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로 전기를...

2009. 12. 3. 08:46분야별 성공 스토리

파도야 쳐라..“바닷물로 전기를”

파이낸셜뉴스 | 이재원 | 입력 2009.11.29 16:47

쉼없이 움직이는 파도를 바라보면 힘이 생긴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무궁무진한 에너지원 때문이다. 요즘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우려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면서 대체에너지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중 무공해 에너지의 보고인 해양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한국해양연구원 강정극 원장은 29일 "해양 에너지는 태양계가 있는 한 영원하다. 특히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도 조력, 조류, 파력 등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시도가 최근 활발하다"고 말했다. 태양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존재하는 해양 에너지의 세계를 탐사한다.

■밀물과 썰물이 전기를 만든다
대표적인 해양 에너지는 밀물과 썰물 사이의 수위 차를 이용한 '조력발전'이다. 바다에 댐을 쌓아 밀물 또는 썰물 때 바닷물을 가두었다가 썰물 또는 밀물 때 수문을 열면 수력발전처럼 낙차에 의해 터빈이 돌아가 전기를 만든다. 밀물과 썰물을 만드는 힘은 지구와 달, 태양 사이의 인력이라 태양계가 통째로 사라지지 않는 한 고갈될 우려가 없다. 이산화탄소도 발생하지 않는 무공해 에너지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이 같은 조력발전을 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양연구원에 따르면 서해안 중부에만 약 650만㎾의 조력 부존자원이 있다.

현재 정부는 경기 시화호에 세계 최대 규모로 조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이 발전소는 50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55만300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도 조력발전소가 조만간 들어서게 된다.

인천시는 지난 15일 강화조력발전소 건립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바닷물을 가두기 위해 댐을 설치해야 하는 조력발전은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흐르는 물도 전기를 만든다
'조류발전'은 물살의 흐름이 빠른 곳에 수차발전기를 설치해 전기를 만든다. 이 방식은 댐 등 대규모 시설이 필요치 않아 설치 비용이 적게 들고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도 거의 없다. 반면 물살이 빠른 곳을 찾기 어렵고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는 조류 에너지가 약 100만㎾ 부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개발할 경우 연간 약 400만배럴의 석유 수입 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연간 103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지난 5월 전남 진도 울돌목에 첫 조류발전소가 선을 보였다. 울돌목은 평균 수심 약 20m, 평균 폭이 약 500m며 유속이 최대 6.5m/s로 보통 바다에 비해 약 3배가량 빠른 물살을 갖고 있다.

이곳에선 올해 1단계로 설비용량 1000㎾의 조류발전소를 가동해 연간 약 430가구에 공급이 가능한 전기를 생산하고 2013년에는 약 4만6000가구(진도군 가정용 전력의 3.3배 규모)가 사용할 수 있는 9만㎾의 설비용량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파도가 쳐도 전기가 나온다
바닷물은 파도를 통해 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파력에너지는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로 구성돼 있는데 1∼15초 주기에 에너지가 집중된다. 이 때문에 연평균 파고가 높고 주기가 길며 계절적 변화가 작은 곳이 적합한 곳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현재 제주도 서쪽 차귀도와 비양도 사이에 파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파도가 칠 때 바닷물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을 이용한다. 파도로 밀려올라간 공기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또 파도로 올라간 물을 담았다가 떨어뜨리는 원리를 이용한 방식도 있다. 이는 조력발전과 비슷한 원리다. 우리나라 인근 해역엔 약 650만㎾의 파력 에너지가 부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연구원 홍기용 박사는 "한반도 해역 전체의 파랑에너지 잠재자원을 1%만 사용해도 32만5000가구가 사용할 만큼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면서 "기술자립이 이뤄지면 500㎾ 시설당 4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도 파력발전소 건설에 민간을 참여시키고 기술을 이전해 산업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사진설명= 전남 진도 울돌목에 설치된 조류발전소에서 내려다본 물살. 이곳은 유속이 최대 6.5m/s로 보통 바다에 비해 약 3배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