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줄곧 서울 지역 아파트값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조치로 신규 유입 수요가 줄어든 데다 아파트 매입자금 출처조사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할 계획이 보도되면서 당분간 재건축 가격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호가를 내린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8일 강남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를 둘러보니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42㎡형(공급면적 기준)이 8억25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개포주공1단지
불과 보름 만에 3000만원 가량 호가가 낮아진 것이다.
36㎡도 7억3000만에서 7억1000만원으로, 49㎡도 10억5000만원에서 10억2000만원으로, 불과 한달 만에 2000만~3000만원 가량 주저앉았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1~2달 전과 비교해 수요가 많은 평형대에서도 급매물이 꽤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가격이 점점 내려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추석 이후 매수세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지난달부터 각종 규제 분위기를 타고 거래가 뜸해진 상태다.
은마아파트 112㎡는 11억85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한달 전과 비교하면 4000만~5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한주 만에 호가가 2000만원까지 하락한 매물이 나오고 있으니 지난 상반기 거래가 될 때마다 가격이 올랐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전후로 매물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커녕, 문의전화도 받아보질 못했다”며 “최근 쏟아진 규제책들도 영향을 미쳤지만 짧은 기간 동안 아파트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측면도 있어 당분간 보합세 내지 약간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파구에서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 곳 또한 한달 만에 3000만~5000만원 가량 호가가 주저앉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게 일대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잠실동 주공5단지 113㎡가 11억9000만원, 116㎡가 13억5000만원, 119㎡가 14억80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가 있는 상태다.
잠실동 주공5단지
면적별로 최고 5000만원이 빠진 셈이다.
L공인 관계자는 “DTI 규제 확대가 강남권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다른 지역을 압박함으로써 강남권으로 들어오려는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이 때문에 매수희망자들이 집값이 더 내릴 것으로 보고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가 거의 실종된 상태”라고 말했다.
연일 오름세를 기록했던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역시 지난 한 달간 거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호가만 올랐던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선 후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싼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신6차 115㎡ 급매는 9억4000만~10억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잠원동 S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집을 팔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이자 부담 등에 밀려 집을 내놓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어려운 지경”이라며 “한 두달 전과 비교해 계약 건수도 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푸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단기간 급등에 대한 부담감과 자금출처 조사, DTI 규제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바, 추석을 지난 이후에도 특별한 대책이 없어 한 동안 내림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단, 향후 재건축 투자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뒤엎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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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기자) isun1229@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