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지갑 여는 법

2009. 8. 13. 09:00분야별 성공 스토리

고객 지갑 여는 법 “그들은 알고있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09.08.12 12:02

지난 2007년 일본 백화점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매출 4위의 이세탄이 전통의 미츠코시(3위)를 제치고 백화점업계 3위에 랭크된 것이다. 백화점의 생명력은 점포 숫자가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상품구성(MD)이란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케이스다.

현대백화점이 한국판 이세탄을 꿈꾸며 MD 경쟁력 제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스타MD 발굴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우수바이어 시상제를 도입했다. 현대백화점 바이어 770명을 대표하는 스타급 바이어 3인방의 활약상을 들여다봤다.

청담동ㆍ도산공원ㆍ로데오거리 등

강남고객 지역별 명품취향 파악 적중



▶최정규 바이어, 골목형 수입명품으로 유혹한다


=현대백화점엔 청담동표 명품이 있고, 로데오거리표 이색 상품도 많다.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은 트렌디 스타일의 수입 디자이너 브랜드로 고객 흡인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신종 플루 탓에 해외여행을 포기한 강남 고객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인 셈이다.

이 같은 MD 전략엔 올해로 입사 11년차인 최정규(35) 수입의류 담당 바이어의 역할이 컸다. 최 바이어는 이 같은 상품 차별화 전략을 위해 청담동 명품거리, 도산공원, 로데오거리 등을 샅샅이 뒤졌다.

정기세일 막바지 3일간 압구점 본점에서 열린 '멀티샵 대전'도 그의 작품이다. 최 바이어는 '멀티샵 대전'을 소개하는 여권 형태의 상품전단을 VIP고객 1000명에게 보내는 아이디어 하나로 단숨에 1억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왕발ㆍ사슴발 등 남다른 고객 집중공략


한번에 2~3켤레씩 사는 손님 수두룩



▶김종우 바이어, 왕발, 사슴발 틈새시장을 노려라


=최근 목동점에서 열린 '한여름밤 부츠페스티벌' '빅 & 스몰 사계절 초특가 상품전'은 유통가에선 역발상 마케팅의 바이블로 통한다.

이 같은 전략의 주인공인 김종우(39) 목동점 구두담당 바이어는 지난 1996년 입사한 13년차 유통맨이다. 올해 상반기엔 구두 판촉행사를 위해 한 달 전부터 협력업체 창고를 직접 찾아가 부츠 등 제품의 품질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다림질까지 손수 하는 바람에 협력업체가 난감했다고 한다.

그가 요즘 왕발이나 사슴발 등 일반 구두는 신을 수 없는 남다른(?) 고객에게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220㎜ 이하 또는 255㎜ 이상의 여성화와 245㎜ 이하 또는 280㎜ 이상의 남성화를 전시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역발상 전략에 힘입어 구두매장 매출은 1년새 1.5배나 급증했다. 현대백화점 한 관계자는 "김 바이어가 남다른 구두행사를 실시하면 많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2~3족씩 구입한다"고 귀띔했다.


백화점 브랜드 패밀리 세일 첫 유치


영업실적 단숨에 4배… '화려한 전적'



▶권기현 바이어, 브랜드 패밀리 행사로 유혹하라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 패밀리 세일을 백화점에 유치한 권기현(42) 여성정장 바이어도 스타급 MD다. 14년차인 권 바이어는 스태프 부서를 거쳐 2003년부터 여성의류 바이어로 활약 중이다. 그는 승부사 기질이 강한 바이어다.

얼마 전엔 천호점에서 겨울 코트와 재킷 등을 최고 80% 세일하는 기획전을 열었다. 처음엔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던 동료들도 평소보다 매출이 배 이상 높아진 영업실적에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뿐이 아니다. 헌 청바지 기증 캠페인을 겸한 청바지 기획전과 '프리미엄 초밥전', 가족음악회를 접목시킨 악기판매전 등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현대백화점 한 관계자는 "올 여름 세일 매출은 평균 3%대 증가에 그친 반면 스타급 바이어들은 대부분 40~50%를 기록했다"며 "심지어 영업실적을 4배 가까이 끌어올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bettykim@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