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트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2009. 8. 22. 09:01분야별 성공 스토리

이승우 “월 매출 3억 쇼핑몰 성공 비결 ‘절약·컨셉트·인내’”

 


“촉(느낌)이 좋아, 이거 될 거 같다면 틀림 없더라구요.” 벌써 언제 적인가. 혹시 드라마 ‘꿈의 궁전’(1996)에서 이훈이랑 같이 김지호를 좋아하던 원조 꽃미남 ‘상민’ 이승우(31)를 기억하는지. 이혜영(배우), 김준희(탤런트), 유리(그룹 쿨) 등 여성 천하라고 알려진 연예인 온라인 의류 쇼핑몰계에서 남자로 드물게 선전 중인 사람이 이승우다.

디자이너 하용수가 틔워준 패션 안목

이승우는 여전히 꽃미남이었다. 날렵한 몸매에 목소리도 매력적이었다. 그런 그가 5~6개월마다 한 번씩 영국이나 프랑스·미국 등에 다녀온단다. 연기 수업을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에는 없는 ‘이중겹 민소매’ 같은 패션 히트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외국에 가면 하루 종일 걷는다. 매장을 돌며 느낌이 좋은 물건을 찾고 아이디어를 수집한다.

그가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시작한 지는 2년 됐다. 현재 G마켓 스타샵과 8개월 가량된 파토스(www.pathos.ne.kr) 등 두 개를 운영 중이다. 매출 비중은 후발인 파토스가 8:2 정도로 앞선다. 직원 6명이 올리는 월 매출은 3억 원 남짓. 몇 만개의 온라인 쇼핑몰 중 80~90%가 이익을 못 내는 현실을 감안해볼 때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이상의 선전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엔 너무 힘들어 접을까도 생각했다. “터질 때는 무섭게 터지지만, 한 방에 꺼질 수 있다”는 것이 이 바닥의 정설임을 실감했다. 물건을 만들어놨는데 팔리지 않아 재고만 쌓여가다 투자 비용 5억 원을 고스란히 까먹었다. 그래서 지금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수익의 50%는 무조건 공동계좌에 유치한다”.

그는 하필이면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택했을까. “데뷔 초기 ‘슈팅’ ‘꿈의 궁전’에 주연으로 출연할 무렵 디자이너 하용수씨가 이정재씨와 저에게 매달 옷을 사줬다. ‘옷은 첫 인상을 결정하고 이미지와 인격을 나타낸다’는 가르침과 함께 말이다.”

그때 옷 입는 예의, 정장이나 슈트 입는 법 등 기본을 익혔다. 안목도 조금씩 트여갔다. 한마디로 옷이 좋아 따라가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20대 초반 잇달아 주연에 뽑히는 행운을 얻은 탓에 섣불리 조연에 나서지 못하며 1년이 가고 2년이 후다닥 지나갔다. 그는 “일정치 않은 수입 때문에 시작한 측면도 있다”고 인정했다,


컨셉트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는 “이긴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이긴다”라고 했다. 탤런트 생활을 하며 작전주에 손을 댔다가 1000만원을 날린 후 주식에서는 손 뗐다. 또 서너 사람이 모여 해외 리조트를 사자는 말에 속아 2000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사업 시작 전인 2006년부터 1년 이상 의정부·남대문 시장·회현역·신당동 등 허물어져가는 나염과 원단 공장을 찾아가 일을 손수 다 배웠다. 그래야 억센 의상 디자이너를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도 1주일에 한 번 새벽시장, 또 한 번은 공장들을 누빈다. 사람들은 여전히 “꿈의 궁전의 상민이 아냐” “루루공주의 고선이 맞네. 언제 TV에 다시 나와”라고 기억해준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의 사업 포인트로 세 가지를 들었다. 우선 광고비 지출을 무서워해야 한다. 한 달에 600만~1000만원 쓰다 보면 1년 이상 못 버틴다.

또한 컨셉트가 있어야 한다. 의류 사이트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파토스의 경우 처음 고가 전략이었는데 너무 안 팔려, 여론 조사 끝에 중저가의 빈티지와 세미캐주얼로 갔더니 입소문이 나 매출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기다림의 미학. 마음만 앞서 광고비 막 쓰고 자기 컨셉트에 자신감을 잃으면 “잘 될 타이밍이 와도 그 복을 못 찾아먹는다”는 것.

그는 최근 한미합작영화 ‘베벨리힐스 닌자’(ATM)의 의상제작을 맡았다. 그의 재테크(사업)의 목표는 서민들이 좋은 옷을 싼 가격에 입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뮤지컬·영화 등 공연 의상을 할리우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추가되었다. 생활고로 시달리는 연예인(상위 3% 이하)들을 위한 기금 조성 등도 관심사다.

중학교와 고교 때부터 CF모델로 활동하며 명품 구입에 1200만원까지 카드를 긁어대던 일은 옛날이야기다. 완전히 짠돌이로 변했다. “그때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의 허상이었다. 이제 양 어깨에 옷을 걸고 계단을 올라도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3개월째 음악 레슨을 받으며 뮤지컬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올해 안에 안방극장과 영화에도 컴백이 확정됐다. 그는 “사업을 하지만 한시도 연기자임을 잊은 적이 없다”며 “연기자이기에 결코 내 이름으로 브랜드를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업가 이승우는 ‘초반에 무너졌다, 다시 올라가는 특이한 케이스’의 오뚝이 인생이었다.

>> 2편에 계속

글·사진=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