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5. 08:2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외국인 100만> ①막노동에서 CEO까지
연합뉴스 | 입력 2009.08.25 07:02 | 수정 2009.08.25 07:51
교수.국가대표 등 활동 분야도 다양
이방인 아니라 우리의 다 같은 이웃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임수정 기자 = "외국인이라고 호기심으로 쳐다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어요. 제 가게만 해도 하루에도 외국인이 몇 명씩이나 오는데요"
남대문에서 케밥가게를 운영하는 이라크인 아드난 함무디 압둘카림(39) 씨에게 한국은 이제 낯선 나라가 아닌 제2의 고향이다.
이라크에서의 전쟁을 피해 2년 전 한국에 정착한 압둘카림 씨는 "아내, 4명의 아들ㆍ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모두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한국 이웃들도 우리를 따뜻하게 대해준다"고 말했다.
◇ 조선족ㆍ중국인 최다.."산업의 큰 힘"
외국인 이웃이 늘고 있다.
식당의 종업원에서부터 보도블록 교체 공사장이나 중소기업의 근로자, 시골에서 농사짓는 친척의 아내, 학교나 학원의 강사, 회사 동료 등으로 외국인은 주변 어디에서나 마주치는 존재다.
유창한 한국어의 여성 외국인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독일 출신의 귀화 한국인인 이참 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사회 전 분야에서 외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드물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 1일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총 110만여명이다.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2% 정도다.
여러 인종이 더불어 사는 `멜팅 팟(Melting Pot)'까지는 멀었지만 외국인이 이방인이 아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거주 외국인의 절반 이상(56.5%)은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이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선족들은 경제적 목적으로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한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건설현장 등 3D(Dangerous, Difficult, Dirty)업종이나 가사도우미, 식당종업원 등으로 많이 일하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지 13년째 되는 김점수(54)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김씨는 7년여 동안 막노동일을 하다가 수년 전부터 중소기업에서 선반공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중국에 있을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지만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이 한국인의 반밖에 안 된다"면서 "똑같이 일하는데 차별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병희 수원종합고용지원센터 외국인력팀장은 "우리 시의 경우 건설현장 근로자의 30% 정도가 외국인이며 제조업 현장에서도 외국인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역산업의 큰 힘"이라고 말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이주하는 조선족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여성도 12만여 명에 달한다.
2000년에 한국인 남편을 만나 국내에 정착한 필리핀인 메리조이 아파르티(34) 씨는 "한국 문화와 음식, 언어 등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며 한국 생활 초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외국인 교수.국가대표.."한국이 좋아 정착"
나이를 가리지 않는 영어 열풍으로 인해 한국에서 일하는 영어권 사람들도 많다.
경기도의 한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에릭 모버그(26) 씨는 "한국 음식과 산이 좋아 한국에서 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서 "원래 1년만 있으려고 했는데 기대보다 한국에서 지내기 좋아 벌써 3년 넘게 있었다"고 말했다.
모버그씨는 그러면서도 "몇몇 학원에서는 영어 선생님으로 백인만 뽑는다는 조건이 있더라"라며 "이것은 명백한 차별로, 한국에 얼마나 인종주의가 만연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국제 경쟁력을 강조하는 대학에서도 외국인 교수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한국외국어대의 경우 전체(613명)의 32%가 외국인(196명) 교수다.
웬만한 선진국은 물론이고 예멘과 수단, 슬로바키아, 코트디부아르, 탄자니아, 크로아티아 등 53개국에서 건너온 교수들이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모하메드 압둘라 알 와드(32) 한국외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나이가 어리고 외국인이지만 학생들이 아주 잘 존중해준다"면서 "한국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스포츠계에도 용병으로 뛰거나 아예 귀화해 활약하는 선수들이 꽤 있다.
2004년 한국인 탁구선수와 결혼, 한ㆍ중 탁구커플로 주목받았던 곽방방(29) 씨는 2007년 이혼했지만,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인 탁구선수'로서의 삶을 계속 살아가고 있다.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단체전 동메달을 땄던 곽씨는 "문화도 다르고 외롭지만 정신력 등 중국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한국에 있다"면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엔 경제적 목적뿐만 아니라 한국이 좋아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일본인 요시하라 사오리(吉原 沙織ㆍ29) 씨는 한·일 번역 일을 하고 싶어 한국에서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요시하라 씨는 "뉴질랜드에서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배운 한국어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며 "한국이 나하고 맞는 것 같아 한국에서 일자리도 잡고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IT(정보ㆍ기술)업체에서 해외 서비스 개발업무를 하는 캐나다인 토드 태커 씨는 "한국이 고향처럼 편안하다"면서 "여가까지 희생하며 일하는 한국인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지만 동료와 소주를 마시러 가고 화끈하게 노는 한국인의 모습도 인상적"이라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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