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산을 우량으로 바꾼 한무연 우리은행 부부장

2009. 8. 21. 06:08분야별 성공 스토리

부실자산을 우량으로 바꾼 한무연 우리은행 부부장

"그래! M&A" 330억 이익효과 냈다
부실사 母기업엔 매각 댓가로 감정가에 프리미엄
매수자엔 은행의 추가 지원 약속해 '윈-윈 해법'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올해 1월 중순.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 '중대 미션' 하나가 떨어졌다. 모 건설사 계열의 시행사가 부도 위기를 맞아 268억원의 대출금을 떼일 위험에 처했으니 '프리 워크아웃'을 통해 피해를 막으라는 지시였다. 통상 프리 워크아웃은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조치를 취함으로써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이지만, 이 임무는 사실상 부도난 기업을 정상화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 시행사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당시 사업장은 골조만 올라간 상태였고, 분양율도 23%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모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돈줄이 끊기고 공사까지 중단되는 등 최악의 상태였다. 해결 가능성이 희박한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나 다름없었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시행사가 가진 토지와 사업권을 팔아서 원금의 일부라도 건지는 게 그간의 은행권 관례였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15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은행이 분기별 1,000억원의 순이익을 내기도 벅찬 상황에서 150억원대의 손실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 난감한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사람은 기업개선부 한무연 부부장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기업구조조정팀에서 활약했던 '워크아웃 전문가'

그가 낸 아이디어는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부실사업장을 우량 건설사에 통째로 넘기자는 것. 성사만 된다면 부실 여신이 단숨에 정상화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SK글로벌 사태와 LG카드 사태 당시 부실채권 인수와 M&A를 담당했던 경험을 살린 것이다.

한 부부장은 "워낙 많은 사업장이 매물로 나와 있어 어려웠지만 사업지가 서울이고, 아파트형 공장을 짓는 것이라 매수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매수자를 구했지만 매도자가 발목을 잡았다. 시행사의 모기업은 사업지 매각을 거절하고 150억원의 추가 대출을 요구하며 버텼다. 벽에 부딪히자 외환위기 때부터 구조조정 업무를 함께 해오며 한 부부장과 함께 '황금 콤비'로 불리던 신진기 부장이 직접 나섰다. 신부장은 당시 한 부부장의 직속상관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고, 올해 초 기업구조조정 전담팀이 꾸려지자 지점에 있던 한 부부장을 불러들였다. 신 부장은 "구조조정이나 매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채권단의 의지"라며 "매각을 하지 않으면 여신 회수를 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강경책에 건설사는 손을 들고 매각에 관한 MOU(양해각서) 체결했다.

가격 협상 과정에서 매도자가 가격이 맞지 않는다며 실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등 '매각결렬' 선언까지 하는 고비를 맞기도 했다. 이때 한 부부장은 매수자에게 감정가에 프리미엄을 얹어 줘 사주는 대신 우리은행이 추가 자금지원을 하겠다는 해법을 제시해 최종 매각을 성공시켰다. 그는 "그 동안 워크아웃 기업의 M&A 경험에 비춰보면 가격 협상에 들어갔을 때 매수자에게 최대한 양보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M&A 성사로 우리은행이 본 이익 효과는 무려 330여억원에 달했다.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268억원의 여신이 곧바로 정상으로 분류됐고, 70억원의 추가 대출 수요까지 일으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