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실이 국가부실로…유럽발 ‘금융 쇼크’

2010. 2. 6. 09:13C.E.O 경영 자료

민간부실이 국가부실로…유럽발 ‘금융 쇼크’
[한겨레신문] 2010년 02월 05일(금) 오후 09:22   가| 이메일| 프린트
[한겨레] [뉴스분석]

가계위기때 거품키워 결국 재정적자 수렁

스페인·포르투갈 ‘위험’ 소식에 주가 급락

“지구인들이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제 우주인 도움이라도 받아야겠죠.”
전세계 금융시장을 일제히 패닉 상황으로 몰고 간 5일, 한 금융시장 전문가가 농담처럼 내뱉은 넋두리는 위기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끝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유럽발 금융위기 발발 우려로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4~5일 이틀에 걸쳐 유럽·미국·아시아권 증시는 동반 폭락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 가운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재정적자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진데다, 때마침 그리스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 정치적 불안 요인까지 겹친 탓이다. 4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1만 선이 깨졌고, 충격의 출발지였던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의 주가도 각각 5.94%, 4.98%, 3.98%나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9.30(3.05%) 떨어진 1567.12에 거래를 마쳐, 두바이 사태 직후인 지난해 11월30일(1555.6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웃 일본 닛케이평균지수도 하루 새 2.89%나 떨어졌다. 외환시장과 상품시장도 충격을 피하진 못했다.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엔화 대비 약 1년, 달러 대비로는 8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19원이나 급등했다. 유럽발 악재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위기의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국 정부가 지난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재정지출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었고, 이제 그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책임연구원은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가 기업 부실로부터 비롯됐고,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시작된 지난 위기의 출발선이 가계 부실이었다면, 앞으로 위기는 정부부문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결국 매번의 위기마다 거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던 경험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택시장 거품을 핵심으로 하는 가계 부실에서 비롯된 지난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쏟아부은 막대한 돈은 이제 ‘재정적자의 복수’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금융위기 대응 과정은 사실상 위기의 불씨를 민간에서 정부로 옮겨놓았던 것에 불과하다”며 “이제 위기의 진앙지가 빠른 속도로 정부부문으로 옮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 연구기관인 ‘크레디트 디리버티브스 리서치’의 집계를 보면, 14개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지수는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선진 7개국 정부부문의 프리미엄 지수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무엇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비롯해 유로존의 주변부 국가들이 대표적인 ‘약한 고리’로 꼽힌다. 재정적자가 상대적으로 클뿐더러 무엇보다 정부의 경제조절능력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탓이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유로존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통일된 목소리를 내고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단기간에 해결되기도 어려워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고 갈 리스크는 계속 잠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최우성 김수헌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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