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강·절도 0% `서울 신당동의 기적`

2009. 12. 30. 09:2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1년만에 강·절도 0% `서울 신당동의 기적`
작년 9~12월엔 강력사건 12건이나 발생해
중부서 `이상한 찻집` 폐업유도해 업종변경
경찰ㆍ주민과 함께 거리쓸고 야간 도보순찰

90년대 도시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린 `뉴욕의 기적`이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펼쳐지고 있다.

경찰과 주민이 한데 어우러진 `풀뿌리` 치안활동이 움트기 시작하면서 지역 내 강간ㆍ절도 사건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민들의 골칫거리였던 퇴폐 유흥업소도 하루가 다르게 자취를 감췄다. "처음엔 과연 잘될지 반신반의했는데 어느새 불법 퇴폐업소도 많이 줄고 자녀들과 낯뜨거운 광경을 목격하는 일도 사라졌네요." 신당5동 상인 최 모씨(45)는 최근 부쩍 달라진 이 지역 밤거리 풍경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행정구역상 신당역 남길에 속하는 이 지역은 서울 시민들에게 `신당동 찻집거리`로 더 익숙한 곳. 지난여름만 하더라도 가게 유리벽에 `차와 음료`라는 문구를 붙인 유흥업소 수십 곳이 밤마다 붉은 전등을 켜놓고 거리를 지나가는 남성들에게 손짓했다.

"잠깐 놀다 가세요."

빨갛게 타오르던 조명은 그러나 크리스마스 연휴 때 내린 하얀 눈에 뒤덮였고 가게 문은 굳게 닫혔다. 폐업 업소도 속출했다.

관할 경찰서인 서울 중부경찰서 박노현 서장은 기적은 지난 8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낙후된 지역 치안 상황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속 응어리가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 간곡한 주민 민원은 경찰을 움직였다.

박 서장도 두말없이 움직였다. 9월 신당 1동, 5동(찻집거리) 지역을 치안 강화 시범구역으로 지정하고 특별정화계획을 짜는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가동됐다.

좁고 어둡고 후미진 신당동 주택가에 CC(폐쇄회로)TV와 조명등이 속속 설치됐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이에 편승해 범죄가 늘어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에 착안해 중구청과 함께 `창문열림 경보기` 1만개를 제작, 배포했다. 치안이 취약한 주택가에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마련된 것. 경찰과 주민이 함께 빗자루도 들었다. 동네가 깨끗해야 범죄도 줄어든다는 발상에서였다. 찾아가는 이동경찰서도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주간 8회, 야간 4회 등 하루 2시간꼴로 시범구역을 순찰했다. 차량 순찰에서 그치지 않고 수시로 차량 밖으로 나와 도보순찰을 병행했다.

지난 4개월의 시도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중부서 집계 결과 작년 9~12월 강도ㆍ강간 2건, 절도 9건 등 11건의 강절도 사건이 발생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시범구역 지정 전인 지난 6월 3건, 7월 1건, 8월 2건이 발생한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단속 전 63곳에 달하던 `이상한` 찻집도 대부분 다른 업종으로 바꾸거나 폐업해 현재 단 2곳만 남았다. 박 서장은 "관련 단속 실적이 행정처분 등 14건이 고작일 만큼 단속보다는 설득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박 서장은 "자식들과 함께 지나가기 부끄럽다"는 주민들 바람도 함께 전하며 이들의 `버티기` 전략을 누그러뜨렸다. 신당5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뜻하지 않은 변화에 주민들이 가장 기뻐하는 부분도 바로 낯뜨거운 퇴폐 찻집이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동을 주민밀착형 치안활동의 성공모델로 만들고 싶습니다." 박 서장은 새해에도 신당동의 기적이 계속될 것임을 약속했다.

[이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