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영세자영업자 몰락

2009. 10. 12. 13:3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나홀로’ 영세자영업자 몰락

2분기 25만명 문닫아 … 사업소득 13.1% 감소
2009-10-12 오후 12:13:06 게재

10여년 전 외환위기 때 월급쟁이들이 타격을 받았다면 이번 금융위기의 희생자는 영세자영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혼자서 가게를 꾸려가는 ‘나홀로’ 자영업자수가 전년동기 대비 5.6%, 25만3000명이 줄었고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3만3000명(2.1%) 감소했다. 지난해 각각 4만4000명(1.0%), 3만5000명(2.3%)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금융위기의 충격이 ‘나홀로’ 자영업자에 쏠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영세한 자영업종인 도소매·식당·숙박업 종사자는 지난 2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3만6000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3분기 4만9000명, 4분기 6만2000명, 올 1분기 11만5000명 등 영세자영업자가 일자리를 잃는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월급쟁이인 상용직 일자리는 2분기에만 1년 전에 비해 31만3000명 증가하면서 사실상 ‘무풍지대’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월급을 받는 임금근로자들이 금융위기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외환위기때 ‘상용근로자 타격, 자영업자 확대’라는 공식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상용근로자의 일자리는 외환위기 한파가 본격적으로 몰아닥친 98년에 전년 대비 74만8000명인 10.3% 줄어든 데 이어 99년에도 39만9000명(6.1%)이나 감소했다. 반면 유급 직원을 채용한 자영업주는 24만7000명(15.1%) 감소한 데 이어 이듬해인 99년에는 4만1000명(2.9%)으로 감소폭이 줄어 상용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었다.

이후 명예퇴직을 당한 상용근로자의 상당수가 자영업자로 전환하면서 ‘나홀로 자영업자’가 98년에는 3만7000명(0.9%) 감소에 그쳤으며 99년에는 12만6000명(3.0%)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 퇴직금으로 손쉽게 가족과 함께 자영업을 차린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소득사정을 봐도 이번 금융위기는 취약계층의 임금근로자보다 자영업자들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지난해까지는 늘었지만 올 1분기엔 전년 동기대비 1.0%, 2분기엔 1.6%가 감소했다. 이는 도시근로자의 근로소득 감소율인 1.9%, 1.2%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소득계층별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위 20% 도시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한 분기별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니 올 1분기엔 -26.0%, 2분기엔 -13.1%로 줄었다. 2분위(하위20~40%)도 올 들어 감소하기 시작,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4.0%, 20.0%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추락하는 모습은 3분위(40~60%)까지 확산돼 올 1분기와 2분기 사업소득이 각각 3.6%, 3.3%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의사 약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인 5분위(상위 20%)는 오히려 사업소득이 1분기에 5.1%, 2분기에 5.5% 증가하는 등 양극화현상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금융위기에 따라 도시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은 소득계층별로 골고루 줄었다. 전체적으로 1.9% 감소한 올 1분기엔 1분위의 근로소득이 6.9% 줄었고 5분위도 2.8% 축소됐다. 감소폭이 크지 않은데다 추세적으로 같이 움직였다. 2분기에도 1분위가 3.8%에 이어 2분위 2.0%, 3분위 1.1%의 근로소득 감소율을 보였다. 4분위와 5분위도 각각 0.9%, 0.6%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98년 2분기에 도시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은 6.8% 줄었으며 3분기와 4분기에 12.8%, 5.3% 감소했다. 이듬해인 99년 1분기까지 5.5% 감소했다. 2분기엔 1.6% 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외환위기 영향이 가장 컸던 98년 3분기와 4분기에 1분위 근로자의 근로소득이 각각 23.3%, 15.7% 감소했으며 2분위도 17.4%, 8.5% 축소됐다. 반면 4분위는 12.4%, 4.6%의 감소율을 보였고 5분위는 7.8%, 2.0%로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금융위기로 근로자에 비해 더 큰 충격을 영세자영업은 가족들의 동반추락으로 이어져 체감충격이 더욱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자 경영하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11월 전년동기대비 1만9000명 줄어든 이후 감소폭이 확대, 올 4월에 22만4000명으로 2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러한 추세를 지난 8월까지 이어갔다. 6월에 28만9000명 줄어 최고점을 찍은 후 7월 25만2000명, 8월 26만4000명으로 ‘나홀로’ 자영업자의 대규모 퇴출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급여를 받지 않고 같이 일하는 무급가족 종사자 역시 동반퇴출되는 분위기다. 6월에 6만명 감소한 데 이어 7월과 8월에도 각각 전년동기대비 7만3000명, 9만7000명 축소됐다. 자영업자인 남편을 돕고 있던 무급 여성종사자는 8월에만 10만9000명 감소했다. 남편이 사업을 접거나 일거리가 떨어져 일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남성은 1만2000명 늘었다. 남아있는 무급가족 종사자는 138만1000명이다.

남성보다는 홀로 분식점 등을 꾸려 나가는 여성들의 돈벌이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올 2월부터 영업을 폐쇄한 나홀로 여성 자영업자들이 전년동기대비 10만명을 넘어섰다. 5월엔 문닫은 여성 자영업자들이 15만8000명에 달하기도 했다. 홀로 경영하는 남성 자영업자의 감소규모는 6월부터 10만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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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