 키워야’
인터뷰 - 주현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실장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 중에서 중소기업·벤처 분야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실의 주현 실장은 최근의 녹색산업 붐에 대해 “지금의 열기는 대기업 위주의 대규모 투자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경우는 아직 버블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다만 정부 정책에 대해 “당장 이익을 낼 수 있는 단기적 처방과 중·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를 이분화해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녹색산업 벤처기업들에서 버블이 감지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 녹색산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버블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다만 과거 정보기술(IT) 벤처 버블의 경험에 비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버블이 우려된다면 어떤 면에서 그렇습니까.

버블이란 실제보다 과도한 기대가 형성돼 투자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현상입니다. 버블이 형성되면 금융 부문에서 관련 주가가 치솟고 실물 부문에서 과잉 투자가 일어납니다. 만약 버블이 우려된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는 일부 대기업이나 소수의 상장기업에 해당되는 얘깁니다. 녹색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은 아직 버블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요.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그린 테마’가 한 차례 불지 않았습니까.

주식시장에는 언제나 버블이 존재합니다. 주식 가격은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실제 가치를 반영하면서 조정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제 가치와의 괴리가 늘 존재합니다. 예전 IT 벤처처럼 바람이 불면 수익성 혹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과다하게 형성돼 버블이 생기고 주식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게 됩니다. 녹색 기업의 현재 주가가 과연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상장된 녹색 기업은 소수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도 대부분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입니다. 벤처기업 버블이라고 볼 수는 없지요.

시설 과잉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나요?

녹색산업은 대단히 광범위한 업종과 분야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지금 일부 품목에 중소, 벤처기업보다 대기업 쪽에서 시설 투자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녹색산업을 대상으로 시설 과잉이라고 볼 수는 없죠. 또한 녹색산업의 성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되기에 현재의 시장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시장을 보고 투자한다는 점에서 과잉 투자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니까 덮어놓고 따라가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대기업들이 과거에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미뤄왔던 사업들을 최근 다시 추진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성이 없다면 정부가 아무리 하라고 해도 기업이 하겠습니까. 시설 과잉은 시장 규모에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국내 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아직 시장을 개척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가 늘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면 우려해야겠지요.

예를 들면 풍력발전의 경우 국내 지리적 여건상 한정 없이 ‘바람개비’를 세울 수 없는 것이거든요. 풍력발전 설비를 생산한다면 해외 진출이 불가피한데 이미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의 선도 업체를 어떻게 쫓아갈 것인가 하는 과제가 있지요.

해외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유럽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 녹색산업도 발전해 있고 기술 수준도 높은 편입니다. 미국은 알다시피 오바마 정부 이후 녹색 관련 정책을 여러 가지 내놓고 있어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간 미국은 기후변화 대책에 소극적이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인 대응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까.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앞으로 굉장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국의 경우도 최근 2~3년 동안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시장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우리 기업의 투자 확대는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이렇게 해외시장이 크게 좋아지리라는 기대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녹색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녹색산업은 크게 신·재생에너지 산업, 에너지·자원효율화 산업, 환경 산업 등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의 유망 성장 분야에서 우리 녹색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60~70%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단기적으로는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부분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부 정책도 이렇게 두 가지 차원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많을 것 같습니다.

녹색산업은 정부의 규제나 지원에 영향을 받는 측면이 큽니다. 자동차의 연비를 규제하면 이를 위해 연료 효율을 높여야 할 테고 태양광발전에 보조금을 늘리면 관련 발전 설비가 늘어나겠지요. 정부는 시장을 열어주는 셈이죠. 또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도 높여줘야 합니다. 그러나 시설 과잉이나 금융시장에서의 과열은 사실 기업이나 주식 투자자가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 맞습니다.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해결돼야 하는 부분이죠.

과거 IT 버블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없을까요?

과거 정부 주도의 IT 벤처 정책이 버블을 키웠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금 상황은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지난 7월 14일 정부가 녹색 성장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세부 시책들이 집행되는 단계는 아닙니다.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고 관련법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과거 IT 버블에서 경험했듯이 시장이 과도한 반응을 보여 버블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기름에 물을 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돋보기 녹색성장펀드 어떻게 볼까

전망 밝지만 수익률 맹신은 금물


녹색 테마주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들 종목이 편입된 이른바 ‘녹색성장펀드’도 종류와 설정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 중 클래스(수수료 수취 방법에 따라 A, B, C로 나뉜다)와 상관없이 운용 펀드만으로는 국내형 10개, 해외형 22개가 있다. 그러나 해외형도 모두 국내에서 만들어진 역내펀드다.

2009년 6월 말 현재 녹색성장펀드의 설정액 규모는 7987억 원이다. 해외 펀드의 경우 2007년 3월 6일 설정된 ‘알리안츠GI글로벌에코테크증권투자신탁[주식]’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2009년 6월 5일 설정된 ‘한국투자글로벌그린파워증권자투자신탁UH[주식]’까지 꾸준히 늘어 운용 펀드 22개(각 클래스 포함 60개)에 이르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만든 국내 펀드는 100%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만들어졌다. 2008년 4월 28일 설정된 ‘하나UBS신경제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2009년 6월 24일 ‘한화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1[주식]’까지 10개(클래스 포함 32개)다.

에프엔가이드 펀드평가팀의 정지영 연구원은 “녹색성장펀드도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테마 펀드의 일종이므로 해당 업종의 업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유가의 등락이 대체에너지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업황에 따라 변동 폭이 큰 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자산 배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한 녹색산업의 초기 단계임을 고려해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시각으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약력: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박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방문학자. 미국 UC버클리대 방문학자. 1985년~현재 산업연구원(산업5실, 중공업실, 특수지역실, 산업정책실, 중소기업실 등). 2000년 중소기업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벤처기업정책부문(현).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

입력일시 : 2009년 7월 23일 10시 22분 22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