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 10:10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장사 대박? 쪽박?…간판에게 물어봐 배꼽잡거나 구수하거나 신선하거나…간판, 튀어야 산다 | ||||||||||||||||||||||||||||
‘이제까지 돼지는 잊어라, 우리가 진짜 돼지. 진풍경 화로구이’(구이) ‘남들은 주식을 연구할 때 나는 분식을 연구했다’(분식연구소; 분식) ‘강가의 나무처럼 영원한 벗이 되고픈 김밥’(업주 강나영;분식) ‘속에 천불 청송얼음막걸리 매운 고추 정구지 찌짐’(막걸리) '인생은 짧다. 그러나 술잔을 비울 시간은 많다'(칵테일 바) '酒가 人을 부르는데 人이 어찌 酒를 마다하리오'(주점)
차별화로 눈길을 끄는 글귀다. 상호(商號)치고는 꽤 긴 이름이다. 간판을 시적 표현으로 꾸민 상호도 있고, 업주의 이름을 삼행시로 표현한 상호도 있다.
영업을 위해선 긴 상호가 좋을까, 짧은 상호가 좋을까. 간단한 게 좋을까, 아니면 복잡한 게 좋을까. 음식점이라면 맛과 서비스가 최우선이다. 그 다음, 상표도 나름대로 역할이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상호는 고객들의 시선을 끈다.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상호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바야흐로 차별화, 특화의 시대다. 음식점이든, 미용실이든, 의원이든, 게임방이든 고객의 발길을 잡아야 한다. 맛이나 서비스, 가격이 ‘착’한데 상호까지 재미있다면 금상첨화일 터. 대구를 중심으로 달구벌대로, 대학가(경북대, 계명대), 동성로, 먹을거리촌(수성구, 달서구) 등지 간판에 눈길을 모아봤다. 고객의 시선을 모으는 상호를 찾아봤다. 긴 상호, 여운이 남는 상호, 재치 넘치는 상호,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한 상호, 영화제목이나 좋은 글귀를 패러디(parody)한 상호 등 경쟁력 있는 상호가 눈에 띄었다.
◆재치 있고, 여운도 길고 영업 품목의 특징을 잘 살린 상호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체인점 상당수는 재치 있는 상호를 사용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과 북구 읍내동 등지에는 버르장머리 있는 ‘버르장머리’ 미용실이 눈에 띄었다. 북구 산격동 등지 ‘쟌 비어스(Jan Beers)’ 호프집에서는 왠지 계속 마셔야 할 것 같고, 달서구 신당동 ‘고래고래 노래연습장’에선 목이 쉴 만하다. 중구 동산동 ‘꿈에 그린 웨딩’에서 고른 드레스로 결혼식을 올린 뒤 중구 성내동 ‘고나우(Go Now) 여행사’를 통해 신혼여행을 가면 정말 꿈에 그리던 결혼이 될까? 컴퓨터 마우스를 그려놓은 영주의 PC 게임방 이름은 ‘쥐(mouse) 잡는 날’이다. 분식점 ‘김밥찐빵 놀랄 만두 하군’에는 메뉴가 다양하고, ‘마님을 보쌈해’(보쌈식당)는 역사를 거스른 상호다. 여름 보신을 하고픈 이들은 달성군의 '개판! 5분전' 식당에 가봤을 법하다.
◆사투리를 구사하라 ‘확 뽀까뿔라’(철판구이) ‘탄다! 디비라’(막창구이) 등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쓴 업소는 친근감이 간다. 달서구의 술집 '천지 삐가리‘, 남구 대명동의 미용실 ’깎을래 뽁을래?‘에도 왠지 발길이 멈춰진다. 다소 거칠지만 청소년들을 겨냥한 ‘졸라 빨라 PC방’도 나름 상호에 고민한 흔적이 있다. 북구 산격동 ‘돈(豚) Day’ 삼겹살 구이집에서 돼지고기를 먹으면 정말 ‘돌’ 만큼 좋을지도 모르겠다. 달성군 다사읍의 ‘무봤니껴! 안동국시’는 꼭 먹어봐야 할 것 같다. ‘강원도래요’(감자탕)가 대구에도 있다.
◆닭과 돼지가 춤추다 돼지와 닭을 재료로 한 식당이 많다보니, 상호도 다양하다. ‘돈(豚) 퀸(Queen) 삼겹살'(중구 남산동) ’시집못간(안간) 암돼지’(북구 산격동) 등 상호를 보니 돼지는 암퇘지가 좋은 모양이다. 북구 산격동 ‘돼지가 웃는 그날까지’(막창구이), 달서구 신당동 '볼케이(火) 돈'(참나무장작돼지바비큐), 달서구 감삼동 ‘돈 뭉치’(돼지고기 구이), 중구 봉산동 '돈킹돈까스' 등지에서도 돼지는 수난이다. 달서구 신당동 ’미쳐버린 파닭‘(치킨)에서는 파를 재료로 한 양념과 닭이 어우러져 학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북구 산격동 ’도도한 닭‘(호프), ’코스닭‘(치킨), 달서구 용산동과 송현동 ’위풍당닭‘(치킨) 등을 통해 볼 때 닭의 자세와 위상도 다양하다.
◆패러디(parody)와 이중적 의미를 담다 영화배우 명계남씨의 캐릭터가 새겨진 달서구 용산동 '명계 찜닭'은 명품 닭을 사용해 찐단다. ‘달마가 5층으로 간 까닭’(레스토랑)은 물론 5층에 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구 ‘붐비어’(BoomBeer;호프집)에서는 맥주 붐이 불어 사람도 붐빈다. 복어도 먹고, 복도 받을 수 있는 ‘복덩어리’(복어집)가 있고, 1박2일 동안 계속 당구를 치거나 술을 마셔야 하는 ‘1박2일 당구장’(달서구 죽전동)과 ‘1박2일 포장마차’(달서구 신당동)도 있다. 달서구의 ‘닭과 오리가 한약을 만났을 때’(구이)에서 먹으면 몸에 좋을 것 같고, 남구의 ‘파송송 계란닭’(치킨집)을 먹으면 영화가 생각난다. 서구 ‘멍텅구리(明通求利) 양복점’에서는 명품 수제 양복으로 고객과 명쾌하게 통해 이문도 남기는 괜찮은 가게란다.
◆이런 저런 상호 ‘막창 신랑과 아나고 신부의 첫날밤 식당’(구이) ‘난 칼국수 넌 수제비’(분식) 등 대구(對句)를 활용한 상호도 눈길을 모은다. 달서구 신당동의 ‘맛 좀 볼래?’(퓨전 라면) ‘와~우 돈까스’(경양식) 등은 감탄사나 구어체로 친근감을 더한다. 김밥은 같은 김밥인데 이름은 여러 가지인 체인점이 많다. ‘김밥사랑’ ‘김밥천국’ ‘김밥나라'‘김밥 파는 사람들’ 등등.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에는 휴대폰 대리점들의 호객경쟁뿐 아니라 '값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상호경쟁도 치열하다. '폰값이 싸구려' '싼폰나라' '공짜나라' '공짜세상' '기절초풍 공짜' '가격 초전박살' '365일 공짜가 떴다' '더이상 싼 집은 없다' 등등. '휴대폰 가격에 좌절 금지' '싼집 찾다가 열받아서 내가 차린 집' '딴 집엔 없어도 우리집엔 공짜 있다' '괴로워도 슬퍼도 난 싸게 팔아요' 등 싸거나 공짜라고 홍보하는데 거의 절박한 수준이다. 치질수술과 대장내시경 등을 전문으로 하는 항문외과의 경우 항문외과로 표기한 간판이 없다. 의료법 때문이다. '항외과'나 '학문외과'로 표기하고 있다. '학문외과'의 학이란 글씨도 받침 'ㄱ'을 마치 'ㅇ'과 유사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속에 천불 청송얼음막걸리 매운 고추 정구지 찌짐’(막걸리)은 ‘속에 천불’이 날 때 마시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업주들이 자랑하는 체인점이다. '강가의 나무처럼 영원한 벗이 되고픈 김밥'은 중구 도심의 좁은 공간에 긴 상호를 가진 업주 강나영씨의 가게다.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붙인 분식점이다. ‘선영이가 가르쳐준 봉골레 스파게티 대박 날까요?’는 경북대 북문에서 대박을 내고 있는 스파게티 전문점. ‘남들은 주식을 연구할 때 나는 분식을 연구했다-분식연구소’는 칠곡군 왜관에 자리한 전문성(?) 있는 분식점이다.
◆상호를 둘러싼 분쟁 대구 달성군의 전통 있는 A곰탕집은 수년 전 상표등록과 관련해 곤욕을 치렀다. A곰탕집이 워낙 유명해진 터라 주변에서 ‘너도나도’ 같은 상호를 쓰며 ‘원조’라고 했던 것.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던 A곰탕집 업주는 결국 기존 상호 앞에다 자신의 이름을 붙여 뒤늦게 상표를 등록했다. 전북 임실군의 유명한 피자집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해당 지자체에서 나는 품질 높은 쌀로 만든 치즈피자가 명성을 얻자, 인근 지역에서 같은 상호를 단 가게가 수십 곳이 생겨난 것. 이처럼 전통 있고, 이름난 상호는 업주들이 종종 상표등록을 하지 않아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유명 상호를 패러디하거나 그대로 베껴 쓸 경우 분쟁이 일어나 특허청 권리범위확인 청구, 법원 손해배상 소송 등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상표등록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특허청 권리범위확인 청구건수도 2004년 117건, 2005년 114건, 2006년 138건, 2007년 113건, 2008년 167건 등으로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상표등록의 경우 서울, 부산, 대구 등처럼 광역단체명이나 수성, 달서, 달성, 경산, 구미, 안동 등 같은 기초단체명은 상표등록의 의미가 없다. 이런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하면 배타적 독점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유명 고적지, 명승지, 관광지 등의 명칭을 사용한 상표등록도 독점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면 읍, 면, 동, 리의 명칭을 사용한 상표등록은 효력이 발생한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9년 08월 01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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