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모델의 하루 일당은?

2009. 8. 3. 09:2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극한경제학]레이싱모델의 하루 일당은?

"최고 6000만원에서 최저 0원, 극한의 차이"


한 케이블 방송사 격투기 프로그램 론칭 행사장에서 만난 레이싱 모델들.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그녀들은 쉴 새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살인미소와 S라인을 뽐내고 있었다.

레이싱대회, 자동차 전시회,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그녀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프로페셔널 정신'. 올해 아레나 코리아 레이싱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최지향 씨와 자매 레이싱모델로 유명한 동생 이수정 씨를 만나 그녀들만의 세계를 은밀하게 엿보았다.

◆평균수입(Money Management)=레이싱모델 현 인기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구지성의 경우 얼마전 K모 방송사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달 최고 6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해 화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톱 클래스에 오를 만큼 인지도가 있는 레이싱모델들의 월평균수입은 대략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인지도가 부족하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레이싱모델들은 소규모 행사도 잡기 어렵다고 업계 상황을 전달했다.

한 행사당 평균적으로 20만~30만원의 단가가 책정된다. 월평균 20일 정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달 수입은 대략 500만 원 선이다. 이수정 씨는 “이 중 자기관리를 위해 지출된 비용을 제외하고는 전부 재테크에 투자한다“며 재테크에 남다른 관심이 있음을 표현했다. 이 씨는 ”주식에 관심이 많아 틈만나면 HTS(홈트레이딩 시스템)로 주식 트레이딩을 직접한다“며 전도 유망한 종목을 추천하기까지 했다.

이수정 씨는 “업계 특성상 짧은 수명 탓에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씨는 “사치스럽고 무식할 것이라는 팬 분들의 선입견에 항변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시간관리(Time Management)=“한 달에 평균 20일 정도 일하는 편이다. 경우에 따라 짧게는 10일, 길게는 한 달 내내 일하는 동료들도 많다”. 한 달 스케줄에 대한 최지향 씨의 답변이다. 최 씨는 “레이싱 경기대회, 자동차 전시회 등 각종 상품 전시회 등이 많아 일감이 부족해서 일을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개인적 취향과 적절한 보수에 맞게 맞춤식으로 선택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하루에 10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전시회. 그 날 동원된 레이싱모델과 상품의 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맞교대 혹은 3교대로 진행된다. ‘1시간 포즈, 1시간 휴식’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것. 최 씨는 “하루에 5시간 정도 근무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 각종 포즈들을 소화해야 하는 업무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며 하소연했다.

◆자기관리(Self Management)=몸값이 금값인 그녀들에게 피부, 몸매관리 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수정 씨는 “한 달 수입의 50% 이상이 피부트러블 제거, 전신경락 등에 지출된다”며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만큼 이 액수도 절대 많은 액수가 아니다”고 전했다. 이 씨는 "평소에도 알아보는 팬들이 많아 한 순간이라도 관리를 게을리 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호하는 옷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보통 명품 등 사치스러운 지출을 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타고난 몸매와 얼굴 탓에 효율적인 지출로도 충분히 100%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그녀들만의 얄미운 비법을 귀띔했다.

국내 톱 레이싱 모델들이 소속된 한 소속사 대표에 따르면 “재충전을 위한 여가시간에는 골프, 수영, 요가, 웨이크보드, 낚시 등 주로 레포츠에 시간을 할애하도록 권장한다”고 했다. 관계자는 “몸 관리가 모델로서의 수명과 브랜드 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쉬는 시간에도 사명감을 가지고 임할 것을 항상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지향 씨는 “여가시간에는 주로 ‘잠’과 ‘술’로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고 말해 거침없는 그녀의 성격을 드러냈다. 최 씨는 “원래 타고난 몸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종종 폭식과 폭음으로 주변분들을 안타깝게 하는 편이지만 나만의 관리비법이라 바꾸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안티팬들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최 씨는 “난 스스로 솔직한 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자 팬들이 꽤 많은 편이다.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며 여장부 성격을 드러냈다.


◆홍보관리(Diplomatic Management)=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순위가 곧 레이싱모델로서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최지향, 이수정 씨 모두 “팬클럽의 회원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말 못할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개 팬클럽 관리는 팬 분들이 직접 운영자로 나서 일종의 홍보대행사 역할을 자임한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 씨는 “각종 전시회나 행사장에서 오프라인으로 팬 분들을 접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관심을 갖기 시작해 이후 직접 오프라인 행사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온라인의 파괴력을 강조했다.

◆조직문화(Human Resources Management)=슈퍼모델 등 한국모델협회에 등록돼 있는 모델들은 대부분 기수별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간다. 한국모델협회 레이싱모델분과 운영위원은 “아직까지 레이싱모델을 선발하는 공식적인 대회가 마련되지 않아 기수별·선후배간의 우애를 다지는 단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위원은 "대부분의 상하 관계가 나이 순에 따라 결정된다"며 업계 위계질서 시스템을 설명했다. 운영위원은 "가족 같이 서로를 대하는 면은 긍정적이지만 모델 산업의 종사자로서 경력·실력으로 대우받기를 원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소규모 대회를 지양하고 위원회 자체적으로 인지도 있는 대규모 공식 대회를 추진중에 있음을 시사했다.

모델협회에 등록하고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레이싱모델들의 숫자는 대략 150명 선이다.

◆비전(Vision)=연예계 진출을 위한 방편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 비판에 대해 최지향 씨는 "연예인 전업을 선언한 선·후배들 덕분에 레이싱모델이라는 직업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사실이다"며 "다만, 모델업계 최고 대우를 포기하고 연예계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만큼 그 열정과 비전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레이싱모델이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가 오히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톱 클래스 수준의 레이싱모델은 출연료 등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반면 연예인 전업을 선언한 전(前)직 레이싱모델은 연예계 신인 수준의 출연료를 받는다"고 했다. 관계자는 일확천금·연예계 진출을 계획했다면 레이싱모델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임하고 있는 레이싱모델들의 순수한 열정과 비전에 대한 기대와 격려를 부탁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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