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앰코 회장,“하고 싶은 것 희생하며 ‘아프게’ 내놓는 게 기부
2009. 10. 4. 16:11ㆍC.E.O 경영 자료
“하고 싶은 것 희생하며 ‘아프게’ 내놓는 게 진정한 기부”
재미사업가 김창원 ㈜앰코 회장 |
박민기자 minp@munhwa.com |
김창원(82) ㈜앰코 회장을 만난 처음 20여분은 혼란스러움에 머리가 어찔했다. 사실 ‘KAIST(카이스트)에 100만달러를 기부한 재미사업가’란 한줄짜리 프로필만으로도 많은 사연을 품고 있으리란 짐작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김 회장이 풀어놓은 인생의 시공(時空)이 하도 길고 넓어 귀로는 듣고 있는데 머리로는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일제와 해방공간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80여년의 세월동안 수없이 한국과 미국을 오갔다. 부친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였던 그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대학을 다녔고 한국전쟁 때 미정보국 한국지부에서 일했다. 하와이에서는 교포신문을 만든 언론인이면서 동양인으로 미국의 대형 건설회사 사장에 오르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쌓아가는 동안 그는 쉬지 않고 기부를 했다. 지난 24일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김 회장의 아름다운 기부철학을 들어봤다. ―KAIST에 큰돈을 기부하였는데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희 가족은 모두 기독교인인데 아버님께서 어릴 때부터 늘 하신 말씀이 제게 인생의 교훈이 됐습니다. 첫번째는 ‘네가 살아가는 동안 도와준 분들 은혜를 잊지 말아라’였고 두번째는 ‘네가 어디 있어도 그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곳에서 약속한 것은 끝까지 지켜라’였습니다. 세번째 교훈은 ‘남에게 베풀 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KAIST에 기부한 것도 이런 교훈을 실천한 것입니다.” ―특별히 KAIST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이 살아나갈 길은 새로운 과학·기술을 발명해 그걸 산업화함으로써 경제를 부흥시켜 국민들이 다같이 잘 먹고 잘살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하자원도 없고 농업을 육성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 살길은 과학·기술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KAIST에 기부한 첫번째 이유입니다. KAIST가 특수대학이고 서남표 총장이 부임한 뒤 이런 대학을 지원하면 뭔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다른 대학에도 공대가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가장 효율성이 높은 곳을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와이대 이사장직을 맡아봐서 종합대와 특수대학의 차이점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종합대의 경우 각 단과대별로 암투와 알력이 심합니다. 그러나 특수대학은 다릅니다. 총장을 밀어주면 곧바로 성과가 나옵니다. 특히 서 총장은 열정이 있습니다. 열정이 있으면 안되는 일이 없습니다. 열정은 위에서부터 내려옵니다. 어느 사회나 어느 단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지도자에게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서 총장은 15년간 알고 지냈는데 열정이 있고 능력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기부활동을 해왔습니까. “하와이로 건너가 대학을 다닐 때부터 아버님의 교훈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취직을 해 600달러가 채 못되는 월급을 받았을 때도 교회에 헌금을 한 것은 물론 학교에 기부를 계속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날 하와이대 학장이 찾아와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며 100만달러를 기부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그 돈을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가진 돈이 없어 보유하고 있던 주식 등을 팔아서 기부했습니다. 기부를 하면서 절대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대학 재단이사장이 와서 ‘당신이 기부금을 냈다고 하면 우리 대학의 모금활동이 더 활성화될 것이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내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100만달러를 기부한 것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평생 월급쟁이를 한 사람이 저런 많은 돈을 기부했느냐’는 생각에 자극을 받아 모금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합니다.” ―기부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을 듯합니다. “쓰다 남은 돈으로 남을 돕는 것은 결코 기부가 아닙니다. 자기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을 희생할 정도로 아프게 해야 진정한 기부입니다. 기부할 때에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내에서 최대한 기부하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사회에도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회장님에게도 100만달러는 아픈 돈입니까. “남들은 우습게 볼지 모르지만 제 자신에게는 아픈 돈입니다. 하와이에서도 나를 큰 부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전 월급쟁이로 평생을 산 사람입니다. 애들 교육시키고 나니 이제 크게 남은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도우셨기에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집도 샀고 자동차도 타고 있습니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하지만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합니다.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분으로서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면. “성공이란 남이 잘했다고 하는 것보다 자기의 양심이 잘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하나님이 주신 것입니다. 우린 그저 주신 것을 지키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얼마나 잘 쓰고 가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자식에게 한 푼도 안주고 가는 것도 사실 무책임한 일입니다. 어느 정도는 해야겠지만 남을 위해 살 줄 알아야 합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나 부자들은 그간 경제성장의 주축이 되고 국민들이 잘 사는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내 자식, 내 손자에게 다 줄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의 것을 털어내서 남을 위해 일을 하는 그런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자제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까. “아들 둘이 있는데 큰아들은 변호사를 하고 있고, 둘째아들은 부동산 관련회사에 다닙니다. 미국에서 자라서인지 애들 스스로 상속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도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나면 손 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대학을 졸업한 뒤 결혼할 때나 집 살 때 조금씩 도와줬습니다. 아프게 기부하라고 해서 있는 것 다 내라는 것은 아닙니다. 상식에 벗어나지 않게 하면 됩니다.” ―구상하고 있는 기부계획이 있습니까. “KAIST에 약속한 100만달러를 하루속히 완불해야 하는데 당장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은 주가도 떨어져서.” ―주식을 조금 있다 파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그리고 빨리 지켜야 합니다. 아프게 내놓는 것이 정말 기부입니다.” 인터뷰 = 박민 전국부장 minp@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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