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1. 09:28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키코’ 파동 딛고 태산LCD가 살아난다 [중앙일보]
은행은 밀고 대기업은 끌고 … 삼성전자 협력사 혁신 우수사례로
지난해 ‘키코(KIKO)’ 파동으로 흑자 도산의 위기에 처했던 태산LCD가 최악의 상황을 딛고 일어섰다. 이 회사는 20일 삼성전자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협력사 혁신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그리고 거래 은행의 3박자 협력이 맞아떨어진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충남 아산의 태산LCD는 26년 역사에 연매출 6000억원을 넘나드는 중견 대기업이었다. 삼성전자의 슬로바키아·중국 공장에 액정화면(LCD)용 광원인 백라이트유닛(BLU)을 주로 납품했다. 삼성이 세계 LCD 업계의 정상에 오래 머물면서 ‘도저히 망할 수 없는 회사’로 불렸다.
재앙은 미국의 금융위기와 함께 닥쳤다. 태산LCD는 삼성의 해외 공장에 납품하고 연 6억 달러의 대금을 받았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이를 피해보려고 2007~2008년 유행하던 파생금융상품 키코에 든 것. 지난해 10월 이후 경제위기로 달러 값이 1500원을 넘나들 정도로 치솟자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태산LCD는 지난해 7820억원의 매출에 2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키코 손실로 7682억원의 적자를 봤다. 자본금도 전액 잠식되면서 채권단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그러던 회사가 올 들어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하나은행 등 채권단이 채권 행사기간을 2013년 말까지 유예해 준 것이 숨통을 텄다. 삼성전자는 BLU만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거기에 패널을 붙여 32인치 LCD 모듈을 만들어 달라고 해 주문을 늘렸다. 태산이 필요한 원료와 부품도 대신 구매해 넘겨줬다. 태산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했다. 단순한 일관생산 체제 수준을 넘어 공정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단계별로 하던 모듈 검사를 한꺼번에 하는 방식으로 바꿔 29개 공정을 24개로 줄였다. 품질은 그대로인데 생산시간이 15% 이상 줄어든 만큼 생산성과 수익성이 개선됐다. 해외 시장의 LCD 수요 회복 기미도 응원군으로, 월 18만 개까지 줄었던 BLU 생산량이 80만 개까지 늘었다.
그동안 환율이 안정되면서 키코 평가손이 1년 만에 절반 정도로 줄었다. 이 회사는 1~3분기에 매출 5315억원에 38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최태윤 대표는 “아직 키코 손실이 잠재돼 있는 상황이라 부활 운운할 단계는 아니다”며 기자에게 말을 아꼈다. 그는 “거래 기업과 은행이 끝까지 믿고 자금·물량과 기술지원을 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태산LCD 외에도 인탑스(금상), 뉴모텍·코리아인스트루먼트(이상 은상) 등 25개 삼성 협력업체가 혁신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윤우 부회장, 최지성 사장 등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과 협력업체 모임 협성회 회장인 이랜텍 이세용 대표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격려사에서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제품과 사업모델이 탄생하기 때문에 고객과 시장을 더 깊게 이해하고 이를 혁신 활동으로 신속히 연결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협력업체 기술혁신을 지원해 왔다.
김창우 기자
◆키코(KIKO)=‘Knock In Knock Out’의 약어. 원화 가치가 일정한 범위를 유지하면 기업이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원화 가치가 정해 놓은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녹 인) 기업이 계약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달러를 시장 가격에 사서 미리 정한 환율로 팔아야 한다. 달러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생긴다. 반대로 원화 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계약은 해지된다(녹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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