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수인성 전염병 비상

2009. 8. 3. 09:2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여름철 수인성 전염병 비상

젊은층 A형 간염, 수족구병 급증...식기 소독하고 손만 잘 씻어도 절반은 예방

 
 
 
최근 수인성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A형 간염과 수족구병. A형 간염의 경우 환자가 몇 년 새 수십 배나 증가했고, 수족구병도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다 합병증을 동반한 바이러스까지 유행하면서 정부가 지난달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수인성 전염병은 감염자의 대변, 침, 가래, 수포의 진물 등 분비물이나 세균에 감염된 물 또는 음식물에 의해 전염되는 질환이다. 전염력이 강해 쉽게 옮거나 옮길 수 있어 위험하다. 특히 기온이 높을 때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잘 번식하는데다 날음식이나 끓이지 않은 물을 먹을 기회가 많을 때 위험하기 때문에 특히 여름에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형 간염

A형 간염 비상 사태라고 할 정도로 환자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수백명 선에 그쳤던 환자가 2006년부터 급증하기 시작, 지난해에는 보고된 환자만 8천여명으로 늘었다. A형 간염의 기관당 신고 건수도 지난해에 비해 평균 2.1배나 증가했다. 특히 20, 30대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져 전체 신고 건수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 사람이 갑자기 입원했다고 하면 ‘A형 간염 때문’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A형 간염이 대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증가 이유=한마디로 젊은층엔 A형 간염 항체가 없기 때문이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던 1970년대 이전에는 전국민이 소아 때 A형 간염에 감염돼 성인 100%가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위생상태가 개선되면서 70년대 후반 이후 출생자의 경우 항체가 없이 성인이 돼 A형 간염에 취약하게 된 것이다. A형 간염의 경우 소아 때 감염되면 대부분 무증상 또는 가볍게 지나가지만 성인이 돼 감염되면 70% 이상에서 황달을 동반하는 심한 급성 간염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원인 및 증상=A형 간염 바이러스가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염돼 급성 간염을 일으킨다. 드물지만 혈액을 통해 전파된 보고도 있다. 처음엔 발열, 오한, 몸살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감기몸살로 잘못 알아 감기 치료를 받기 쉽고 구토, 설사, 복통 등 소화기 증상도 심해 식중독이나 장염 등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서서히 이러한 증상들이 호전되면서 피로감이 심해지고 메스꺼움,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소변이 진해지고 눈이 노랗게 되는 황달이 생기게 된다.

 

▷예방 및 치료법=바이러스는 고온에서 불활성화되기 때문에 물을 끓여먹고 음식을 익혀 먹으며 손을 잘 씻으면 예방할 수 있다. 대`소변 후나 식사 전,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비누칠을 손가락 사이와 손톱 밑까지 골고루 한 뒤 흐르는 물에 20초 이상 씻고 수건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예방백신을 통해 항체를 가지는 것인데 현재 A형 간염 고위험군인 10~30세는 예방백신을 맞는 게 좋다. 백신은 6~12개월 간격으로 두 번 맞으면 되고 항체 생성률이 100%이기 때문에 항체 생성 여부를 별도로 확인할 필요는 없다. 항체가 한 번 생기거나 A형 간염에 걸린 경우 다시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방법은 뾰족한 게 없어 수액요법 등으로 증상을 개선하며 자연 치유되도록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A형 간염에 감염되면 보통 입원 치료를 하는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전격성 간부전으로의 진행 여부를 살피기 위해서다. 99.5%는 자연 회복되지만 0.1~0.5%의 경우 간이식을 하지 않으면 간부전으로 진행돼 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족구병

수족구병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186개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한 표본 감시 결과 6월 발생률이 이전 4주간에 비해 25%나 증가했다. 올 들어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도 46건(사망 1건, 뇌사 1건)으로, 이중 33건이 중증 합병증을 일으키는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중 26건은 현재 중국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 및 증상=수족구병은 콕사키바이러스 A16이나 엔테로바이러스 71 등 장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데 주로 봄부터 가을 사이에 유행한다. 분변-경구 또는 호흡기 경로를 통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의 대표적인 질병이다. 수족구병에 감염되면 발열과 함께 입안`입술에 궤양이나 손`발에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 보통 초기엔 고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감기와 헷갈리기 쉽다. 증상이 경미하고 일주일 내에 자연 치유되지만 합병증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해 주의가 요구된다.

▷엔테로바이러스 주의=최근에 유행하는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한 수족구병은 콕사키바이러스 A16보다 위험해 무균 수막염, 뇌염, 마비 질환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달 ‘수족구병’과 합병증을 동반하는 수족구병의 원인이 되는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증’을 법정전염병(지정전염병)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특히 수족구병은 5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잘 발생하기 때문에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한 수족구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보육시설이나 어린이집, 유치원 등 어린아이들이 많이 모여 생활하는 곳에서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치료 및 예방법=다른 바이러스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수족구병에 대한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원인 치료가 아닌 증상 완화 치료법)이 전부이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게다가 아직 예방백신도 개발돼 있지 않아 철저한 위생 관리로 감염을 막는 게 중요하다. 수족구병 예방을 위해선 먼저 외출 및 배변 후, 식사 전후, 기저귀 교체 전후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또 어린아이의 장난감, 놀이기구 등을 깨끗이 관리하고 환자 배설물이 묻은 옷 등도 철저하게 소독해야 한다. 이와 함께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증상이 있는 경우엔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고 스스로 격리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영남대병원 은종렬(소화기내과)

이영환(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