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2010. 1. 23. 08:36베스트셀러 책 신간

행복의 조건
조지 베일런트 지음 | 이덕남 옮김 | 프런티어 | 488쪽 | 1만9000원

《행복의 조건》은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부르는 '행복의 7가지 조건'을 얘기한다. 인간의 행복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와 명예,학벌 따위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는 것.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저자가 제시하는 행복의 7가지 조건은 이렇다.

으뜸은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성숙한 방어기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47세 무렵까지 형성되는 인간관계다. 나머지는 교육연수(평생교육),안정적인 결혼생활,비흡연(또는 45세 이전 금연),적당한 음주(알코올 중독 없음),규칙적인 운동,적당한 체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나이를 뜻하는 한자의 오묘함과 신비함을 생각하게 된다. 이를테면 초서의 모양에서 77세를 나타내는 희수(喜壽)가 그렇고,88세를 의미하는 미수(米壽)의 지혜와 통찰도 그렇다. 48세를 의미하는 상년(桑年)은 어떠한가. 그것은 뽕나무 상(桑)자가 10(十)이 네 개,8(八)이 하나인 데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예부터 뽕나무 상자는 나이로 비유하면 인생의 '최고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50대 이후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47세 무렵까지 만들어 놓은 인관관계"라는 연구결과에 화들짝 놀란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튼 50세를 기준으로 7가지 가운데 5~6가지를 갖춘 106명 중 50%가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고 책은 말한다. 그러나 3가지 이하일 경우에는 그 나이에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4가지 이상의 조건을 갖춘 사람보다 8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세 배 높았다고 한다. 행복과 불행,건강과 병약함 등을 좌우하는 것이 신의 뜻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사람이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우리의 행복이 부나 학벌,명예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임상실험으로 확인시켜준다는 점이다. 또 50대 이전에 '행복의 조건 7가지'를 얼마나 갖추느냐가 이후의 행복한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같은 결과를 무려 70여년에 걸쳐 추적했다고 한다. 그러니 책의 감수자인 이시형 박사의 말마따나 "장수시대를 맞아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야 할 명저"로 소개되는 것에 공감하고 박수와 갈채를 보태고 싶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삶을 배우는데 일생이 걸린다'고 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간접경험의 결집인 책을 통해 얼마든지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자의 기나긴 여정에 탑승만 하면 된다.

'지능은 낮아도 훌륭한 인격으로 삶을 완주할 수 있다'는 정거장에 내려도 좋고 '잘사는 것은 오래 사는 게 아니라 잘 늙는 것이다'라는 여행지에 쉼표를 찍어도 좋다. 그러나 '50세 이후,운명은 스스로가 결정한다'는 빨간 신호등에 주의해야 한다. 체중,운동,담배,알코올을 적당히 조절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은 뜻밖의 행운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우리가 50세 이전에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상년(桑年)이 오기 전에 이 책과 만났으니 나도 아직 늦지 않았다. 참 다행이다.

심상훈 브랜드매니지먼트 HN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