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가 물량을 넉넉히 준비하지 않은 채 가격 인하를 단행한 탓에 상당수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구매량에 제한을 둔 품목마저 결품 사태를 빚어 소비자 불만을 사고 있다.이런 가운데 대형마트들이 경쟁업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추가로 가격을 내리면서 이마트발(發) 가격 인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 물량 없어 소비자들 허탕
=지난 9일 오후 5시쯤
김포공항에 자리 잡은 신세계 이마트 공항점.
매장 입구에 지난 7일 단행한 '12개 품목 가격 인하' 내용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홍보 내용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대표적 가격 인하 품목인 국내산 삼겹살(100g 980원)이 있어야 할 진열장에 고기는 없고 '고객 성원에 힘입어 품절됐습니다'라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축산물 담당 판매원은 "한두 시간 전에 다 팔렸다"며 "내일은 더 일찍 동날지 모르니 오전에 방문해 달라"고 했다. "물량을 넉넉하게 준비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판매원은 "원하는 만큼 물량을 받지 못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가격이 내린 삼겹살을 사지 못한 일부 고객은 할 수 없이 두 배 이상 비싼 제주산 '도뜰돼지' 삼겹살(100g 2090원)을 카트에 담았다.
같은 시각 송이당 3980원에서 2980원(100g당 140~150원)으로 내린 바나나 진열대에도 '품절' 표시판이 놓였다. 고객들은 발길을 돌리거나 다른 과일을 찾았다.
이 같은 결품 사태는 공항점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점포에서 삼겹살과 돼지목심, 바나나 등 물량이 달렸다.
지난 8일 저녁 찾은 이마트 영등포점에도 가격을 내린 바나나는 보이지 않았다. 품절에 대한 안내문도 없었다. "판매원은 "오늘 물량은 품절이다. 내일 다시 들어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목심이나 삼겹살도 마찬가지였다.목심은 낮에 이미 품절됐다고 판매원이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객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삼겹살과 목심은 1인당 구매물량을 2㎏으로 한정했는데도 물량 부족 사태를 빚었다.
사전에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가격 인하 꼬리 물고 이어져
=이마트 측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대형마트 간 가격 인하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쪽에서 가격 대응을 하자 경쟁업체가 추가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7일 가격을 내린 12개 품목 중 일부 제품에 대해 8~9일 점포별로 추가로 가격을 내렸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경쟁업체들이 이마트 측 가격 인하에 대응해 해당 품목 가격을 더 낮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내리자 즉각 대응에 나선 것. 추가 가격 인하 품목은 점포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3~7개로, 인하 폭은 2%에서 많게는 12% 수준이다.
이마트 공항점은 9일 현재
오리온 초코파이(840g 24개입)를 4580원에서 4010원으로 추가로 12.4% 내렸고, CJ햇반(210g 3개+210g)은 2980원에서 2630원으로 다시 11.7% 인하했다. 해태 고향만두(1228g)는 4090원으로 10.7%, 비트 세제(2.1㎏ 2개)는 7870원으로 6.3% 내렸다. 맥심 모카골드(250개입)와 서울우유(2.3ℓ)도 각각 4.7%와 2.3% 낮아졌다.
이마트 영등포점은 8일 삼겹살을 940원으로, 목심을 960원에서 920원으로 내렸다. 자반고등어(한 손 400g 안팎)는 1710원에서 1650원으로 한 차례 더 인하했다.
이러자 홈플러스도 9일부로 3개 제품 가격을 다시 조정했다.
CJ햇반 가격을 이마트보다 낮은 2550원으로, 오리온 초코파이(20개입)를 3450원에서 3350원으로 내렸다. 이마트 측 가격 인하에 대응해 가격을 내린 맥심 모카골드믹스(180개입ㆍ1개 99원)가 품절되자 230개짜리 제품 가격을 내려 2만2300원(1개 97원꼴)에 선보이고 있다. 다만 롯데마트는 추가 대응을 하지 않고 지난 8일 내린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진성기 기자 / 안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