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 개발부지 땅속 ...

2009. 11. 13. 06:1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용산역세권 개발부지 땅속 살펴보니… 전체면적 80%에 산업폐기물

 

중금속·기름오염도 심각… 정화비용 1000억 넘을듯

사업비 28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용산역세권 부지 개발사업이 내년 본격 착공을 앞두고 '환경 오염'이라는 돌발 변수에 맞닥뜨렸다.

개발사업 전체 부지(36만㎡·약 11만평)의 절반가량이 납·니켈 같은 발암(發癌) 물질과 신경독성 등을 일으키는 온갖 중금속 및 기름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돼, 이를 정화하는 데 드는 비용만 최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금속·기름에 오염된 토양은 땅속 12m 깊이까지 퍼져 있으며, 전체 규모가 약 46만㎥로 추정돼 가로·세로 100m 되는 학교 운동장에 46m 높이로 쌓을 수 있는 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전체 면적의 80%에 해당되는 땅속에 15t 덤프 트럭 2만5000대 분량(37만여㎥)의 폐콘크리트·폐침목·고철 같은 온갖 폐기물이 불법 매립돼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공사 과정에서 이 폐기물들을 파내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최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이 실은 지하에 온갖 폐기물이 가득차 있는, 거대한 '폐기물 적치장'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코레일·삼성물산 등 30개 회사가 공동 설립한 사업 주체 용산역세권개발㈜과 코레일로부터 의뢰받아 한국농어촌공사가 작년 8월부터 올 3월까지 실시한 '토양·지하수 오염현황 정밀조사'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본지가 민주당 조정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보고서엔 곳곳에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납(Pb)·니켈(Ni) 같은 발암물질과 간·신장·신경계 등에 독성을 일으키는 아연(Zn)·구리(Cu) 같은 중금속 농도가 환경기준을 각각 수십배씩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납의 경우 전체 부지의 약 36%인 10만7800㎡에서 토양 1㎏당 최고 6369㎎이 검출돼 환경기준(100㎎ 이하)을 64배 초과했고, 구리는 오염면적이 전체 부지의 약 30%를 차지하며 최고 농도가 환경기준의 42배를 넘었다. 아연과 니켈의 오염 최고농도는 각각 환경기준의 32배와 2배였다. 보고서는 "개발사업 부지의 땅속 최고 7m 깊이까지의 땅이 각종 중금속으로 오염된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청은 이 보고서 등을 토대로 용산역세권개발㈜ 측에 "2011년 5월까지 오염 정화조치를 완료하라"는 '정화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심각하기는 유류 오염도 못지않았다. 철도 차량을 정비하거나 주유하는 과정에서 새어 나온 유류 성분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최고 12m 깊이까지의 토양이 기름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사업 부지 남서쪽 경계면에서는 토양 1㎏당 4만1415㎎의 기름 성분이 검출돼 환경기준(500㎎ 이하)을 약 83배 초과하는 등 전체 면적의 15% 정도가 환경기준을 초과했다.

이들 중금속과 기름으로 오염된 땅의 체적은 총 46만6482㎥로, 작은 동산만한 규모의 땅이 고도의 정화처리를 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용도로 전혀 쓸 수 없을 만큼 썩어 있었다.

중금속·유류 토양오염은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졌다. 농어촌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특히 유류로 오염된 토양의 48%가량은 개발사업 부지 내 지하수대(帶)가 주로 분포하고 있는 땅속 1~3m 구간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돼 당장 지하수 오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부지 내 용산차량사업소 유류고 주변과 기관차승무사업소 인근 지점에서는 지하수 시추공으로 조사한 결과 고(高)점도의 검은색 유류가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오염돼 있었다”며 “지하수의 이동방향이 주로 한강 쪽을 향하고 있어 향후 개발 과정에서 오염 확산 방지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개발부지의 토양 오염을 정화하는 비용으로 “1000억387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비용에는 “(오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토목공사비와 지하수 정화비용·폐기물 처리비용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농어촌공사는 밝혔다. 적어도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이 비용들을 포함할 경우 환경정화에 드는 총 비용은 1000억원을 훌쩍 넘기게 되는 것이다.

용산역세권개발㈜ 측은 “현재 환경정화 대책을 수립 중이며 내년부터 부지 내 시설물 철거ㆍ이전 공사와 함께 본격적인 오염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서울 용산역 일대 36만㎡를 총사업비 28조원을 들여, 100층 이상의 고층 빌딩에다 상업·문화·숙박·주거 시설이 즐비한 '서울의 맨해튼'으로 만들겠다는 초(超)매머드급 프로젝트. 내년 중 착공돼 2016년 완공 예정이다. 사업 주체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코레일·롯데관광·삼성물산·국민연금·푸르덴셜 등 국내외 30개 기업이 주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